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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돼지 후니 Oct 22. 2024

섬행기

고군산군도 "장자도 - 명도 -말도' 섬 트레킹

한국에는 총 약 3,348개의 섬이 있다. 이 중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도는 약 465개이고 나머지 섬들은 무인도로, 자연 상태로 남아 있거나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필자는 5년 전 매월 1회 2박3일 일정으로 한국 동쪽 해안길과 남쪽 해안 길 그리고 서쪽 해안길을 4년 동안 나눠 도보로 모두 걸어봤다. 국토도보종주 이전에는 1,400km의 백두대간 중 한국 설악산에서 지라산까지 735km를 2년동안 한 달에 두번씩 나눠 걸었었다.


2020년부터는 매월 산행을 하고 있지만 산행보다 섬을 가는 날이 더 많은 편이다. 섬은 배를 타고 들어가다 보니 보통 1박 2일 형태로 진행했었다.

서울 근교 충청도 섬은 당일 코스로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유인도인 섬은 남해와 서해 쪽에 있기에 여유롭게 일정을 잡고 섬에 있는 산을 타고, 배를 타고 섬 전체를 둘러보고, 민박집에서 하루 잠을 자고 올라오는 편이다.


섬행기와 산행기 비교

섬 투어는 해양 생태계와 해변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반면, 산행은 고도를 오르내리며 산림 생태계를 경험하는 차이가 있다.                    

섬투어와 산행기 비교

섬 투어는 섬 자체의 바다와 어촌 마을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경관과 섬에 있는 산을 올라 360도 섬 주위 경관을 볼 수 있다. 특히 민박을 통해 섬의 여유로움과 싱싱한 제철 음식과 회를 맛볼 수 있고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면서 편안함을 가질 수 있다.


산보다 섬이 좋은 이유는 첫번째가 바다가 있어 서다. 산도 좋지만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과 편안함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두번째가 섬은 짧은 시간동안 바다와 산 그리고 마을 전체를 압축해서 볼 수 있다. 세번째가 배를 타고 간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배를 타고 이동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바다 한가운데서 휴식을 취하며 리프레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섬은 모든 섬마다 차별적인 매력을 준다. 슬로시티 중도와 청산도, 외달도처럼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일상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장자도 선착장에 있는 현수막

고군산군도 "명도에서 말도까지 섬 트레킹"


찾아가고 싶은 여름 섬으로 선정된 고군산군도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말도·명도·방축도’의 하늘 트레킹을 다녀왔다.

인도교가 들어서면 말도에서 방축도까지 14㎞ 정도의 트레킹 코스가 생긴다. 특히 전 코스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코스로 힐링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트레킹 코스로 군산시에서 육성을 하고 있으며 필자는 2024년 10월 지인 형님과 함께 다녀왔다.

지인 형님은 명도섬 작은 부분 땅 소유주이시기도 하고 명도 개발위원장 등과 친분이 있는 분이시다. 특히 2023년 말에 암 판정을 받아, 올 4월에 수술을 하시고 현재는 회복 중이시다.

2012년 형과 함께 명도를 방문했었을땐 개발위원장 배를 타고 신시도에서 들어갔었다. 당시 명도에는 20가구만 살고 있었고 펜션은 낚시꾼을 위해 개발위원장님이 운영하시는 곳 딱 한 것뿐이었다.

선유도까지 다리가 연결되다 보니 방축도, 명도, 말도를 운행하는 배가 따로 만들어졌고, 장자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40분만 가면 명도에 도착한다. 명도는 1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펜션이 많이 생겨났고 트레킹 코스에 있는 길들이 정비되고 전망대가 만들어 졌다.

명도 선착장 내려 표지석에서

고군산군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과 「CNN이 지목한 아시아의 대표 관광명소 18선」에 국내 유일하게 선정된 바 있으며, 매년 2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서해안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방축도–광대도–명도- 보농도–말도’의 5개 섬을 연결하는 총 길이 1,278m의 해상인도교와 연계한 『고군산군도 트레킹 하이』는 그 중 대표적인 해안 트레킹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명도에서 출발 말도까지

장자도 선착장-명도

서울에서 새벽 6시 출발해서 장자도 선착장에 오전 10시에 도착했다. 지인 형님이 온라인으로 예매한 표를 매표소에서 받을 동안 필자는 차를 주차하고 트레킹 하면서 먹을 간식으로 장자도에 유명한 호떡을 구매했다.

오전 10시 40분 정각에 배는 장자도 선착장을 떠나 관리도-방축도에서 사람을 내려놓고 명도에 도착했다. 배 시간 대략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제일 많은 관광객들이 명도에서 내렸다. 명도에서 우리는 인증사진을 찍은 후 명도 마을을 한바퀴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고 예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얘기한 후 방축도와 연계된 해안 쪽으로 먼저가서 상황을 살핀 후 말도쪽 방향으로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명도는 군산의 섬 중에서 물이 가장 맑고 깨끗한 섬으로 알려져 있어서 낚시하는 분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었다. 명도는 108m에 이르는 최고봉을 중심으로 아름답고 기괴한 바위들이 뒤엉켜 신비에 가까운 자연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명도 선착장에서 시작하여 마을을 지나 정자와 송전탑 쉼터, 구렁이 전설 전망대, 110m 봉(명도 최고봉)을 거쳐 보농도로 연결된 인도교로 내려갔다.

명도에서 본 보농도 인도교

보농도는 사람이 없는 무인도로 나무도 제법 있지만 돌산에 가깝다. 보농도와 명도를 연결하는 인도교 아래로 조수 간만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서로 다른 방향의 조류가 만나면서 생기는 와류(소용돌이) 현상인 ‘맥돌이’현상이 일어난다. 하루에 두 번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때가 딱 필자가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자연현상이라고 하고 국가중요어업유산 제5호로 지정된 맥돌이 현상을 보면 마치 바다 폭포처럼 느껴졌다.

보농도와 말도 인도교에서 본 맥돌이

보농도를 지나 말도로 연결된 인도교는 아치형타입으로 디자인 요소까지 신경을 쓴 작품이었다. 고군산군도의 맨 끝에 위치하여 '끝섬'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도라고 한다.

다른 섬 보다 유독 습곡지형이 많아서 천연송과 천연기념물 습곡지형 그리고 선캄브리아기의 지질구조를 보유 남동쪽 해안절벽 1만6190m²가 2009년 천연기념물 501호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고 가치가 높은 섬이 말도다. 보농도와 말도가 연결될 인도교를 지나면서 맥돌이 현상을 다시 한번 보게되는데 너무 신기할 뿐이다.

보농도에서 말도로 넘어가면 끝없이 전개되는 데크 계단에 ‘헉’ 하는 곡소리가 난다.

지인 형님이 이 곳에서 체력이 방전되기도 했다. 동백나무 숲 사이로 계단길을 따라 오으면 기도원이 보인다. 왠지 기분이 으스스 해지는 곳이다. 형님이 옛 조상들의 유배지로 사용했다는 얘기도 있을 만큼 숲은 깊고 육지와 가장 먼 바다이기에 충분히 그럴만할 것 같았다.

말도는 다른 섬과 완전히 차이를 느끼는점은 동백 군락지와 나무들이 엄청 크고 숲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형님과 말도 식당에 가서 말도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ㅠㅠ 안타깝게도 재료 소진으로 라면 밖에 없다 하신다.

말도 식당에서 먹은 라면

그래도 괜챦다고 라면을 주문하고 사이다와 콜라는 추가했다.

암 수술 후 사이다도 처음이고, 라면도 처음이라고 한다. 오전에 먹은 호떡도 처음이라 하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는데.. 눈치를 채셨는지 괜챦다고 정말 일년만에 먹게되어 너무 기대된다고 하신다.

여하튼 정말 라면에 밥까지 말아서 먹은 후 우리는 말도 선착장에 내려가서 배를 기다렸다 타고 장자도로 다시 나왔다.

말도 선착장 이정표

명도에서 보농도 그리고 말도까지 대략 10km 정도 걸었다.

형님은 오랜만에 산행을 해서 피곤하다 하셨지마 너무 즐거운 트레킹이라고 덕분에 명도까지 방문해서 넘 좋았다고 한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우리는 2시 25분 말도-장자도 배를 타고 3시 전에 장자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주차한 차에 가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따뜻한 커피 한잔씩 주문하고는 서울로 천천히 오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면서 올라왔다.

새벽부터 12시간 이상을 함께 하면서 개인 이야기, 사업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을 나누었고 가끔이라도 이렇게 트레킹을 같이하자고 했다.

형님이 웃는 얼굴이 되어 집에 도착했을 때 몸은 조금 피곤하고 하루를 다 보냈지만 그냥 좋았다.

필자 역시 형님을 통해 개인 이야기, 사업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누군가와 자연에서 대화가 이렇게 편하고 즐거운지 알게한 섬트레킹이 되었다.

에필로그: 섬이 가르쳐준 지혜

필자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기에 늘 사업 관련 여러 사람들과 관계하고 있다. 매번 비즈니스에서 이타적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제 조금은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안다고 할까? 매월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 필자를 되돌아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산에 가기도 하고, 섬에 가기도 한다. 특히 섬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해 주는 것 같다.

현재까지 매달 새로운 섬을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될 것 같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이들과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섬이 가르쳐준 '천천히, 그리고 넉넉하게 때로는 깊이 있게' 라는 철학은 나의 산행과 섬투어의 철학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다음 섬 여행을 계획하며 미소 짓는다. 어떤 새로운 깨달음과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지, 그 설렘과 기대감이 나의 건강과 비즈니스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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