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무너지고 싶다
저 바닥까지 무너져 울부짖고 싶다.
내가 능동적이고
참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난 상당히 수동적인 사람이라
누군가가 나를 구해줬으면 한다.
괜찮다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버티다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게 될 거라고
그렇게 속으로 수많은 감정들을
삼키고 씹어냈다.
그게 탈이난 걸까.
지금의 나는 정말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보내지만
왜 나는 이렇게 어딘가가 쓰리고 아픈 걸까.
정말 아무 일도 없고 살만한 인생을 지내는데
왜 나는 이렇게도 허무하고 텅 빈 것만 같고 설움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지고 있나.
그때 누구라도 붙잡고서 울부짖고
내 마음을 말했더라면 조금 나았을까.
괜찮은 척하지 않고
힘들다고 세상 꺼질 듯
울음 한 바가지를 내뱉었더라면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았을까.
괜찮아지는 법을 배웠다 생각했는데
괜찮아 보이는 척하는 법을 배운 거였다.
아무렇지 않지 않은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법을 배운 거였어.
난 한없이 약해 빠졌고 어두운 사람인데
강한척하고 밝은 척하는 법을 배운 거였어.
그럴수록 속은 더욱 타들어갔을 텐데.
그러다 보니 누구를 만나도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내 모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행복한 내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강박증을 가지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왜 나는 그렇게 해야만
내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가.
왜 그랬을까 왜.
왜 그 슬픔을 이겨내야만 하고
그 이겨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을까.
무너지는 법도 배웠어야 했고
그 무너짐에
충분히 아파하는 법도 배웠어야 했는데
왜 나는 이겨내야만 한다는
그 압박감에 시달렸던 걸까.
이제 나는 모든 압박들과 강박에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너무 지쳐버렸고 당장이라도 깨질 것만 같다.
무너지고 싶다. 한없이 무너지고 싶어.
저 바닥까지 무너져
마음껏 슬퍼하고 아파하고 울부짖고 싶다.
한없이 우울해하고
눈물 흘리고 힘들어하고 싶다.
왜 이제는 그럴 여유조차 없어졌는지.
누가 날 구해줄 거야?
누가 날 안아주고
누가 날 이런 감정에서 구원해줄 거야?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어.
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