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란 저, 마시멜로, 2022
육아를 시작하지 10년이 지났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자녀의 친구들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친구는 아이가 알아서 사귀는 거지 부모가 간섭하는 거 아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만 이건 정말 ‘라떼는’ 이야기다. 나 어렸을 때야 동네라는 곳이 존재했고 거기에 가면 친구, 형, 동생들이 많았다. 거기서 동네 놀이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학교에 가면 반 친구들과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하루 종일 놀았다. 축구도 하고, 땅따먹기, 네거리, 사방치기를 하며 정말 재미나게 놀았다. 그러면서 친구는 자연스럽게 사귀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니니 학교가 끝나고 방과 후에 운동자에서 노는 애들이 없다. 동네에는 있을까? 전멸이다. 그나마 있는 애들은 엄마랑 나온다. 아이들끼리 노는 게 아니라 아이 혼자 노는데 엄마가 놀아주는 식이다.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 이상해 글을 남긴 적이 있다.
▶︎ 기백생각 |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있는 사람 중 절반은 왜 어른일까?
https://blog.naver.com/sungkibaek/221112630875
이 글처럼 놀이터에 절반은 아이들이고 절반은 어른이다. 이 놀이터에 가면 아줌마들이 그룹을 만들어 있다. 나는 남자라서 저 그룹에 끼지는 못했고, 멀리서 지켜만 봤다. 그러면서 참 궁금했다. 저들은 언제부터 저렇게 친해졌을까?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까? 아이 때문에 엮인 건데 오래갈까? 등등.
그런데 이런 호기심을 풀어줄 책이 등장했다. 바로 이 책이다.
“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
이 책의 저자는 IT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신도시로 이사 가서 살고 있다는데 광교, 수지, 동탄 이 정도쯤에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저자는 상당히 외향적인 사람으로 MBTI에서 E인 사람으로 추측된다. 글을 읽어보면 외향적이 느낌을 팍팍 느낄 수 있다. 육아하면서 외로움을 느껴 자녀 어린이집 엄마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고, 그 안에서 왕따도 당하고, 은따도 당하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다. 결국 아줌마들의 세계도 여느 여자들의 세계와 다를 바 없으며 권력, 시기, 질투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
재미있게도 내 아내는 이 저자와 정 반대의 성향이다. 지극히 장독립적인 여자로 굳이 아줌마들 사이에서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가 아들 축구 클럽 아줌마들과 동네에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상당히 잘 지낸다. 그래서 우리 아들은 거기 친구들과 유년시절을 아주 행복하게 보냈다. 그리고 나는 남자라서 이런 동네 사람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남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오는 경우는 드물며, 나온다 하더라도 함께 공동 육아를 하거나 말을 섞는 경우는 없다. 정말 단호히 없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보며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간접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 자녀 키우는 엄마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생활을 하겠구나. 내 아이 주변의 아줌마들에 대한 이해도 되고, 교사로서 내가 상대하는 학부모들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어 좋았다.
세상이 변하면 문화가 변하고 여러 가지가 변한다. 아이들의 친구 관계도 자연스럽게 맺지 못하고 부모가 맺어주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정말 어색하고 싫지만 이것 또한 문화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것 같다.
나는 작년에 이사를 왔는데 막내가 친구가 없어 고민이다. 그런데 아내가 동네 아줌마들과 친해질 마음이 없다. 어린이집은 동네 어린이집이 아니라 좀 멀리 다닌다. 아, 고민이다. 우리 막내는 어떻게 친구를 만들 것인가. 나라도 동네 아줌마들 커뮤니티에 껴야 하는 것인가? 정말 육아하기 어렵다.
이 책 참 재밌게 읽었다. 저자가 글을 쉽게 잘 풀어써서 술술 익혔다. 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수필 같은 글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관점에서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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