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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궁금증 해소보다 답을 주지 않는 안전한 방식 고수

2024년 05월 09일(목),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최근 한 달새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기자회견 두 개를 보게 되었습니다. 04월 25일(목)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기존 기자회견의 틀을 과감히 깨는 스턴트 형태였다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기존 기자회견의 틀을 고수하는 정형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둘 기자회견의 차이는 바로 기자회견 목적의 차이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특정 이슈 혹은 다양한 이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키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답을 주지 않는 방식, 즉 언론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고 내가 원하고자 하는 답을 일방적으로 주는 목적이 컸고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언론들이 원하는 답(자극적 이슈)를 주면서 사람들을 설득했고 원하는 이미지까지 구축했던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기자회견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세 가지 아쉬운 점, 한 가지 의문점, 그리고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고 이렇게 하겠습니다.

국회도 설득하고 국민들에게도 잘 말씀드려서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경쟁에 밀리지 않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
또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확고한 목표 지향성을 가지고 인내할 것은 인내해 가면서
가야 할 방향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좀 더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대합의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중요한 쟁점과 정책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원론적인 답변으로만 일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원론적인 답변이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철학과 원칙은 핵심 메시지로서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구체적 답변에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군사, 외교적 사안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neither confirm nor deny) 또한 유효합니다. 실제 이번 기자회견에서 미 대선 관련, 러시아와의 관계 관련 질문에 유효했습니다. 


다만, 그간 대통령 기자회견이 2년여 없었고 총선 직후라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던 많은 국민들에게 좀 더 구체적 계획과 방향성, 그리고 현안에 대한 근거가 필요했었습니다. 특정 이슈에 대한 핵심 메시지가 중요하고 그 핵심 메시지를 지원하고 지탱해 주는 것이 근거인데 이 근거에는 논리 근거와 숫자나 데이터를 중심의 수리(數理) 근거가 청자(聽者)를 설득시키고 청자의 핵심 메시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숫자나 데이터는 대통령께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물가의 어떤 기조와 흐름을 보여 주는 근원물가는 2.5% 이내로 관리를 해왔습니다만"라고 말씀하실 때와 "저희가 24번의 민생토론회를 하고 2차례의 점검 회의를 해서 24번의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약 244개의 과제를 전부 점검했고"라는 말씀이 유일했습니다.


이런 소통...
이런 구조적인 것도...
이렇게 해서...
이런 기회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겠습니다.
도이치니... 이런 사건에
이런 게 진행이 됐다면...
이렇게 될 때는 이렇게 된다...
어떤 특성, 또 산업, 경제의 어떤 특성...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커뮤니케이션 습관으로 보이는데, '이런'이라는 관형사, '이렇다'라는 형용사가 너무 많이 자주 쓰입니다. 특히 '이런, 저런' 식의 자신만 알고 있는 주관적 지시관형사가 남발되면 커뮤니케이션의 구체성은 더 떨어지고 모호성이 가중됩니다. 여러 말씀을 하시고 '이런 ○○'로 정리하고 통칭하는 방식이 아닌 그냥 이런 ○○이라며  계속 뭉뚱그리며 특정 사실관계를 이런 ○○로 포괄하다 보면 해당 이슈에 대해, 해당 분야에 대해 성의 없이 대하는 자세로 보이거나 잘 모르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는 사람 또는 책임이 약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이런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국민들께서 이거는 봐주기 의혹이 있다 하면...

내가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 이렇게 발표한 것이 아닙니다. 

세 번째, 대통령께서 묻지도 않은 상황에 대해 자발적으로 부정적 상황과 부정적 단어를 다소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기자회견에서 내 입으로 묻지도 않았던 부정적 상황과 부정적 단어를 뱉어버리면 그 부정적 상황을 내가 이미 고려하고 있었다고 누군가에겐 오해가 될 수도 있고 생각하지고 않았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부정적 단어를 각인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그 부정적 상황과 부정적 단어를 꼭 표현하고 싶다면 대명사나 중립적 단어로의 치환을 권고드리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물론 대통령께서 단호함과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셨으리라 판단하지만 추후 나중에 내가 입 밖으로 뱉은 부정적 상황과 부정적 단어가 자인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초에 KBS 대담에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은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점입니다. 많은 언론들은 이번 기자회견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최초로 김건희 여사 이슈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헤드라인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을 보면 "사과를 드립니다"가 아닌 "사과를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통령의 단순 실수일 수 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한 것이 아닌 앞 문장 "제가 연초에 KBS 대담에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은"을 받아 지금까지 사과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거나 오히려 과거에 KBS 대담에서 사과했다는 과거형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단어 하나, 어휘 하나에 집착하는 기자들과 언론들이 단순히 이 문장을 현재형으로만 이해하고 헤드라인으로 썼다는 것은 의문입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내가 후보 시절에 아마 충북도청의 기자실에서
그때 충북도청 출입 기자들하고 처음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지금까지 일관되게 3가지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지방의 어떤 재정 자주권 또 정책 결정권을 더 보장해 주고
두 번째는 지방의 각 지역이 스스로 비교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이런 사업들을 스스로 발굴하고 중앙정부는 규제 완화나 재정이나 이런 여러 가지로 밀어주고,
세 번째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공정한 교통 접근성을 갖게 한다는 것이
나의 3대 균형 발전 원칙입니다.

이런 부동산 관련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시장의 물건, 건물, 집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건축 규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과
과도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
그리고 재건축을 시행하는 사업자나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원활하게 대출이 이뤄지도록, 자금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서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기자 회견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돋보였던 부분입니다. 이른바 패킹(packing) 기법이라고 하는데 "2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5가지 계획이 있습니다"라고 선언한 다음 "첫째, 둘째..." 형태로 구체적 내용들을 꾸려서 구술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청자에게 화자가 말을 구조화해서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실제 준비되어 있고 근거가 있다고 이해하게 만듭니다. 많은 쟁점과 계획들이 이런 식으로 설명되었으면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가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평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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