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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헨리 May 24. 2024

10km를 달린다는 건…

달리기 시작하고 1년반쯤 지났을 무렵인 작년 봄.


인스타그램에 JTBC마라톤 대회 접수 성공 인증샷들이 막 올라왔다. 아시다시피 요즘의 SNS는 추천기반으로 피드가 뜨며, 내가 자주 보는 관심사들의 추천 피드가 뜨기 마련이다. 달리기에 관한 사진과 영상들을 자주 보니 당연히 그와 관련된 피드가 뜬 것이다.


사실 JTBC마라톤 대회가 뭔지도 잘 몰랐고, 러닝을 하면서 한 번도 대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보아하니, 10km 그리고 Full course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다. 10km라... 그때까지 나는 10km를 뛰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고작 5km 뛰는 사람인데...


그때가 아마 3,4월이었고 대회 날짜를 보니, 대회는 11월에 열릴 예정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 사이 열심히 하면 뛸 수 있지 않을까? 몇 초간 생각한 후에 바로 신청을 해버렸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사실 마라톤 대회, 특히 메이저 대회일수록 엄청 빨리 참가 신청이 마감된다. 그래도 다행히 어버버 하긴 했지만, 접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접수도 마쳤으니, 10km를 한 번 뛰어볼까? 동네 천변에서만 뛰다가 마음먹고 차를 몰고 한강으로 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매 번 뛰는 루트는 길이 눈에 익어서 5km 이상되면,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게 무섭다고 아는 길에서 뛰면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쌩판 모르는데 가서 뛰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반포한강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여의도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뛰다가 5km쯤 되는 구간에서 다시 돌아오자고 마음을 먹고 뛰기 시작했다. 길이 일직선이니, 길을 헷갈릴 필요도 없었고, 5월의 저녁시간대라 날씨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처음 10km를 뛰는 거니, 처음부터 페이스를 평소보다 좀 늦췄고, 중간에 쉬지는 말고 끝까지 완주하자고 생각하면서 뛰었다.


사실 이게 고작 1년 전인데, 어떻게 뛰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쨌든 10km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과 다 뛰고 나서의 기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20km도 뛰지만(아직 매우 힘들지만), 처음 5km를 뛰었을 때, 21km를 뛰었을 때의 기쁨과 비교하자면, 10km를 처음 뛰었을 때의 그 성취감이 가장 컸다. 대부분 대회에서 5km는 기록칩이 제공되지 않고, 10km 대회부터 기록칩을 주는데, 아마도 이제 나도 진짜 러너가 되었다는 그런 뿌듯함이 있었던 것 같다.


러닝앱을 보니 기록이 남아있다.


2023년 5월 4일 밤 9시

10.06km

5'58"

1:00.04


이게 나의 첫 10km 기록이다. 평균 심박수는 171이나 나왔다. 지금은 아무리 빡런을해도 저렇게 안 올라가는데 171이라니.. 다시 보니 좀 생소하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누구나 그렇듯 애플워치를 봤다. 0.04초만 빨리 들어왔어도 50분대인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0.04초도 그렇고 0.06km를 더 뛰었으니 내 첫 기록은 10km 59분대가 맞을 수도 있다. 그래도, 59분대랑 1시간대는 기분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었지만, 50분대로 공식기록을 남기지 못해서 한 편으로는 아쉬움이 되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동기부여도 되고 그다음에도 또 10km를 뛰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다.


사실, 러닝 시작하고 무릎부상을 한 번 겪고 나서 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좀 크게 있었다. 길게 오래 뛰기보다, 짧게 자주 뛰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거리를 늘리는 것에 대해 좀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 마음의 벽을 드디어 넘어섰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음 날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근육통이 있었지만, 딱히 부상은 없었다.


JTBC마라톤 대회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10km 달리기의 장벽을 영원히 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다른 대회들은 대회 한두 달 전에 접수를 하는데, JTBC마라톤 대회는 유독 5-6개월이나 앞서서 접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금방 접수가 마감되기까지...


한두 달 연습해서는 10km 뛰지 못할 거라고 겁먹고 있었는데, JTBC마라톤대회가 접수를 6개월이나 미리 받은 덕분에 10km라는 거리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JTBC가 나의 첫 마라톤 대회가 아니었다는 것..


그 사이에 다른 대회 신청하고 출전을 해서, 결국 JTBC마라톤대회는 나의 세 번째 대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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