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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납회산행 및 새 집행부 이취임식

청계산 눈꽃 아래서 이어진 감사와 위로,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꽃돼지 후니

행경산악회의 시간은 늘 산과 함께 흘러왔다.
돌이켜보면 2019년, 1대 이의근 산악회장님과 함께했던 설악산 산행이 모든 시작이었다. 그 산행 이후 나는 2020년, 여러 선배들의 추천으로 2대 산악대장을 맡게 되었고, 이후 2대·3대 회장님을 모시며 산악대장으로서의 역할을 이어왔다.

그 이후 매년 연간 산행 계획을 세우고, 크고 작은 변수와 상황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회원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산행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약속이었고, 그 약속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신뢰였다. 그렇게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행경산악회는 더 단단한 공동체가 되어 있었다.

비에서 눈으로, 위로로 바뀐 청계산의 하루

2025년 12월 13일, 4대 회장 이취임식이 함께 진행되는 납회산행은 청계산에서 열렸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지만, 이미 준비된 우비와 우산 덕분에 산행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비는 이 날의 산행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서곡처럼 느껴졌다.

산에 오르며 내리던 비는 어느 순간 눈으로 바뀌었다.
청계산 숲 사이로 내려앉은 눈은 상고대가 되어 나뭇가지에 피어났고, 우리는 뜻밖의 설산 산행을 마주하게 되었다. 도심 가까운 청계산에서 만난 눈꽃 풍경은 그 자체로 큰 선물이었고, 이 날의 산행이 단순한 납회산행이 아니라 위로의 산행이 되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 순간 이 눈이 하늘이 보내준 메시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행경산악회를 이끌어 주신 3대 회장님을 위한 하늘의 선물,
그리고 올해 6월 산행 중 사고로 우리 곁을 먼저 떠난 故 서광익 대표를 향한 위로의 징표처럼 느껴졌다.

“모두 행복하시고, 즐거운 산행 되세요.”
그날의 산은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익숙한 길, 더 깊어진 마음 – 옛골 하산길

매봉 정상에서 단체사진과 개인 사진을 남긴 뒤, 하산은 늘 그래왔듯 행경산악회가 청계산을 오를 때마다 내려오던 옛골 방향으로 진행했다.
이 길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날만큼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산과 산 사이로 이어진 숲길은 고요했고, 눈이 내려앉은 풍경은 마치 눈 내린 화원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평온했다. 누군가는 말없이 걷고, 누군가는 짧은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받아들였다.

그 하산길은 한 해를 정리하는 길이자,
마음을 내려놓는 길,
그리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길이었다.


조용히 준비했지만, 완벽했던 이취임식

올해 이취임식은 조용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사무총장에게 미리 전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그리고 “완벽한” 행사였다.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잘 짜인 식순, 참석해주신 회원들의 진심 어린 축하와 위로의 인사, 그리고 무엇보다 흐트러짐 없는 진행까지. 그 모든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수고와 배려가 담겨 있었다.

이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3대 회장님이 4대 회장에게 산악회 깃발을 전달하는 순간이었다. 그 깃발에는 지난 2년간의 헌신과 책임, 그리고 묵묵히 이어온 봉사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함께 전달된 감사패 역시 형식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감사였다.

2년 동안 행경산악회를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해주신 3대 회장님, 그리고 함께 애써주신 운영위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여러분의 헌신이 있었기에 행경산악회는 지금의 안정과 신뢰를 만들어올 수 있었다.

위로를 지나,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이취임 인사와 축사가 이어진 후, 2026년 산행 슬로건 “행산행우(行山幸友)”, 그리고 산행 원칙 “행산·즐산·안산”, 2026년 연간 산행 일정이 공식적으로 공유되었다.

행산행우(산에 오르니 행복하고, 동료가 함께해서 더 행복하다)라는 말은 어쩌면 이 날의 산행과 이취임식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었다.


공식 일정이 마무리된 후 일부 회원들은 먼저 귀가했고,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새롭게 구성된 4대 집행부는 몇몇 회원들과 함께 2차 자리를 이어갔다. 그 자리는 계획된 자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진 자리였고,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3대 집행부 때와 달리, 이번에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운영위원 인원 부족을 걱정하던 상황에서, 18기 두 분과 13기 두 분이 자발적으로 운영위원 합류 의사를 밝혀주셨다. 순식간에 인원 부족이 인원 과다가 되었고, 그 장면은 이 산악회가 여전히 살아 있고, 건강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헌신을 보고 스스로 나서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모인 조직은 분명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2026년은 유난히 더 활기차고, 더 적극적인 행경산악회가 될 것 같다는 아주 좋은 예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눈꽃 산행이 남긴 것

2025년 납회산행은 단순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정이 아니었다.
그날의 청계산 눈꽃 산행은
감사의 산행이었고,위로의 산행이었으며,다시 시작하는 산행이었다.

먼저 하늘로 떠난 회원을 마음으로 배웅했고,묵묵히 헌신해온 회장단과 운영위를 진심으로 감사했으며,
새로운 집행부와 함께 다음 길을 바라보았다.


산은 늘 말이 없지만,
그날의 산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행경산악회는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조용하지만 깊게, 즐겁지만 안전하게, 산에서 건강을 찾고, 동행에서 힘을 얻으며,
서로의 삶과 사업을 응원하는 공동체로.

2025년의 마지막 산행은 그렇게 눈꽃 아래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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