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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잘딱깔센'을 위한 대화의 격률

대화에 필요한 기본 요소

by 이승화

여러분의 대화는 안녕하신가요? 본인의 대화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대화에는 손가락질(?)하기 좋죠. 저 사람이랑은 대화하기 싫어 ~ 저 사람은 말이 너무 많아 ~ 저 사람은 너무 과묵해서 지루해 ~ 저 사람이랑 말하면 기분이 묘하게 나빠 ~ 할 말이 많습니다. 서로에게 기대치가 높아요.


하지만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대화는 상호작용! 쌍방이라는 사실! 말그대로 모두의 책임입니다. 이 책임을 좌시했을 때, 남탓만 하게 돼요. 그래소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좋습니다. 너무 타이트한 기준이 아니라, 유연한 기준이에요. 서로가 지켜야 할 이 기준이 우리의 대화를 더 알차게 만들어줄 겁니다. 결국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흐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공부하고 훈련하고 노력해야 해요. 더 좋은 대화를 위해서 말이죠. 그 훈련이 여러분의 말귀도 밝게 만들어드릴 겁니다. 차근차근 함께 알아가 보아요.





"알잘딱깔센"이란 말이 온라인에서 널리 퍼지기도 했는데요.


알아서 ~ 잘 ~ 딱 ~ 깔끔하고 ~ 센스있게!


어떻게 활용하는지 한번 볼까요?


이승화! 지난번 그 일은 '알잘딱깔센' 마무리했지?

'알잘딱깔센' 직원이 어디에 있나요?

이번 행사는 '알잘딱깔센' 준비하세요!


알잘딱.jpg


말은 쉽지만... 실행은 힘들죠. 잘 ~ 딱 ~ 깔끔하고 ~ 센스있게! 대화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알아서' 하는 것은 더 어려워요. 그러다보니 자꾸 자기검열에 빠지며 입을 다물게 되어요. 그나마 지각 있는 친구들은 말은 하고 싶은데, '알잘딱깔센'이 아닐까봐 미리 밑밥을 깔기도 합니다. "이거 TMI일 수도 있는데 ~ 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라는 말을 서두에 깔고 조심조심 이야기를 합니다. 겁 먹은 거죠.


역으로 정신줄 놓고 아무말이나 내뱉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0개 국어", "아무말대잔치", "의식의 흐름"이란 말들이 나오는 이유예요. 모국어도 잘 못하는 O개 국어, 아무말이나 신나게 내뱉는 대잔치, 생각나는대로 편하게 내뱉는 의식의 흐름... 재미있는 말들이지만 뼈아픈 현실입니다. "알잘딱깔센"과 나란히 두니 격차가 크죠? 그만큼 언어사용의 격차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상 속 대화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들을 자주 놓치곤 합니다. 기본 요소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무언가 규칙을 지키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지니까요. 따로 배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저냥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대화가 퍼즐처럼 딱딲 잘 맞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힘들어합니다. 말하기가 힘든 사람도 있고, 말귀 어둡다고 매번 구박 받는 사람도 있고, 왜그런지 모르게 대화가 끝나면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말귀가 어두운 사람들을 위한 책이에요. 하지만 모든 잘못이 다 청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대화는 상호작용, 문제가 생긴다면 쌍방일 확률이 높아요. 비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호존중 속에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핫한 "한문철의 블랙박스"를 보시면 몇 대 몇인지 과실 정도를 정해주기도 해요. 하지만 상대방이 잘못한 상황에서도 내가 잘 대처해서 사고를 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어운전"이란 말도 있죠?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대화의 기본 규칙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언어철학자이자 분석철학자인 폴 그라이스는 대화의 격률(Conversational Maxims)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들이에요. 보통 상대방이 지키고 있다고 믿는 무의식적으로 믿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 '문화적으로 ~' 전제를 깔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대화의 신호등입니다. 아주 간단한 규칙으로 원활한 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첫째, 양(Quantity)의 격률입니다.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정보의 양!

둘째, 질(Quality)의 격률입니다. 대화의 질이란 내용의 진정성과 타당성!

셋째, 관련성(Relation)의 격률입니다. 대화의 맥락을 고려, 내용의 연관성!

넷째, 방법(Manner)의 격률입니다. 모호하고 애매한 태도 주의, 전달의 명료성!


네 가지에 대해서 하나씩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어디서부터 우리의 대화가 삐끗하는지 확인하기 좋은 기회예요. 아주 간단한 신호지만,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신호등처럼 우리의 대화를 원활하게 해줄 대화의 신호등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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