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생각이 부른 결과
한동안 퇴근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늘은 일찍 가도 괜찮은 건지, 2시간 만이라도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하는 건지 긴가민가했습니다. 일이 많든 적든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퇴근 시간이 돼도 아무 말 않는 상사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가라는 말도 가지 말라는 말도 일절 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 그가 짐을 싸는 시간이 모두의 퇴근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팀원들을 못 믿어서 그래."
제 고충을 듣던 선배가 말했습니다. 그도 얼마 전까지 저와 같은 회사에서 고생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6시 반이 돼도 자리를 뜨지 않는 상사 때문에 덩달아 자리를 지켰습니다. 할 일이 없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멀뚱히 앉아 상사가 가기만을 기다리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가 8시에 갈지 10시에 갈지 알 수 없어 약속을 잡기도 애매했고 만약 일이 있어 먼저 가는 날엔 크든 작든 보복이 돌아왔습니다. 회의 시간이 되면 일찍 간 날을 언급하면 매번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요즘 일찍 집에 가더니, 열심히 안 하나 봐?"
집에서 밤새 아이디어를 내도 돌아오는 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은 회사에서 해야 한다는 그의 편견, 칼퇴하는 사람은 일을 적당히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꾸역꾸역 3년 넘게 상사에게 맞춰 일하다 결국 퇴사했습니다. 책상에서만 일하는 걸 지독히 싫어하는 성격인데 어느 순간 한계점에 다다르고 만 것입니다. 눈앞에서 일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상사. 그런 상사 밑에서 일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일하기 편한 장소가 회사일 수도 있고 카페일 수도 있는 건데,
어디서든 맡은 일만 잘 해내면 되는 건데
퇴근 이후의 시간까지 간섭받으니 못 견디겠더라고.
날 못 믿는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지도 않고."
회사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났던 그가 퇴사한 이유는 이것 하나였습니다. 자신과 같은 방식대로 일해야 한다는 상사의 고집스러운 생각이 그를 떠나게 만든 것입니다. 결국 그런 생각도 믿음 없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때 그 상사는 아직까지도 선배의 퇴사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영영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