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어휘력
등산 리본의 의미
산을 올라가다 보면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리본을 만날 때가 있어요. 사진 찍을 때 은근 거슬리기도 해서 무언가 자세히 보면 산악회 이름이 적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홍보용인가 생각했는데, 종종 이름이 없는 리본도 보였습니다. 리본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알아보았더니 나름 큰 의미가 있더라고요.
시작은 뒤따라오는 산악회 회원들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여럿이 등산을 하다 보면 선발 주자와 후발 주자로 나뉘기 마련인데, 선발 주자의 배려라고 할 수 있죠. 적혀 있는 내용에 따라 산의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 산악회 홍보도 하며 다양하게 분류됩니다만 주 목적은 길 안내입니다. 표지판을 세울 수 없는 곳에서 등산 리본은 등산객들의 조난 예방을 도와주는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해왔어요.
지금은 등산로도 많이 정비가 되었고, GPS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들 때문에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경관을 망친다는 항의를 받으며 수도 많이 줄었어요. 그래도 이러한 의미를 알고 보니 전과 다르게 가치 있게 보이더라고요. 결국 사람 살리는 리본이니까요. 일을 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세우는 이정표, 마일스톤이 꼭 필요합니다.
중간에 길을 잃지 않도록
마일스톤(Milestone)은 사전적 의미로 ‘이정표, 기념비’를 뜻해요. 과거 로마 제국에서 건설한 도로에 1로마 마일(Roman mile)마다 1개의 비석(Stone)을 세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목적지까지의 남은 거리와 방향이 적힌 도로 표지판을 의미해요. 대신 거리마다 모두 세우지는 않고, 중요한 지점에 세웁니다. 이를 바탕으로 비유적으로 확장되어 중요한 사건이나 성취를 나타내는 데 사용돼요. 또 목표 설정 단계에 이르는 중요한 중간 지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SNS 구독자 수 늘리는 챌린지를 한다고 했을 때, 의미 있는 중간 목표를 세울 수 있죠.
비즈니스에서도 최종 목표 이전에 중간 점검을 하는 중요 시점들을 의미해요. 적절한 구간마다 이정표가 있듯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들을 단계적으로 계획하고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일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 가능해요. 매출 목표나 고객 수 증가와 같은 구체적 목표치를 마일스톤으로 세우고 기념하고 점검하기도 하고요.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에서 특정 기능이 완료되었을 때, 이를 마일스톤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계마다 점검 요소들을 챙기고, 확인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이를 통해 최종 목표까지의 일정과 방향도 점검하고 리스크 관리도 할 수 있어요.
*이번 미션의 마일스톤을 구체적으로 짭시다.
*프로젝트의 마일스톤을 순서대로 정리했어요.
중간 점검의 중요성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외주 디자이너와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중요한 부분이라 스케치를 먼저 확인하고, 채색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디자이너가 바쁘다는 이유로 스케치를 일정 내에 보내주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마무리 일정은 지킬 수 있다며 안심시켰습니다. 담당자인 저는 그 말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독촉했다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몸을 사린 면도 있어요. 예술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성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감 날짜에 맞추어 최종 디자인을 받긴 했어요. 하지만 기획 의도와 맞지도 않고 퀄리티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정을 요청했더니, 채색이 이미 된 작품이라 일정 내에 큰 수정은 힘들다고 연락이 왔어요. 난감했지만 그렇게 밀고 나갈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개인의 취향 차이를 넘어 기획 의도와 맞지 않았으니까요.
내부 회의 끝에 결국 일정을 뒤로 미루고, 스케치부터 다시 그려서 작업을 진행했답니다. 자기합리화하며 중간 점검을 소홀하게 한 결과 더 힘든 시련을 마주했어요. 조금 편한 것 같지만, 나중에 더 큰 재앙을 맞딱드릴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중간 점검을 양보하지 않기로 했어요.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해도, 결국 일을 다시 하게 되면 그건 서로 배려가 아닌 상황이 됩니다.
중간중간 이정표를 세워라
디지털 관련된 업무가 늘어날수록 프로젝트가 커집니다. 큰 프로젝트일수록 협력하는 사람들이 많고 얽힌 이해 관계도 복잡해요. 그 사람들의 수만큼 서로 머릿속에 떠올린 모습도 다를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그 형태를 일치시키기 위해 단계별 목표를 세우고 점검하며 맞추어 나가야 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해요. 서로 신념이 강할수록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검하듯, 중간중간 명확한 단계를 설정하고 점검하며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냥 자주 확인하고 잔소리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 비효율적이라는 꼬리표도 따라 붙습니다. 협의를 통해 그 적절한 지점을 정해야 효율적인 진행이 됩니다.
이정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다시 되돌아갈 때도 활용하기 좋다는 점이에요. 어긋난 지점을 찾거나,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간에 방향을 바꾸고, 최종 목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고 적절한 중간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어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해요.
혼자서 업무를 진행할 때도, 최종 목표를 바탕으로 중간중간 적절한 이정표를 세우는 연습을 하세요. 우선 마감 일정을 중심으로 역순으로 정하는 방법이 있어요. 이 정도 일정에서는 요 정도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중간 목표를 정한 뒤 점검합니다. 또 업무 단계의 특성이나 진행률을 바탕으로 정할 수도 있어요. 디자인, 원고, 마케팅 등 분야에 맞게 점검합니다.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스스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라고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