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J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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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안녕하세요? 후이입니다. 저는 지금 미국에 와 있습니다. 한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센터가 아이들로 다시 북적인다는 소식은 듣고 있습니다. 고엽제 피해자를 위한 상담 치료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도 당신 덕분입니다.


몇 년 전 당신과 무너진 성당 앞에서 이야기한 날을 기억납니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적막이 오히려 위로됐습니다.


그날 이후, 센터를 거쳐 간 이들의 마음을 되짚었습니다. 그곳에 있던 우리는 모두 웃고 있었지만, 마냥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겁니다. 전쟁의 상처를 함께하는 게 옳은 것이라면, 그게 바로 자신의 몫이라 믿었기에 그곳에 머물렀을 겁니다.


처음 팸플릿을 읽던 날. 흘렸던 눈물이 분노로 변하지 않게 도와주었던 건 엄마였습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사랑은 영원하다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엄마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엄마가 영원하다고 믿는 그 사랑이라는 게 좋은 것이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랑이 영원하면 고통도 사라질까요? 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난 후 언젠가부터 오렌지 맛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았습니다. 오렌지빛 얼음을 깨물면 마음의 응어리들이 없어질 거라 믿었는데 이젠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때 버스 안에서 어지러워하는 당신을 보며 어깨에 기대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만날 땐 덜컹거리는 버스는 타지 않아야겠지요. 하지만 내심 다시 그 버스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나도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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