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스테이블코인의 생활화 앞당긴다

by 꽃돼지 후니

2025년 상반기, 동남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단순한 암호자산 유통 단계를 넘어 결제·송금·투자 인프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이 지역의 금융 실험을 이끄는 한편, 현지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제도화 논의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가 사용률 상위 3대 시장으로 자리잡았고, 싱가포르와 태국은 규제 친화적 환경을 토대로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확대하며 아시아 전체 스테이블코인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하거나 해외 노동자 송금이 많은 나라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을 통해 송금·결제·급여·자산보존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 목적.png 스테이블코인 사용 목적 - 출처:CoinLaw.io

싱가포르: 제도권과 실생활을 잇는 ‘허브’

싱가포르는 스테이블코인을 국경 간 기업결제를 넘어 소매·관광 등 일상 시나리오까지 확장하고 있다. USDC와 싱가포르 달러 연동 XSGD는 기업 API와 결제 시스템에 폭넓게 통합돼 다국적 기업의 자금 이동을 지원하며, 메트로 백화점 등은 USDT·USDC 결제를 직접 수용한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감독하는 StraitsX XSGD는 2025년 기준 시총 1,100만 달러, 누적 거래량 80억 달러를 돌파하며 안정적 규제 프레임 속에서 성장 중이다.


홍콩: 무역·OTC 시장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경제

홍콩에서는 수출업체와 개인 사용자가 은행 송금 지연·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USDT·USDC를 널리 활용한다. 중국 고객과의 무역 결제용 USDT 거래량은 2021년 이후 5배 이상 늘었으며, 2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과 250개 이상의 온라인 서비스로 구성된 OTC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홍콩 달러 시스템 밖의 결제 채널을 형성하며 국경 간 무역의 핵심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 비공식 채널이 만든 병행 금융 시스템

베트남은 규제 미비에도 P2P·OTC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유통이 활발하다. USDT는 프리랜서 소득 정산·소액 해외 송금·자산 보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2025년 상반기 베트남 국제 송금의 7.8%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처리됐다. 바이낸스 P2P·텔레그램 OTC 등 비공식 채널에서 3~5% 프리미엄을 유지하며, 자본 규제가 강한 환경에서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필리핀: 지갑 중심의 송금·결제 통합

필리핀은 세계 5대 송금국 중 하나로, 전자지갑과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통합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GCash는 USDC를 공식 통합해 사용자가 손쉽게 충전·결제할 수 있게 했으며, Grab은 Triple-A 및 PDAX와 제휴해 암호화폐 충전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는 필리핀 내 스테이블코인이 송금·소비·소득 정산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안전 자산에서 고빈도 결제로

인도네시아는 18~30세 젊은 투자자가 60% 이상을 차지하며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증했다. USDT·USDC는 환율 변동 헤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발리 등 디지털 노마드 밀집 지역에서는 오프라인 결제까지 확산됐다. StraitsX의 XIDR, Rupiah Token(IDRT) 등 루피아 연동 스테이블코인도 국경 간 결제와 DeFi 시나리오에 사용되며 현지 통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태국: 관광·수출 산업의 새로운 결제망

태국은 규제 친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 및 관광 결제가 늘고 있다. 시암상업은행은 USDT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일부 고급 호텔은 USDT·USDC 결제를 허용한다. “암호화폐 결제 샌드박스”를 통해 관광객이 디지털 바트를 QR 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범 운영도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 투자·가치저장 진입자산

말레이시아는 암호화폐 보유율이 60%에 달하며, 스테이블코인은 자산 배분과 단기 가치 저장 수단으로 진화 중이다. BLOX가 출시한 링깃 연동 MYRC는 베타 단계이지만, 규제 내에서 점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역 통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상

미 달러 기반 USDT·USDC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아시아 각국은 통화 주권 강화를 위한 현지 통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 XSGD, 베트남 VNDC, 필리핀 PHT·PHPX, 인도네시아 IDRT·XIDR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규제 프레임 내에서 결제·송금·투자 등 실질 사용처를 확대하며,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는 이미 ‘생활형 스테이블코인’ 단계로 진입했지만, 한국은 아직 법제화 논의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은 늘고 있지만, 제도적 로드맵과 실증사업은 더디다. 각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포용·국경 간 결제·투자 인프라로 통합하는 동안 한국이 법제화와 시장 진입을 지연한다면 기술·시장 주도권을 잃을 위험이 크다.


동남아시아는 스테이블코인을 생활화한 최초의 글로벌 실험장으로, 미국 달러 연동 자산과 현지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며 금융·결제 인프라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단순한 규제 논쟁을 넘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와 실사용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향후 10년 한국 금융 주권과 디지털 경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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