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뱅킹 시대가 온다

새로운 금융혁명의 문턱에서

by 꽃돼지 후니

은행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자본주의와 금융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던 은행조차 이제는 새로운 파도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 파도의 이름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이다.

2025년, 미국 정부는 GENIUS Act 통과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안에 편입시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디지털 도구” 정도로 취급되던 스테이블코인이 이제는 합법적이고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다. 이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금융 혁명의 신호탄이다.

이제 전 세계 정부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 한국은 이미 독자적인 규제체계를 마련했고, 유럽은 MiCA를 정교화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고 있다. 한 국가의 결정은 곧 글로벌 파급력을 갖는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송금과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는 곧 경제적 고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은행의 아이러니: 수세적 방어에서 최초의 혁신자로

은행의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은 여러 번 있었다. 17세기 런던의 금세공업자에서 비롯된 근대 은행 시스템, 20세기 브레튼우즈 체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양적완화 정책. 그러나 역설적으로, 은행이 금융 혁신의 주도자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은행은 늘 규제, 정부, 또는 기술 기업이 만든 파도를 ‘늦게 따라잡는’ 존재였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다르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스테이블 뱅킹(Stable Banking) 모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이 스스로 혁신의 불을 지피는 최초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신뢰다. 스테이블코인의 근간이 결국 ‘1:1 담보와 신뢰’라는 점에서, 은행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발행자이자 운영자가 된다. 전통적인 예금·대출 기능이 디지털 토큰화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은행은 스스로 자금의 흐름을 잃지 않기 위해 혁신을 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신호탄, 전 세계의 대응

미국이 규제의 문을 열자, 전 세계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은행은 이미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 은행은 홍콩·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역내 거래 결제용 스테이블뱅킹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다.

신흥국 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우회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우려 또한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급속히 확산되면 전통적 예금이 줄고, 이는 은행의 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 즉, 예금 기반 모델의 근본적 재편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새로운 고객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은행은 빠르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향후5년 현금 사용 비율 _씨티은행 보고서.png Citi Securities Services Evolution 2025 백서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토큰화된 화폐의 주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

스테이블코인 이펙트: 산업혁명, 아이폰, ChatGPT와 같은 충격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단순한 결제 혁신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뒤흔드는 ‘스테이블코인 이펙트’다.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과 생산 방식을 바꿨듯, 스테이블코인은 자본의 이동과 금융 인프라 자체를 재설계한다.

아이폰이 통신, 미디어,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듯,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결제·송금·투자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꾼다.

ChatGPT가 인공지능을 일상 속 대화의 수준까지 끌어내렸듯,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을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재로 만든다.


여기에 최근 등장한 USDe와 알파코인 계열의 성장은 기존 질서를 더욱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알고리즘 기반, 혹은 새로운 담보구조를 갖춘 이들 신흥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의 다양성과 속도를 배가시키고, 기존 산업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다. 국가의 통화 주권, 금융 안정성, 달러 패권, 신흥국의 생존 전략까지 얽힌 지구적 게임 체인저다.


스테이블뱅킹 시대의 문을 연다

“스테이블뱅킹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다. 은행은 처음으로 혁신의 주체로 나서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신뢰라는 인프라를 규제와 제도화를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5년, 은행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기존 예금 기반의 안정적 모델을 고수하다 시장을 잃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스테이블뱅킹의 미래를 설계해 새로운 금융 질서를 주도할 것인지.


필자인 제가 확신하는건 스테이블뱅킹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현실이며, 산업혁명과 아이폰, 그리고 ChatGPT가 그랬듯 앞으로 수십 년간 인류 사회의 금융·경제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역사의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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