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정]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 급발진 조심!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by 이승화

이번에도 재미있는 영상 사례를 가지고 왔습니다.

백인 여자가 경찰을 부릅니다. 흑인 경찰이 오고, 둘은 대화를 합니다. 살짝 화가 난 듯한 흑인 경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격양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 급하게 뛰어 갑니다. 무슨 일일까요?


https://www.youtube.com/shorts/l-2gC8FNAt4





*백인 여자: 거기 경찰이죠! 여기 흑인 아이가 수영장에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흑인 경찰: 무슨 일이죠? 아! 제가 맞춰볼까요?


*흑인 경찰: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애들이 흑인이라는 겁니까?


*백인 여자: 네, 맞아요. 걔들은 흑인이에요.


*흑인 경찰: 입 닥쳐요!


*백인 여자: ...


*흑인 경찰: 수영장에 있는 그 아이들이 당신을 괴롭혔나요?


*백인 여자: ...


*흑인 경찰: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신고를 하죠?


*백인 여자: ...


*흑인 경찰: 말 좀 해봐요!


*백인 여자: 걔들 지금 물에 빠졌어요.


*흑인 경찰: 오! 이런!




앞에서 너~무 눈치 없이, 상황 파악을 못 해서 힘든 사례가 있었어요. 이번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멀리 생각하고 잘못된 추론을 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물론 개인의 경험이 기반이 되었을 겁니다. 인종차별적인 신고를 몇 번 받았고, 그렇게 배경지식이 쌓이고, 또 그런 상황이라고 짐작한 것이죠. 그러다 급발진까지... 여기선 분노란 감정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 것이에요. 불안정한 감정으로 인해, 이런저런 합리적인 단서들을 모아서 이해하고 추론하는 과정이 생략되었어요. 거기서 오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02.png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한 음료 심부름만 해도, "항상 먹던걸로 ~"가 통해서 센스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여차하면 설레발, 오지랖이 될 수 있습니다. 음료면 다행이지... 큰 업무에서도 그런 실수를 범할 수 있어요. 나아가 '또 나에게 이런 심부름을 시키다니...'라는 생각으로 분노해 버리면, 어떤 주문인지 기억에 안 남을 겁니다. 분노만 쌓이겠죠. 감정이 중요한 요소란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오사원: 과장님! 안 계실 때, 팀장님이 커피 주문 하라고 하셔서요.


*이과장: 고마워요. 저는 따뜻한 캐모마일차로 부탁해요.


*오사원: 엇... 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넣었습니다.ㅠㅠㅠ 평소에 자주 드셔서...


*이과장: 아, 지금 목이 안 좋아서 따뜻한 차를 먹으려고 했지요.


*오사원: 아이고, 죄송합니다.ㅠㅠㅠ


*이과장: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죠.




*이과장: 그 대행사 계약해야 하니까, 준비 좀 해줘요.


*오사원: 알겠습니다.


*이과장: 이번에는 새로운 대행사에 일을 맡겨볼까 해요.


*오사원: 헉! 과장님... 기존 A 대행사랑 쭉 하는 거 아니었나요?


*이과장: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오사원: 이미 A 대행사에 갱신 계약서 요청했거든요...


*이과장: 아니, 누가 A 대행사와 한다고 했나요?


*오사원: 매년 해오던 곳이니까... 쭉 할 줄 알고... 미리 처리한다는 것이...


*이과장: 거참... 성격 급하네요. 이번엔 다른 대행사로 바꿀테니 잘 정리 하세요


*오사원: 알겠습니다. 민망하게 되었네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압니다. 좀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알죠. 하지만 그런 마음 속에서 생략되거나 압축된 부분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해요.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넘겨짚기'입니다. 대충 ~ 그럴 것이다 ~... 근데 알고 봤더니 아니네!? 이를 어쩌나!? 되돌릴 수 없는 경우도 많으니, 차근차근 생각해 보아요.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충분히 들어보고 생각해 봅시다.


이 과정에서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해요. 내가 상대방을 무시했을 때, 상대방을 너무 신봉했을 때, 이 맥락 자체에 불만이 있을 때, 메시지가 너무 마음에 들 때... 정말 다양한 요소가 나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합니다. 이런 감정적 상황 속에서 중간 단계를 건너 뛰고 오해하는 과정이 자주 일어나요.


말귀 뻥 1.png


처방전

무엇이든 과유불급입니다! 오바(?)하면 탈나는 수가 있어요!ㅎㅎㅎ 적절한 추론은 '센스'로 불리지만 과도한 추론은 오지랖, 설레발 취급을 받아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참 어렵죠? 그렇게 오바하게 된 과정도 중요해요. 청자의 감정도 들여다보면서, 요소별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화자' 파악하기


: 신고한 백인 여성분은 우선 말이 짧은 편입니다. 중간에 형사가 말을 막기도 했지만, 구구절절 다 설명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언어습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야 해요. 누군가 TMI라면, 누군가는 답답이일 수 있습니다. "왜 말 안 했어?"라고 따지면, "안 물어봤잖아!" 혹은 경찰의 말대로 "닥치라며...?"... 충분히 원하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에 맞는 적절한 질문과 티키타카도 중요하겠죠! 알아서 다 말해주길 바라는 것은 위험!


2. '청자' 파악하기


: 열정의 흑인 경찰분! 굉장히 적극적으로 듣고 추론하고 반응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먼저 흥분하고 '급발진'해서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어요. 이번 상황에서도 제대로 듣지 않고 먼저 추측해서 상대방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과거의 경험, 배경지식으로 상황을 추론할 수 있지만, 말로 내뱉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 30% 짐작하고 있더라도, 우선은 침착하게 ~ 더 확실한 근거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사실 대화를 보면 추론의 근거가 너무 빈약하니까요. 혹시 다혈질이거나, 성질이 급하신 분! "우리나라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라는 말이 있죠. 저 영상은 미국이지만... 그래도 조심! 지레짐작을 즐겨하시는 분이라면 ~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나중에 진짜 큰 사고! 날 수 있어요.


나아가서 내가 화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괜히 밉상인 사람이 말하면 그 말도 다 듣기 싫은 것처럼, 내가 무시하는 사람의 말은 다 깔아뭉개는 것처럼, 내가 믿는 사람의 말은 무조건 신봉하는 것처럼,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3. '메시지' 파악하기


: 메시지는 굉장히 심플합니다. "수영장에 흑인 아이들이 있어요." 이 정도 메시지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어요. 그럼 추가 질문을 했어야 해요. "뭐하고 있나요?", "그래서요?", "별일 있나요?" 등등. 한정된 정보로 추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조금 더 단서를 얻었어야 합니다. 육하원칙(왜? 어떻게? 어디서? 언제? 무엇을? 누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련된 정보를 많이 습득할수록 추론이 탄탄해집니다.


4. '상황' 파악하기


: 우선 맥락에는 언어적 맥락 / 비언어적 맥락이 있어요. 비언어적 맥락에는 상황 맥락과 사회문화적 맥락이 있습니다. 보통 상황 맥락으로 정리하지만, 이번에는 인종차별이란 사회문화적 맥락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인종차별은 계속된 사회적 이슈이고, 흑인과 백인의 갈등은 골이 매우 깊습니다. 흑인 경찰의 행동은 단순 급발진(?) 이상으로 사회문화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경찰 업무를 하면서 오랜 시간 쌓인 편견들! 해당 또래의 백인 여성이, 수영장에서 흑인 아이들이 노는 것을 못마땅해 할 것이라는 선입견! 이미 흑인 경찰의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이는 분노를 유발하는 요소니 소통할 여유가 사라집니다. 이렇게 보니 오해한 청자의 반응이 조금은 이해되죠? 하지만 그러다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었으니, 과유불급은 잊지 맙시다!


말귀 뻥 2.png







keyword
이전 05화[어휘력] 새로 생긴 지역 방언, 판교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