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SJ May 04. 2021

외식을 못한 지 1년, 이제는 먹고 싶다

나는 아직 실내에서 마스크를 빼기가 무섭다



코로나가 터진 지 1년 하고 조금 더 지났다. 유럽은 여전히 상황이 좋지 못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산세바스티안이 위치한 바스크 지역은 유럽에서 가장 수치가 안 좋은 곳이다. 5월 9일이면 국가비상령이 풀려서 제약이 완화될 예정인데, 이게 지금 풀려도 되나 싶고... 바스크 정부는 매일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럴듯한 결론은 없다


여러 제약에 유럽 사람들은 불만이 많지만 나는 그저 1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밖에 나가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1년 전에는 약 3개월간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슈퍼나 약국 방문, 애완동물 산책을 위한 외출만이 가능했었다-





게다가 지금은 맛있는 크루아상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어느 책에서 '짬뽕과 비 오는 날의 짬뽕은 엄연히 다른 메뉴이다'라는 글귀를 본 적 있다. 크루아상도 그러하다. '그냥 크루아상과 갓 나온 크루아상은 다른 빵으로 봐야 한다'. 더불어 산세바스티안이 프랑스 국경과 가까워서인지 이곳 빵집의 크루아상은 유독 더 맛있다. 스페인 여느 유명한 카페에서 맛본 것보다 말이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카페에 가는데 아직은 외부 테라스 자리에서만 커피를 마신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빼는 건 아직 무섭다. 덕분에 비가 오지 않고 날이 좋은 날에만 카페에 갈 수 있다. 식당은? 음- 테라스가 있는 식당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그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 적은 없다. 피자를 주문해먹거나 터키 케밥집에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 먹은 정도가 전부이다


그렇게 '1년 넘게 제대로 된 외식을 못한 것'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일상을 답답하게 느끼게 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소셜 미디어에서였던가.... 누군가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글쓴이가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의 의견을 읽고 나는 '아! 그런 거구나. 그런 거였어!!'라고 외쳤다. 그의 의견에 동의를 하고 동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요즘 화가 많은 이유는 외식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비록 터키 케밥집 음식처럼 테이크아웃으로 음식을 싸온 것이지만, 그래도 근 1년에 먹은 외부음식 중 가장 '그럴듯한 외식'이다. 이탈리안 지인이 추천해준-이탈리아 사람들의 맛집 추천은 제법 믿을만하다- 남미 가정식 레스토랑에 들려 음식을 싸왔다


누군가에게는 김밥*국 메뉴처럼 보이거나, 피자 배달과 동급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금액으로 봤을 때 2-3의 가격이기 때문에 맛으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나는 이것을 '그럴듯한 외식'이라 지칭할 것이다. -남미에 대해 '저렴하다(긍정적인 이미지로)'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서, 2인분의 음식으로 30유로를 결제할 때는 다소 놀랐다-


"그래서 이것을 먹고 마음속에 있는 화가 누그러졌느냐!?"라고 묻는다면 음... 글쎄올시다. 잘 모르겠다. 당일에는 '오랜만에 외식이다!'라는 기분으로 조금 들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잘 모르겠다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시작되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기온이 뚝-뚝- 떨어져서 겨울 패딩 드라이클리닝을 맡기질 못하게 하는 스페인 북부 날씨. 그래도 날이 좋은 날 양지에 있으면 여름날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몸을 치고 가기 전까지는-


여름에는 역시 베르뭇(vermut)을 마셔줘야지. 모처럼 흐리지 않고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5월의 첫날, 바 테라스에 앉아 베르뭇 한 잔을 마셨다


아아. 잘 챙겨 입고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밥은 매우 잘 먹고 싶지만 그래도 '외식'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것이다. 머지않아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