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딜쿠샤는 역사적인 건축물이죠. 현재 종로에 있는 서양식 주택이고, 등장인물도 다 실존인물입니다. 강철/김주사 이렇게 두 역할을 맡았어요. 강철의 비중이 좀 더 큽니다.
남팁: 강철은 어떤 사람인가요?
조영태: 강철은 미군 소속 북파 공작원이에요. 처음에 캐릭터를 잡을 때 북한 사투리를 써야 해서 고민을 했는데, 결국 황해도 사투리를 쓰기로 했어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가 황해도 출신이셔서 익숙했어요. 방송에서는 황해도 사투리는 잘 안 써요. 우리가 아는 억양 센 북한 사투리랑은 조금 다르거든요. 저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느낌의 북한 사투리를 원했습니다.
남팁: 강철의 비중이 크더라도 김주사라는 역할까지 한 극에서 해내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조영태: 어렵죠. 인물에 대한 몰입을 빨리 전환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두 캐릭터의 나이와 성격이 달라서 대기실에서 호흡법을 바꾸고 심박수를 달리 해보려고 해요. 자세가 중요합니다. 역할마다 특징적인 자세를 설정하고 바로 바꾸면 역할에 몰입하기 쉬워요.
조영태: 이 작품은 딜쿠샤에 머물렀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우리 모두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겁니다.
part2. <갑자기 뮤지컬 배우>
남팁: 처음 소개한 것처럼 갑자기 노래를 한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것도 고3이?
조영태: 네, 고등학교 2학년 때 취미로 중창단을 했었어요. 노래하는 건 너무 재밌었는데 전공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머리에서 멜로디가 계속 맴돌더니 노래가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3이면 늦게 시작한 건데, 정말 감사하게도 원하는 대학 성악과에 합격했습니다.
남팁: 대단해요. 성악을 전공했는데 뮤지컬 배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조영태: 사실 대학 때는 클래식을 한다는 자부심이 컸던 터라 배우는 전혀 할 생각이 없었어요. 성악으로 미국유학도 다녀왔을 만큼요. 그런데 성악과에도 연기를 배우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알았죠.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걸. 제가 무대를 갈망하고 있더라고요.
남팁: 첫 무대가 명성황후 신하 역할이었죠? 친구들하고 다 같이 보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조영태: 맞아요. 명성황후 앙상블이었어요. 앙상블은 드라마로 치면 엑스트라 같은 건데, 너무 황홀했죠. 워낙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그때 제가 명성황후의 고종 역할을 언젠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31살에 그 꿈도 이뤘어요. 명성황후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part.3 <영웅>
남팁: 영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외무대신 역을 10년간 해왔고 내년 5월에도 캐스팅이 됐는데요. 10년간 같은 역할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조영태: 이 외무대신은 고무라 주타로라는 실제 인물을 참고해 생긴 배역이에요. 한 역할을 오래 하면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죠. 역할에 빠져들수록 책임감도 커지고요. 연기가 매번 같으면 안돼요. 그날 무대분위기, 이토히로부미를 연기하는 상대배우의 연기에 따라 제 연기도 변해야 합니다. 늘 똑같은 연기는 있을 수 없어요. 연구와 집중이 필요하죠.
남팁: 10년간 한 인물을 연기하고 계속 캐스팅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정말 멋있어요.
조영태: 멋진 역할을 할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part4. 향후계획
남팁: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요?
조영태: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해보고 싶어요. 남들이 볼 땐 바보 같지만 세상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죠. 끝까지 순수하게 돈키호테처럼 살고 싶어요.
남팁: 당신의 뮤즈는?
조영태: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아내입니다. 10년간 짝사랑했던 사람과 결혼을 하면 매일이 꿈같아요.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하하하
남팁: 아내분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뮤즈라니! 마지막으로 가을에 들을만한 뮤지컬 넘버 추천해주신다면?
조영태: 지킬앤하이드의 “Take me as I am”.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저희 결혼식 축가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