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면역은 회의실이 아니라 햇빛에서 올라간다
CEO로 살다 보면, 삶이 늘 “상시 비상체제”다.
회의는 끝나지 않고, 보고는 쌓이고, 규제는 바뀌고, 금리는 내려갈 듯 안 내려가고, 환율은 마음대로 춤춘다. 직원들 표정도 살펴야 하고, 고객도 챙겨야 하고, 투자자도 설득해야 한다. 그 와중에 “내 몸”은 늘 마지막 순서로 밀린다. 우리가 CEO가 되면서 얻은 능력 중 하나가 있다면, 통증을 무시하고 버티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은 솔직히, 이걸 “마음이 약해서”라고만 보기 어렵다.
고강도 스트레스 환경은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면역력 저하, 감염 증가, 수면 장애, 심혈관 위험까지 동반되는 전신 건강 이슈가 맞다. 스트레스가 길어지면 코르티솔·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그 상태가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며, 저강도 만성 염증을 만든다는 건 이제 꽤 명확해졌다. 쉽게 말하면, 회사 리스크를 관리하느라 내 몸 리스크가 누적되는 구조다.
그래서 오늘, 행경산악회 4대 산악회장(겸 산악대장)인 제가 우리 원우님께 한 가지를 딱 말하고 싶다.
“밖에 나가는 시간 늘려라.”
이건 감성 구호가 아니라, CEO에게 필요한 전략이다.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결론적으로 “결정”이다. 그리고 CEO의 결정은 대부분 정답이 없는 문제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매일 풀다 보면, 뇌는 계속 “위기 모드”에 들어간다. 단발성 긴장이 아니라, 기본 세팅이 항상 위기 모드가 된다. 그게 만성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길어지면 뭐가 오나.
감기부터 먼저 온다. “환절기라서요”라고 말하지만, 사실 환절기는 핑계고 핵심은 회복 탄력성의 하락이다. 스트레스가 길어지면 면역세포(T세포·NK세포) 기능이 떨어지고, 항체 생성이 줄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면역 불균형 상태가 된다. 그래서 감기에 더 자주 걸리고, 걸리면 회복도 길다. “나이 탓”도 일부 있겠지만, CEO에게는 특히 스트레스 탓이 크다.
여기에 우울·불안이 섞이면 더 재미있어진다. 재미있다는 건 물론 나쁜 의미다.
우울·불안이 면역계를 흔들고, 그 결과가 다시 몸으로 돌아와 만성 피로, 통증 민감도 증가, 소화장애, 두통, 심혈관계 부담으로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정신 문제냐 신체 문제냐”를 나눌 새도 없이, 그냥 전부 문제가 된다.
CEO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잠 좀 줄여서 버티면 되지.”
근데 사실은 면역·대사·뇌 기능을 갉아먹으면서 버티는 것이다. 밤에도 코르티솔이 잘 떨어지지 않아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고, 깊은 수면 구조(N3, REM)가 깨진다. 그 상태가 계속되면 면역 방어력이 더 떨어지고, 다시 감기와 피로가 반복된다. 악순환이다. 회사에서 말하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 번아웃)”이 몸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CEO의 건강은 늘 “거창함”에서 망한다.
해결책은 아주 단순한 데서 출발한다.
“햇빛 좀 보세요.”
이 말을 들으면 우리는 이렇게 반응한다.
“그걸 누가 몰라요. 근데 시간이 없잖아요.”
맞다. 시간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우선순위다.
CEO에게 햇빛은 ‘여유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없을수록 해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에서 비타민 D를 만드는 능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같은 햇빛을 받아도 젊을 때만큼 잘 합성되지 않는다. 비타민 D는 뼈·근육의 기본일 뿐 아니라 면역 조절·염증 반응과도 연결된다. 이 말은 결국, 나이가 들수록 더 의식적으로 햇빛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햇빛의 가치가 비타민 D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낮에 야외에서 빛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우울감·무기력·불안이 낮고, 수면 리듬이 안정되는 경향이 반복해서 보고된다. 특히 낮 동안 빛 노출이 충분하면 잠드는 시간이 앞당겨지고, 밤에 덜 깨며, 깊은 수면 구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
CEO에게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의사결정 품질이다.
잠이 깨지면 감정 조절이 흔들리고, 회복력은 떨어지고, 결정은 조급해진다. 회사에서도 “리듬이 망가진 조직은 사고 난다”고 하는데, CEO 몸도 똑같다. 리듬이 망가지면 몸이 사고를 낸다. 그게 감기든, 고혈압이든, 불면이든, 어떤 형태로든 온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말한다.
밖에 나가는 시간 늘려라.
햇빛을 보라. 바람을 맞아라.
이건 멋이 아니라 생존이다.
회원들 중에 이런 분들이 있다.
“재장님, 저는 시간이 없어 헬스장을 못 가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헬스장 안 가도 됩니다. 밖에만 나가세요.”
연구들을 보면, 꼭 격한 운동을 해야만 수면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집 근처를 30분 걷는 수준의 야외 활동만으로도, 그날 밤 수면 효율과 다음날 개운함이 달라진다. 중·노년층에서는 규칙적인 걷기·가벼운 등산·스트레칭 같은 활동이 수면과 삶의 만족도를 고르게 끌어올린다는 결과도 많다.
우리가 원하는 건 “바디프로필”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버티는 몸, 회복하는 몸, 결정이 흔들리지 않는 몸이다. CEO는 결국 장기전이다. 장기전에서 이기는 건 순간 스퍼트가 아니라 루틴이다. 루틴은 단순해야 한다.
아침이나 오전에 20~40분 걷기
주 1~2회 가까운 뒷산 1~2시간
가능하면 차 대신 도보·대중교통을 섞기
월 1회 행경산악회 꼭 참석하기
이 정도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핵심은 “완벽한 운동”이 아니라 “꾸준한 노출”이다.
여기서 행경산악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리 산악회가 왜 의미가 있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이다.
CEO들은 대체로 외롭다.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수록, 속 얘기를 할 사람은 줄어든다.
결정은 혼자 내리고, 책임도 혼자 진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안쪽으로 쪼그라든다. 그게 스트레스를 더 키운다.
그런데 산에서는 이상하게 말이 나온다.
정상에서가 아니라, 오르막 중간에서 나온다.
숨차서 진심이 나오고, 걸으면서 방어가 풀린다.
“요즘 힘들다”는 말이, 회의실에서는 어려운데 산길에서는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대화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실제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우울-면역의 악순환을 끊는 데는, 수면·햇빛·움직임과 함께 사회적 연결이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거창하게 “사회적 지지 시스템”이라고 부르지만, 산에서는 간단하다.
동료가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게 “면역”이 된다.
그래서 행경산악회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회원들이 산을 통해 건강을 찾고, 좋은 기운을 받고,
서로의 사업이 잘 되도록 응원하고 연결해주는 공동체.
나는 요즘 이렇게 정의한다.
산은 돕고, 동료는 끈다.
산은 우리에게 기운을 주고, 동료는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우리 행경산악회에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대박 기운 받으러 가자.”
이 말이 농담 같지만, 사실 절반은 진심이다.
사업은 결국 컨디션 싸움이다.
컨디션이 좋으면 판단이 빠르고, 사람을 잘 보고, 기회를 잡는다.
컨디션이 무너지면 사소한 일에 예민해지고, 결정이 느려지고, 관계가 상한다.
즉, CEO의 대박은 운만이 아니라 신체적 기반이다.
햇빛을 보고, 바람을 맞고, 몸을 움직이고, 잘 자고, 대화를 나누는 것.
이 기본이 쌓이면, “대박 기운”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다.
행경산악회는 그걸 1년 내내 구조화해서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의 슬로건이 더 의미가 있다.
행산행우(行山幸友)
산에 오르니 행복하고, 동료가 함께 해서 더 행복하다.
이 문장은 감성 문구가 아니라, CEO들의 생존전략이다.
회원 여러분,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올해는 “운동해야지”라는 다짐 말고, 딱 이것만 해주세요.
밖에 나가는 시간을 늘리자. 햇빛을 보는 시간을 늘리고, 움직이는 시간을 확보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늘리자
그리고 이걸 거창하게 하지 말자.
CEO가 거창하게 시작하면 대개 2주 뒤에 “급한 일정”이 들어오고 끝난다.
우리는 거창함 대신, 기본값을 바꿔야 한다.
밖으로 나가는 게 기본값.
걷는 게 기본값.
햇빛을 보는 게 기본값.
사람을 만나는 게 기본값.
이 기본값이 바뀌면, 6개월 뒤 컨디션이 달라지고
1년 뒤 건강이 달라지고
3년 뒤 삶의 질이 달라진다.
CEO에게 이 정도면 거의 초고수 투자다.
원금 손실 가능성도 낮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내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경산악회 회장겸 산대장으로서 한 줄만 더 한다면
올해도 산은 우리를 돕고, 동료는 우리를 끌 것이다.
그 시작은 아주 작다.
내일, 밖에 한 번 더 나가자.
대박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