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TF 출범이 의미하는 것과 향후 과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언급했듯,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이미 700만 명을 넘어섰고 평균 거래금액은 최소 6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에 달한다. 주식·코인을 병행하는 멀티 자산 투자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기존 금융 법제만으로는 새로운 자산 시장을 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TF 출범의 가장 큰 배경이다.
미국 SEC는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 심사 완화, 현물 ETF 승인, 스테이블코인 지침 마련 등 혁신 면제 규정을 통해 새로운 금융 상품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직연금 401(k)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추진하며 제도권 편입을 공식화했다.
일본은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이미 허용했고, 싱가포르는 XSGD·XIDR 등 현지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상업 결제와 국경 간 송금에 활용하고 있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들은 현지 지갑·간편결제 플랫폼과 스테이블코인을 빠르게 통합하며 ‘생활 속 디지털 자산화’를 실현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둘러싸고 은행 중심의 보수적 논의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감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규제 샌드박스·혁신 면제 없이 기존 금융 틀 안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태도가 뚜렷하다.
디지털자산 TF가 단순한 보호법을 넘어 진정한 혁신 법안을 마련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핵심이다.
1. 규제 혁신과 속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에 관한 명확한 라이선스 제도 도입 은행 중심 발행뿐 아니라 핀테크·블록체인 기업이 참여 가능한 다중 주체 구조 설계 미국처럼 ‘혁신 면제 규정’(Innovation Exemption)을 도입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신속히 실행
2. 토큰노믹스 기반의 자산화 주식·채권·부동산·미술품 등 모든 금융 자산의 토큰화를 허용하고, 거래·청산·커스터디를 디지털 자산
인프라 와 연계 로빈후드가 추진 중인 주식 토큰화 모델처럼 24/7 글로벌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
3. 소비자 보호와 투명성 스마트컨트랙트 감사, 준비금 100% 공개, 실시간 회계 검증 의무화 예치·대출·스테이블코인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 차단할 감독 체계 마련
은행 중심을 넘어서는 개방적 생태계
현행 논의는 대부분 ‘은행 주도 발행’을 전제로 하지만, 글로벌 스테이블코인·DeFi 시장의 교훈은 다양한 참여자와 오픈소스 기반의 경쟁이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XSGD, 미국의 USDC는 은행·핀테크·거래소가 동시에 참여하는 생태계에서 성장했다. 한국 역시 은행이 독점하는 폐쇄적 모델이 아니라, 핀테크·지갑 서비스·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송금·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민주당 TF가 제시한 연내 법안 제정 목표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디지털 자산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지, 아니면 외국 플랫폼의 고객으로 남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민주당의 디지털자산 TF 출범은 한국이 세계 디지털 금융 질서 재편에 참여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은행·비은행 간 이해관계에 머무르지 말고, 개방적·혁신적 법제화와 후속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실행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