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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 새로 생긴 지역 방언, 판교 사투리?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by 이승화


지역마다 다양한 방언이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등으로 불리죠. 최근에 숏폼에서 스타트업을 희화화한 콘텐츠로 화제가 된 것은 '판교 사투리'입니다. IT 관련 업계가 몰려 있다보니, 기존 회사들과는 다른 용어들이 자주 오고 갑니다. 그 분위기가 조금 과해져서, 새롭고 낯선 용어들이 일상 속에서도 스며들어 있어요. 관련 검색만 해봐도 다양한 자료가 뜨고, 용어집 모음까지 나오고 있어요. 그러한 판교 사투리 콘텐츠를 바탕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https://www.youtube.com/shorts/BKtuYfq4ZbE



*이과장: 잘 진행되고 있나요?

*오사원: 개발 방향은 얼라인* 했고요. 개발팀 리소스* 파악 중입니다.

*이과장: 지라*에 공유했나요?

*오사원: 슬랙*으로 말씀드린 내용이 전부라, 아직 공유 못했습니다. 그래도 듀데잇*까지는 이상 없습니다.

*이과장: 좀 린하게* 업무처리 할 수 없어요? 씨레벨*에 보여줄 게 있어야지.

*오사원: 네...

*이팀장: 지난 미팅 때, 애자일*하게 일하겠다며 레슨런* 공유해 주셨잖아요. 변한 게 없네요.

*오사원: 죄송합니다.

*이과장: 곧 A/B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니 신경 써 주세요.

*오사원: 넵

*이과장: 기획자라면 올라운더*가 되어야 합니다.

*오사원: 넵

*이과장: 오늘 회의 내용 바탕으로 보완할 점 정리해서 콘플*에 올려 주세요.

*오사원: 넵


오사원은 머리가 멍할 겁니다. 낯선 용어들은 귀에 잘 안 들어 오니까요.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익혀야 해요. 그래서 이런 농담 섞인 사전, 용어집도 나옵니다.



판교어 사전.png https://www.sedaily.com/NewsView/1VQZ2Q69DL


*슬랙, 지라, 콘플: 업무 협업 도구

*애자일: 유연하게

*얼라인: 의견인 방향성을 조율하다

*리소스: 자원, 업무여력

*듀데잇: 마감 일정

*레슨런: 일하면서 배운 점
*씨레벨: 경영진 통칭


사실 업계마다 독특한(?) 용어집은 다 있습니다. 디자인 업계, 출판 업계도 마찬가지죠. 새로운 곳에서 낯선 용어들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금방 말귀 못 알아 먹는 사람이 됩니다. 저를 포함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팝송을 듣거나 외국 드라마를 볼 때 생각해 보세요. 아는 단어는 귀에 쏙쏙 들어오지만, 모르는 말들은 후루룩 지나갑니다. 정체불명의 소리라 외계어라는 표현도 쓰죠. 그래서 학교 수업 때 영어 단어 공부를 그렇게 시켰나 봅니다. 그 이후로는 딱히 단어를 외울 일이 없죠? 하지만 당신의 생활에 따라 필요하기도 해요. 평생 교육 시대니까요! ㅎㅎㅎ 기본 용어에만 익숙해져도 귀에 훨씬 잘 들어옵니다.





말귀 뻥 1.png



(1) 화자

: 사람에 따라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어요. 그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가 사전적 의미와 다른 경우들도 있어요.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 그런 단어들에 익숙해지면 알아듣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전 회사 이사님은 영어 교육도 하시던 분인데, '랩업(wrap up)'이란 표현을 자주 썼어요.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랩업하는 코너를 만들어야지!", "오늘 회의 내용 랩업해서 알려주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요약 정리라는 표현을 그렇게 하셨습니다. 또 "러프(rough)하게 해봐!"라는 말도 많이 했었는데, '대강~ 간단히~' 해봐! 이런 의미였습니다. 화자의 언어 습관을 잘 관찰해 보세요!


(2) 청자

: 낯선 업무나 기피하는 업무에 겁 먹고 있으면 더 안 들립니다. 디지털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특히 IT 관련 업무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많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미리 겁 먹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튕겨 내게 됩니다. "아! 몰라몰라 ~ 머리 아파~" 하지 말고 ~ 마음을 다잡고, 귀 쫑긋해 보아요! 내공이 쌓일수록 잘 들리니 차곡차곡 쌓아 보아요.


(3) 메시지

: 이번 포인트! 전문 용어들은 학습해 놓는 것이 좋아요. '미생'에서 장그래는 무역 용어가 낯설어 어리버리하게 반응합니다. 온갖 요약 전문 용어들을 따로 공부하고 나니 그때부터 귀에 들리기 시작해요. 예를 들어, 출판 용어 중에 '적자 대조'라는 말이 있어요. 적자는 빨간 글자, 대조는 비교해서 본다는 의미입니다. 즉 이전에 교정 본 텍스트와 새로운 텍스트를 비교대조 하면서,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적자 대조 했어? 적대조 했어" 이런 말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합니다. 디자이너 분들과 업무할 때도, 인디자인 ~ 쿽 ~ 검판용 ~ 랩핑 ~ 베다 ~ 같은 독특한 말들이 많이 쓰이는데,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어휘의 양상은 크게 지역 방언과 사회 방언이 있어요. 이번엔 사회 방언을 좀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표준어는 아니지만, 나이, 성별, 직업 등의 사회적 요인에 의해 다르게 사용하는 말이에요. 이중 전문 분야의 직업인들이 사용하는 말을 전문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의학 드라마 보면, 의사 분들이 독특한 용어들을 사용하죠. 법정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전문어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그 분야의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요. 일반인들이 소외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새로운 전문어! 어휘력 공부! 아자! 효율이 팍팍 올라갑니다!


(4) 맥락

: 맥락에는 언어적 맥락 / 상황적 맥락 / 사회 문화적 맥락이 있습니다. 사회 문화적 맥락의 대표 중 하나가 지역의 차이랍니다. 지역 방언을 심하게 사용하는 분과 대화해본 적이 있나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만 해도 제주도 방언이 실감나게 나오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제주도의 사회를 잘 담은 말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기도 해요, 이런 의미에서 '판교 사투리' 라는 농담 섞인 말을 이해해 볼까요?


그 지역의 사회 문화적 맥락을 파악해 보면, 시작은 IT 업계의 디지털 용어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판교에 IT 업계, 특히 스타트업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했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 그 규모가 빠르게 커졌어요. 문화가 형성되는 시간이 압축적이고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도 많아지다 보니 부적응에 문제도 생겨요. 문화를 살짝 바꾸거나, 그 문화를 이해하려는 참여자의 노력이 중요하겠네요.


말귀 뻥 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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