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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암호화폐 ETF

은행·운용사·기관의 새로운 경쟁 구도

by 꽃돼지 후니
빈센트 미국 재무부.png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11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가상자산 ETP의 스테이킹을 허용하는 신규 지침을 발표했다. [출처=엑스(X)]

2025년 11월, 미국 재무부와 IRS가 발표한 Revenue Procedure 2025-31은 암호화폐 ETF 산업의 게임 체인저였다. 특히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기반 ETF가 합법적으로 스테이킹 보상을 투자자에게 분배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가 열린 것이다.

이제 ETF 운용사는 단순히 가격 상승에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하여 스테이킹 수익(연 3~7%)을 투자자에게 나누어주는 ‘생산적 자산’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는 곧 암호화폐가 ‘금’처럼 보유하는 자산에서, ‘이자와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자산’으로 재평가되는 순간이다. 이 흐름은 당연히 한국 금융시장에도 강력한 파급력을 미친다.

미국이 법제화로 길을 열었고, 홍콩과 싱가포르가 이미 제도권 ETF 상장을 추진 중이라면 한국 또한 “암호자산 ETF 제도화”는 시간문제다.


한국형 암호화폐 ETF의 등장 가능성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암호화폐 ETF 출시를 검토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ETF 운용사들과 협력 중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파트너와 연계한 암호화폐 지수 ETF(가상자산 인덱스 ETF) 를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KB자산운용 등도 내부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상품화를 위한 POC를 진행 중이다.


즉, 미국과 홍콩의 제도화가 한국 운용사들의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과거에는 암호자산 상품이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제도권 ETF’라는 명확한 모델이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형 암호화폐 ETF는 2026년 안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과 운용사의 새로운 경쟁 구도

이 변화는 단순히 ETF 산업의 확장만이 아니다. 기존 은행의 예대차 구조와 예금 시장에도 직격탄이 된다.

지금까지 고객은 은행에 예금해 연 3~4%의 이자를 받았다.
그러나 스테이킹 기반 암호화폐 ETF는 연 5~7% 수준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고객이 ‘은행 예금 대신 ETF를 예금처럼 운용’할 유인이 충분하다.

결국, 은행은 “고객 예금 유출 리스크”에 직면한다.


스테이블코인에 이어, 이제는 “스테이킹 ETF”가 예금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즉, 예금 금리가 3%인데 ETF가 연 6%를 준다면, 고객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은행의 고정 예금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과 ETF의 융합 —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 ETF가 결국 하나의 생태계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KRWc)이나 달러 기반 디지털 통화(USDC)가 ETF 투자와 연결되면, 실시간 결제와 투자 간 경계가 사라진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은행 앱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ETF를 실시간 매수하고,

그 ETF가 스테이킹으로 발생한 보상을 매일 자동으로 분배받으며,

그 수익이 다시 자동으로 재투자되는 구조.


이는 기존의 예금 + 펀드 + 결제를 모두 통합한 “Stable Banking ETF 생태계” 로 진화할 수 있다.


미국의 블랙록(BlackRock),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은 이미 이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프랭클린 템플턴은 온체인 펀드(Franklin OnChain U.S. Government Money Fund) 를 운영하며, 펀드의 토큰 단위 거래가 가능하게 만들어 “ETF의 블록체인화” 를 실현 중이다.


한국 금융의 새로운 균열 — ‘예금 경쟁’의 시대

한국형 암호화폐 ETF가 상장되면 기존 은행과 운용사 간의 경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돈을 예치하는 곳”이 아닌 “돈이 일하는 플랫폼”이 승자가 되는 시대다.


은행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① 자체 디지털자산 운용 상품을 만들거나,
②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투자 연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이미 하나금융, 신한금융, KB금융은 내부적으로 디지털자산 TF를 운영하며 스테이블코인, STO, 디지털펀드 등으로 새로운 자산 관리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결국, 암호화폐 ETF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은행 고객의 예금을 이동시키는 도화선’ 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 암호화폐 ETF의 의미

미국이 제도화를 통해 기관과 ETF 운용사를 끌어들였다면 한국은 그 흐름을 “디지털 자산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암호화폐 ETF는 다음 세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관의 참여 확대 — 공적 자금이 디지털 자산 생태계로 들어온다.

시장 신뢰 회복 — ETF 구조는 기존 코인시장보다 훨씬 투명하고 안정적이다.

금융산업의 재편 — 은행, 운용사, 증권사 모두 “토큰경제 기반의 수익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투자상품의 등장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머니의 본격적 제도화”이자, “기존 예금경제의 붕괴”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점

한국형 암호화폐 ETF가 도입되면 자산운용사와 은행은 “이자”가 아닌 “참여와 유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ETF는 단순한 펀드가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는 새로운 금융기관(Financial Node) 이다.


이제 금융의 본질은 이자율이 아니라 참여율(Participation Rate) 로 바뀌고 있다.

2026년, 한국은 이 변화의 한복판에 서게 될 것이다. 이제는 ‘금리의 시대’가 아니라, ‘네트워크 수익의 시대’다. 한국형 암호화폐 ETF의 등장은 한국 금융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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