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피플

by 낭만무애 후니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스쳐 지나간다. 그중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도 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인연도 있다. 나에게 그런 존재가 바로 ‘브릿지피플(Bridge People)’이다. 어느덧 16년 가까이 함께 인생을 이야기해 온 이 모임은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세대와 경험을 잇는 하나의 다리가 되었다.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호칭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직급이나 직책,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오직 주민등록상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형’, ‘누나’, ‘동생’, ‘친구’라고 부른다. 형은 동생에게 반말을 하고, 동생은 형에게 존중을 담은 편안한 높임말을 사용한다. 이러한 독특한 문화는 처음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대표나 작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지만, 호칭이 만들어내는 평등한 분위기 속에서 격식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만이 남게 된다.


이 모임에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공존한다. 가장 큰 형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모델, 배우, 대표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반면 30대의 동생들은 각자의 직장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세대는 다르지만,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나이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임의 공통된 관심사가 ‘건강, 학습, 그리고 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돈을 쫓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 때문인지,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 모임의 소문을 듣고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모임의 에너지에 잠시 위축되기도 하지만, 곧 형과 동생이라는 호칭 속에서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

KakaoTalk_20260309_215732217_19.jpg 2026년 3월 한옥파스터에서 모임

세월이 흐르면서 이 모임은 또 다른 특징을 갖게 되었다. 바로 ‘작가들의 모임’이라는 점이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16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의 멤버가 최소 한 권 이상의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다. 아직 책을 출간하지 않은 신규 회원들은 ‘잠재 작가’로 불린다.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지적 성장을 함께 이루어가는 모습은 이 모임의 큰 자산이다.

황성진 회장 책.jpg 2026년 4월 출간하는 현 황성진 회장의 책 표지

또한 작은 소모임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마라톤 모임을 비롯해 등산, 여행, 학습 등 다양한 활동이 삼삼오오 이루어지며 관계의 깊이를 더해간다.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는 매번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사람들이 어우러져 끝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함께하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 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는 낭만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나 역시 이 모임에서 3대 회장을 3년간 맡으며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형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동생들과는 새로운 시각을 공유하며, 친구들과는 인생의 기쁨과 고민을 나누었다. 때로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단순히 마음을 나누기 위해 만남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제 저녁 식사 자리였다. NO2 형님께서 건강과 공부, 그리고 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자신의 일에 가장 먼저 충실하고, 남는 시간에는 운동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삶을 즐긴다는 그의 철학은 참석한 동생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동생들은 “나도 나이가 들면 형처럼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런 삶을 닮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 이 모임이 단순한 인간관계를 넘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 역시 형들이 지나온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형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래를 상상했다면, 이제는 후배들에게 그 역할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이 듦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즐겁고 기대되는 여정으로 다가온다. 함께 나누는 경험과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피플’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모임의 명칭이 아니다. 이는 세대와 세대, 경험과 경험,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이어주는 다리이자,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동반자다. 여행을 함께 계획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아낌없는 조언을 나누고, 호기심이 생기면 언제든 질문할 수 있는 관계. 이러한 신뢰와 유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돌이켜보면, 이 모임 하나가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선한 영향을 미쳤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고민하고 기뻐하며 성장해 온 ‘브릿지피플’은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자 인생의 동반자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다리가 되어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나에게 모임이란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연결하고, 성장을 이끌며,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살아있는 공동체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브릿지피플’이 있다. 함께 나이 들어가며 서로의 삶을 비추는 이 아름다운 여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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