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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헨리 Jun 03. 2024

달리기를 시작하니 날씨 앱을 자주 본다

아이폰에는 제안 기능이 있다. 이게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에 딸린 기능인지 아닌지 문과오빠인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안 기능이 있다. 내가 자주 보는 앱이나 주기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보는 앱이 있으면 빅데이터로 내 패턴을 분석해서 알람으로 그 앱을 제안해 주는 것 같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는 주기적으로 바탕화면에 날씨를 확인하라고 제안 기능을 통해 자꾸 알람이 온다.


그렇다. 달리는 사람들은 날씨를 자주 본다. 오늘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오늘 기온은 몇 도인지, 바람은 얼마나 부는지, 습도는 어떤지.... 이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체크해야 한다. 사실, 러닝을 하기 전에는 온도만 신경 쓰고, 비가 오나 안 오나, 우산을 들고 외출을 할까 말까 정도만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면 큰 변화다.


내일 비 소식이 있으면, 오늘 바쁘더라고 짬을 내서 뛰어야 한다. 내일 너무 추우면 오늘 나가서 뛰어야 한다. 이렇게 나의 러닝 스케줄은 오롯이 나의 의지와 시간, 스케줄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 요인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물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은, 편하게 피트니스센터에서 뛰는 러너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100% 야외에서만 뛰는 러너기 때문에 그렇다.


여름에는 주로 습도와 비 유무를 확인하고, 겨울에는 눈이 오는지 여부와 기온, 바람세기 등을 체크한다. 물론 같은 숫자여도 나의 컨디션이나 어디에서 뛰느냐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며, 이제 나만의 기준 같은 게 생겼다. 겨울철에 바람 세기는 2 이상이면 바람이 좀 부는 편이고 2.5 이상이면 내 기준에 강풍이다. 바람이 불어도 사실 뛰는 방향,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뛰기 힘든 정도가 다르지만, 내 기준에 2.5 이상이면 잘 나가지 않는다.


언젠가 봤던 러닝 유튜브에서 <비 올 때 어떻게 달리나요?>라는 영상이 있었다. 결론은 <그냥 뜁니다>였다. 비 온다고 눈 온다고 밥 안 먹는 거 아니지 않냐는 기적의 논리였다. 그렇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뛰면 된다. 나도 우중런(비가 올 때 뛰는 러닝)도 해봤고, 눈밭을 뽀드득뽀드득 발자국 소리를 내며 뛰어 본 적이 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면, 우중런 후 감기가 걸릴 확률이 높지만, 여름에는 우중런을 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바람막이를 입고 뛰면 되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여름에 시원한 비를 맞으며 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연 영화의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이랄까?


겨울에 눈을 맞으며 뛰는 건 좀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눈이 올 때는 나는 뛰지 않는 편이다. 작년 겨울에 눈이 온 후에 기온이 조금 올라가서 로드 러닝을 했는데, 주로에 눈이 있었다. 건물에 가려져 눈이 다 녹지 않은 인도 구간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눈이 온 바로 직후였기도 했고, 기온이 영상이라 얼음판은 아니었고, 뽀드득뽀드득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러닝을 할 수 있었다. 눈밭에서 러닝 하고 싶은 로망이 조금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소원 성취하는 날이 되었다. 기회만 된다면 눈밭에서 러닝은 또 러닝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중런은 따하면 하는 거지, 따로 굳이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겠다. 미세먼지에 뛰느냐 마느냐, 어느 정도면 뛰고 어느 정도 이상이면 뛰지 않아야 하나 인터넷상에 의견이 꽤 분분하다. 아마 많은 러너들이 궁금해할 것이고, 자기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이것저것 기사를 많이 찾아봤다. 하지만, 명확하게 얼마 이상이면 해도 된다라는 기준 같은 것은 절대 찾을 수 없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개인의 건강상태(지병의 유무), 운동 강도 등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세먼지라고 뛰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실험에서는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일 때 평소에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운동을 하면,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보다 더 큰 건강상의 실익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또 다른 실험에서는 연령에 따라(아마도 40대 이상), 미세먼지 농도가 안 좋아도 뛰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므로 미세먼지수치가 나쁘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변수는 많아도 너무 많지만 말이다. 미세먼지와 운동에 관한 실험이 여럿 있었는데, 운동 강도나 운동 지속 시간 등의 변수 등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으니,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일리가 있는지는 분명하지는 않다.


아무튼 날씨.

변화무쌍한 날씨는 오히려 제약이 아니라, 동기부여가 된다.

내일 비 오면 오늘 뛰면 되고, 내일 눈이 오면 오늘 미리 뛰면 된다.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하면, 이렇게 없던 시간도 만들어서 뛸 수 있다.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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