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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와 청자] 동문서답의 끝, 둘이 무슨 관계야?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by 이승화

연인 관계는... 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죠. 함축된 사연이 많기 때문입니다. 화자와 청자는 담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같은 내용의 텍스트라도 둘의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도 해요. 그로 인한 불통(?)의 사례를 한번 만나 보아요. 이번에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 속 한 장면을 준비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6tgd0xhzZk0




(놀이공원에 있는 두 연인, 여자는 화가 난 듯 남자를 잡아챈다)


*여자: (고음으로) 밥은? 먹었어?


*남자: (저음으로) 행복하니?


*여자: (눈물을 글썽이며) 밥은 먹었냐구!


*남자: (저음으로) 행복하니?


*여자: (소리치며) 밥은 먹었냐고 묻잖아!


*남자: (저음으로) 행복하니?


*여자: (남자를 치며) 왜 묻는 말에 대답 안 해! 왜!??




남자는 의붓남매인 여자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고 괴로워해요. 그리고 여자를 다른 남자와 이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노력을 알고, 남자의 초라한 모습에 걱정을 해요. 남자는 역으로 여자가 새로운 남자와 행복하길 바랍니다. 둘의 관계와 상황을 보면, 이 동문서답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죠? 지나가다 보면 "왜저래~?"하겠지만, 알고 보면 "아이고..."라고 반응할 수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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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장: 오 사원, 밥 먹었어요?


*오사원: 어제도 야근했어요...


*이과장: 밥 먹었냐구요.


*오사원: 일이 좀 많네요...


*이과장: 밥은요?


*오사원: 마감도 얼마 안 남았구요.


*이과장: 밥은...


*오사원: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


*이과장: 그래서...



비슷한 예시를 재미있게 구성해 보았어요. 맥락을 추론하면 알겠지만, 오사원은 밥을 못 먹은 것 같습니다. 밥을 왜 못 먹었을까요? 일이 많아서죠!ㅋㅋㅋ 지금 밥을 먹었냐 ~ 안 먹었냐보다 중요한 것은 일이 많다는 것! 이 모든 것의 원흉!ㅎㅎㅎ 좋게 말하면 심층적 화법이고, 표면적으로 보면 동문서답입니다. 그래서 저 영상 속 두 남여도 원활한 소통이 되고 있다고 ~ (적어도) 둘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감정선이란 것이 있으니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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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자

: 화자의 의도가 중요한 순간이에요! 여자는 왜 남자에게 "밥 먹었어?"라고 물었을까요. 입냄새가 엄청 나서... 진짜 궁금했을까요? 배가 고파서, 같이 밥으러 갈까 고민했을까요? 불쌍해 보여서, 밥이나 사줄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둘의 상황과 관계, "잘 지내니?"와 같은 의도가 보입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하니?"라고 물었을 때, 단순한 궁금함 이상의 뭔가 있어 보이죠. 여기서도 "잘 지내니?"와 같은 의도가 보입니다. 안부를 묻는 의도에서는 "행복하니?"가 더 적절하죠. 물론 화자가 청자에 대한 마음이 남았는지... 등등은 더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2) 청자

: 청자의 배경지식, 처지나 상황 등에 따라 말의 의미가 여러 가지로 해석되기도 해요. 지금 청자의 상황은 어긋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며 낭인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화자와의 관계 속에 얽힌 배경지식도 갖고 있죠. 조금 더 궁금한 것은... 청자가 얼마나 미련이 남았는지...


"밥 먹었니?"가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진짜 궁금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보면 정말 의미가 다양하게 굴절됩니다. 우리도 이 청자의 상황을 생각하며 이 대화를 지켜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거예요.



(3) 메시지

: "밥 먹었어?", "행복해?" 뻔하고 뻔한 말이죠! 이 4글자, 3글자... 하지만 그 의미는 무궁무진합니다. "밥 먹었어?"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 궁금한 것이라고 이해했다면 "설렁탕!", "밥은 먹고 다니냐?"와 같이 전반적인 상태에 대해 궁금한 것이라고 이해했다면, 굳이 말로 대답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초췌한 몰골로 다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을 비언어적 메시지라고 합니다! 언어는 아닌데 ~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몸짓, 표정, 분위기 등등 문자로 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전달합니다. 이 대화에서는 이게 더 포인트라고 할 수도 있죠! 추가적으로 반언어적 표현도 있어요. 소리의 강약, 높낮이 등을 말해요. 이런 것들도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4) 맥락

: 상황 맥락을 구성하는 것은 화자와 청자의 관계, 친밀도, 화제에 대한 지식수준, 관심 정도 등이 있어요. 의도도 중요합니다.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지, 친해지고 싶은지, 약속을 정하는지, 설득하고자 하는지 등등. 이런 요소들을 보면 이번 사태(?)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요. 둘의 관계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인지... 그럼 설득이고! 그냥 아쉬움의 표현이면... 감정 전달이고! 좀 다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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