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대리 Jan 13. 2019

선배 만나기 나름입니다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한 연습



아직까지 부사수를 둔 적이 없습니다. 사수는 여러 분 모셔봤지만 다행히 대부분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조금 까칠하긴 해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꼼꼼히 봐주던 사수, 한 없이 다정해서 그가 퇴사하는 날 눈물 콧물 다 쏟게 만든 사수, 말하는 것마다 전부 적어놓고 싶던 능력 있는 사수까지. 그러고 보니 전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네가 잘 되게는 못해도 못 되게는 만들 수 있어."



물론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사수를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니 앞길 전부 막아버릴 거라며 협박한 사람도 있었고 실제로 말도 안 되는 말을 지어 퍼트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본인의 기분에 따라 저를 쥐락펴락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좋지 않은 기억이 흐릿해질 수 있었던 것도 실은 좋은 사수들 덕분입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긍정적인 동물이라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이 많아지면 다 견딜 만 해 집니다.


곧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입니다. 팀이 전부 바뀔 수도 있고 팀원이 약간 바뀔 수도 있습니다. 사수가 생길 수도, 부사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인생도 그렇듯 팀도 복불복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부사수보다 사수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선배에게 잘할 자신은 있어도 후배를 잘 챙길 자신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선배들은 어떻게 나를 그리도 잘 챙겨주었던 걸까 뭉클해집니다. 그들이 건넨 말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고마워할 거 없어. 내가 받은 거 돌려주는 거야.
너도 나중에 후배들한테 베풀면 돼."

제가 선배들처럼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것들을 따라 하려 노력할 순 있을 것 같습니다. 본 게 있어야 따라 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다행히 저는 본 게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느꼈으면 합니다. 나는 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이전 02화 불신이 퇴사를 부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