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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Feb 25. 2024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태어난 김에 독서모임

대학생들과 '독서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한 학생이 질문을 했어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신가요? 또 무엇을 안 하고 싶으신가요?


https://www.i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079


그때 저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면 독서모임을 할 것이라고요. (주식과 코인은 제외하고...) 그때는 독서모임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지만, 알게 된 지금은 독서모임에 가입할 것입니다. 없으면 만들 것이고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 아픈 연애... 이건 함구하겠습니다.


독서토론 자체를 제대로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독일 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이었어요. 독일 문학을 읽고 게시판에 감상문을 올리고 수업 시간에 조별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게시판에 올린 감상문은 댓글을 많이 달수록 가산점이 있어서, 다른 학생들의 글도 많이 읽었어요. 수많은 수업을 들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A가 나온 수업이기도 하고요.


책을 읽는 것은 좋아했지만, 이런 틀 안에서 제대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은 없었어요.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또 그 학생들의 글을 읽으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다또 다른 매력을 만나기도 했어요. 평소에 좋아했는데 싫어진(?) 친구도 있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호감이 생긴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 1학년 교양 수업 때 쌓은 다른 과 친구들과의 인연이 4년 내내 지속되기도 했어요.


물론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몇몇 친구는 제 감상문을 읽으면 제 목소리가 음성 지원된다고도 했어요. 저는 솔직하게 제 생각과 감정을 꺼내는 그 시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대화하는 그 수업 시간에 저는 지적인 희열과 감동을 얻었어요. 교양 수업이라고 대충 참여하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지만, 저는 다른 전공 수업보다 훨씬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마지막에 조별로 나눈 이야기를 발표하고, 교수님과 여러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깊이 있는 해석을 더해서 작품의 감상이 풍요로워지기도 했어요. 저는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들을 추가로 읽고 생각을 가다듬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이 수업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느냐고 묻는다면, 콕 집어 이야기하기는 애매합니다. 문학 모임이었기 때문에 지식의 전달이 포인트는 아니었어요. 또 교양 수업이었기에 치열하고 열띤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엄청 난이도 있는 성장형 과제가 주어진 것도 아니에요. 어떤 친구는 다른 학생들의 질 낮은(?) 글을 읽는 시간이 아깝다고 읽지도 않고 영혼 없는 댓글을 달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에겐 뭔가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 좋았던 경험은 한 학기의 추억으로 마음 속에 남아 있었어요. 대학 시절, 제대로 된 독서모임은 더이상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좋은 기억을 살려서 직장인 때 '북렌즈'라는 독서모임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10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존재입니다. (북렌즈 모임 이야기는 밀리의서재에서 톡후감으로 연재하기도 해요. 생생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_


그래서 가끔 생각해요.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텐데. 대학교 때도 좀더 적극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주변에 없다면 내가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부터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넓은 세상을 마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해왔기 때문에 대학생 친구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요즘 유행하는 회귀물 콘텐츠의 주인공이 된다면 '독서모임 회귀물'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편하게 독서모임의 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삶이 팍팍한 현대인들, 학생들에게 독서모임의 매력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려주고 싶어요. 중간중간 독서모임 참여 꿀팁도 담을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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