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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 미에로 화이바? 미에로 사이다?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by 이승화

유튜브에서 재미 있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아마) 초등학생 누나가 남동생에게 심부름을 시켰어요.

가게에서 남동생이 누나한테 확인 전화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ifnomjg0wI&t=8s




*남동생: 어떤 음료수 사라고?


*누나: 미에로 화이바


*남동생: 어?


*누나: 미에로 화이바


*남동생: 이에로 사이다?


*누나: 화이바!!


*남동생: 미에로 하이다?


*누나:아이C, 너 지금 장난하냐?


*남동생: 아니... 안 들려...


*가게 점원: (남동생한테) 미에로 화이바 아니에요? 이에로 사이다는 없는데...


*남동생: 누나, 없다는데?


*누나: 아, 너 진짜! 그거 맞다고!


*남동생: 아니, 그거 없대 ~


*가게 점원: 잠깐만 도와드릴게요. 어떤거 찾으세요~?


*누나: 미에로 화이바요.


*가게 점원: 아 그거 맞죠. 잠시만요 ~




유튜브 영상 #이에로사이다 보시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조회수도 많이 나왔어요.

누군가는 댓글에 남동생이 지능캐이다, 심부름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다 ~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순수한(?) 남동생을 의심하지 않고 보면, 챙길 부분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익숙한 장면이거든요.

남동생은 우선 미에로 화이바를 안 먹어봤을 겁니다. 그게 다입니다.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은 없으니까요. 공통된 배경 지식이 성립되어 있지 않으니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죠. 누나와 남동생이 다르듯, 남동생과 가게 사장님도 다릅니다. 이제 먹어보고 나면 잘 들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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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장과 오사원으로 바꾸어 생각해 볼까요.




*이과장: 오사원, 협력사에 연락해서 이 업무 좀 처리해 달라고 해요. (+ 업무 설명)


*오사원: 알겠습니다. 과장님.


*오사원: 과장님, 협력사에서 그 업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이과장: 지금까지 해오던 건데, 그럴리가요... 제가 연락해 볼게요.


*오사원: 안 된다고... 네...


*이과장: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업무 요청을 어떻게 한 건가요...


*오사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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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 처방전


1. '화자' 파악하기


: 우선 누나는 어떻게 전달했는가. '미에로 화이바' 명확히 말했습니다. 잘못 말했다면 옆에서 듣던 가게 점원도 못 알아 들었겠죠. 조금 신경질적으로 말하긴 해요. 친절하게 설명해주진 않습니다. 그냥 무한 반복만 하죠. '미.에.로.화.이.바' 권위적인 모습입니다. 친절하게 ~ 다른 방법으로 돌려서 부연 설명을 해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청자의 지식 수준을 고려한 말하기가 보완되면 좋습니다.


2. '청자' 파악하기


: 이번 사례의 포인트! 남동생은 나이가 어리죠. 그런 면에서 경험도 부족합니다.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부족할 수 있어요. 실제로 남동생은 '미에로 화이바'의 존재를 몰랐을 겁니다. 먹어보지도 못 했고, 구경도 못 했고, 관심도 없었을 거예요. 먹어 봤다면 그렇게 못 알아 들을 리가 없겠죠? 하지만 사이다는 먹어 봤습니다. 그러니 계~속 '사이다'로 들리는 거예요. 미에로 사이다, 이에로 사이다, 기승전 '사이다'만 꽂힙니다.


우리는 기존에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직접/간접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 남동생은 배경지식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휘력과 배경지식으로 지식 수준을 높이면 상태가 확 좋아질 겁니다! 혹시나 평소에 고집이 좀 있다면, 유연한 심리 태도도 필요하구요 ㅎㅎㅎ


여러분도 이런 문제로 잘 안 들린다면, 해당 업무 내용, 전문 용어들을 우선 공부해 보세요. 요즘 IT 용어도 그렇고, 낯선 말들이 오고 가면 귀에 잘 안 들어 오게 되어 있습니다.


3. '메시지' 파악하기


: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미에로 화이바를 사와라!" 만약에 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전달만 해도 중간은 갑니다. 어려운 미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동생이 그냥 그대로 듣고 가게에 전달만 했어도 성공적인 임무 수행이었을 거예요. 귀로 들어도 결국 머리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가게 점원이 "미에로 화이바는 있는데, 이에로 사이다는 없다"고 해도, 결국 "없다"고 전달합니다. 여기서도 그냥 그대로 전달하면 중간은 가요. 과도한 신념과 해석이 위험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4. '상황' 파악하기


: 가게에서 음료수 심부름을 하는 명확한 상황! 내가 먹을 것이 아니라, 누나가 먹을 것이라는 상황! 누나가 평소에 무엇을 먹는지 ~ 지금 어떤 것을 원할지 ~ 이런 것을 추론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남동생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평소 누나가 주황색 음료를 먹었는데..." 이런 단서를 활용해서 가게 점원과 소통할 수도 있죠. 핸드폰이 없었고, 가게와 집이 멀었다면, 이런 식으로 추론해서 뭐라도 사가야 했을 겁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말귀' 사례로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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