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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접근 현황

전통 금융과 빅테크가 디지털자산 시대의 문 앞에서 마주한 현실

by 꽃돼지 후니

스테이블코인 합법화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동안 루나·테라 사태의 충격으로 멈춰섰던 한국의 디지털자산 논의는 글로벌 경쟁 압력과 시장 성장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놀랍게도 스타트업도, 거래소도 아닌 전통 금융회사들이었다.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까지 금융권의 거의 모든 조직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TF를 만들고, 빅테크와 제조 대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고 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누가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왜 한국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에 몰입하는가

은행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다.
그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다음 세 가지를 의미한다.


① 결제·송금 시장의 구조적 ‘패러다임 전환’

스테이블코인은 전통 금융 인프라를 우회해 즉시 결제·초저비용 송금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은행들의 가장 안정적이고 독점적이었던 영역을 흔드는 요소다.


② 예금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협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탈예금형 자금 이동’의 중심에 있다.
예금으로 들어갈 돈이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은행은 더 이상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자동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③ 빅테크가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최소한의 주도권 확보 필요

네이버·카카오·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플랫폼·지갑·전자상거래·결제 생태계를 모두 갖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합법화되는 순간, 가장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주체는 은행이 아니라 빅테크라는 사실을 은행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은행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신사업 탐색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조용한 전쟁”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한국 은행들의 실제 움직임: 컨소시엄 중심의 조용한 경쟁

KB·신한·하나·우리 — 네이버·카카오·삼성전자와의 연대 강화


금융권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 유통 채널이라는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아무리 은행이 코인을 발행해도 실제로 사용할 사용자가 없으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은행들이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이 바로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다.

각 기업이 가진 강점을 보면 왜 은행들이 이들을 선택했는지 명확하다.

은행이 주목하는 기업.png


은행 내부 관계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은행이 홀로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고 해서 아무도 쓰지 않는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같은 플랫폼과 결합해야 유통이 열린다.”

즉,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카드는 은행 + 빅테크 + 제조 대기업의 삼중 구조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은행별 전략: ‘누가 먼저 시장을 열 것인가’

시중은행 진행현황.png

① KB국민은행 — KRW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선점

‘KRW’를 활용한 17개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등록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브랜드 선점 전략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기업과 지분 관계 구축

은행권 중 가장 공격적인 사전 포지셔닝이다.


② 신한금융 — 글로벌 실험 중심 전략

신한은 ‘합법화 이후’가 아니라, 법제화 이전부터 실사용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있다.

자체 앱에서 스테이블코인 송금·결제 실험

베트남·일본 SBJ은행 등 해외 계열사를 연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유통 가능성 검토

신한은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국내용이 아니라, 국경 간 결제와 무역금융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가정을 실제 실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③ 하나금융 — 그룹 통합 TF로 방향성 집중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직속으로 디지털자산 TF를 신설하며 조직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은행·증권·카드 등 계열사를 모두 결합

디지털자산 결제·자본시장·커스터디·블록체인 인프라를 그룹 단위의 전략 자산으로 정의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결제 수단이 아니라, 금융 전반의 ‘인프라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나은행 디지털자산.jpg

④ 우리금융 —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의 대표 디지털 지갑 ‘삼성 월렛’의 단독 운영 파트너가 되었다.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 삼성전자일 수 있다는 분석 속에서, 우리금융은 삼성과의 연계를 통해 하드웨어 기반 Web3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리은행 삼성월렛.png


왜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보다 더 큰 전략으로 보는가

한국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음 두 가지에 집중돼 있다.


①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디지털 자산 결제 레일의 표준 통화”가 된다

일본 JPYC 대표가 말했듯,
“AI가 결제까지 수행하는 시대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기본 통화가 된다.”

신용카드·계좌 기반 결제는 AI가 다루기 어렵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API 기반, 실시간 검증 가능, 스마트컨트랙트와 결합이 쉽다.

AI가 경제 활동을 수행하는 시대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자연스럽다.


② 스테이블코인은 ‘예금 + 결제 + 송금’을 동시에 대체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체로:

실시간 결제 인프라

글로벌 송금 수단

예금형 코인 금리 모델(수익형 스테이블코인)


이 모두를 품는다.은행에게 스테이블코인은 “우리가 독점한다고 생각했던 금융 기능 대부분이 재구축될 수 있다”는 위협이자 기회다.


한국이 늦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 이미 보이는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침투 속도’

현재 한국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은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USDC)이다.
이는:

"결제 주도권, 국제 표준, 글로벌 송금 네트워크, 개발자 및 서비스 생태계"


이 모두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스테이블코인 JPYC 역시 “한국이 늦어지면 기술·규제·사용자 모두 해외 코인에 종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이 법제화를 늦추고 있는 사이,

미국은 CLARITY Act·GENIUS Act로 규제 프레임 정비

홍콩은 e-HKD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허용

일본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완성

싱가포르는 이미 국제 스테이블코인 표준 참여


한국만 ‘리스크’를 이유로 속도를 늦추면, 결국 한국형 코인은 나오기도 전에 해외 코인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은행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 법과 산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금 한국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합법화 이후 누가 첫발을 내딛느냐”를 두고 숨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쟁은 단순히 신사업이 아니라,

한국 금융의 미래 통화

AI 시대의 결제 표준

글로벌 디지털 경제권 참여권

데이터 기반 금융 주도권

국가적 지불 인프라 경쟁력


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게임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할지 말지’의 선택이 아니라, “누가 주도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한국의 전통 금융사들은 지금도 조용히 준비하고 있으며 이제 남은 것은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시장에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여는 것뿐이다. 더 늦추면, 시장은 한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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