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경영대학 이의근 이사장이 전하는 등산과 경영의 조화
햇살이 비치는 한양도성길을 오르며, 행복한경영대학 이의근 이사장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60대의 나이가 무색하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초롱초롱했다. 수십 년 전 처음 산을 오르던 그 시절의 설렘이 아직도 그의 가슴 한켠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했다.
"처음 산을 오른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이의근 이사장은 북한산으로 향하던 그날을 떠올렸다. 담임선생님의 제안으로 급우들과 함께 올랐던 그 산행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정상에서 마주한 광활한 풍경과 성취감은 어린 소년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것은 평생의 열정으로 이어졌다.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 논어 옹야편의 이 구절은 이의근 이사장의 인생 철학이 되었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이 가르침은 그의 경영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의 비결입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 만사형통하고, 사람을 믿고 서로 도우면 능히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죠."
1988년, 삼성반도체 연수과 시절의 기억은 특별하다. 신규라인 셋업요원 150명과 함께한 설악산 등반은 그의 리더십 철학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오색에서 시작해 대청봉에서 캠핑을 하고 천불동 외설악으로 이어지는 험난한 코스에서, 그는 교관으로서 전원의 안전한 완주를 이끌어냈다. "그때의 경험이 제게 가르쳐준 것은 진정한 팀워크의 힘이었습니다. 이후 그 팀이 삼성반도체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보며, 산에서 배운 교훈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등산은 그에게 깊은 통찰도 가져다주었다. "인생의 성취는 오르막에 있지만, 인생의 완성은 내리막에서 결정됩니다." 이 말은 그의 경영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다. 정상을 향한 도전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하산이 더욱 중요하듯이, 기업 경영에서도 성장과 안정의 균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월 평균 2~3회의 등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년 전 경기도 수지로 이사한 후에는 4~5년간 매주 주말마다 홀로 광교산을 올랐지만, 이제는 산악회의 일원으로서 함께하는 산행을 즐긴다. "좋은 분들과 함께 오르며 교류하고, 인생과 사업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광도 함께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한양도성길이 그의 주요 산행 코스가 되었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 길을 걸으며,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기곤 합니다. 접근성도 좋고, 운동 효과도 만점이죠." 이렇게 수십 년간 이어온 등산은 그의 경영 활동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산에서 얻은 세 가지 큰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첫째는 체력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입니다.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리더십이 나옵니다.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이만한 것이 없죠. 둘째는 산행 중에 만나는 다양한 분들과의 교류입니다. 그들의 경영 사례와 인생 이야기는 제 경영 활동에 큰 영감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배우는 겸손과 상생의 정신입니다. 좋은 풍광과 생명 활동의 경건함, 공생의 진리를 보면서 경영에 있어서도 사업과 사람에 대한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의 미래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 돌로미테와 캐나다 록키와 같은 해외 명산 등반을 꿈꾸면서도, 그는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는다. "우리가 누리는 자연의 혜택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후배 CEO들에게 그는 등산을 적극 추천한다. "등산만큼 개인의 심신 건강에 좋은 가성비 있는 활동이 없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경영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활동이죠." 안전하고 건강한 산행을 위해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병행할 것도 조언한다.
이의근 이사장의 삶은 등산과 경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여정이었다. 그가 산에서 찾은 지혜는 경영 현장에서 빛을 발했고, 경영에서 얻은 통찰은 다시 산행의 깊이를 더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로 가득한 그의 이야기는, 자연과 비즈니스의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한양도성길의 오후 햇살 아래,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힘차고 우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