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가 머무는 본채 바로 옆 작은 방에 짐을 풀었다. 시멘트만 발라진 방엔 낡은 침대하나와 동그란 낮은 의자가 놓여있다. 방 앞에 있는 작은 부엌에서 부부가 아침준비를 하고 나는 그 옆에 쭈그려 앉아 뭐라도 거드는 시늉을 했다. 손님이 온다기에 미리 닭을 잡았다고 털이 뽑힌 닭을 들어 보였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내게 할머니는 저리 가서 쉬라며 손으로 가라는 시늉을 했다.
괜히 방에 가서 하릴없이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나무로 짠 낮은 상을 가져왔다. 초록이 선명한 야채볶음과 쌀밥과 멀건 닭고깃국.
당신들은 평소에 먹지도 않을 푸짐한 상차림. 그렇기에 더욱 복스럽게 먹을 작정을 했다.
내가 그릇을 비우는 동안 두 노인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물 잔이 비워지면 채워주고 밥알을 흘리면 치워주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그저 씩 웃어넘겼다. 그저 따뜻하기만 한 눈길이었다.
동이 트면서 시작된 더위는 오후 3시경까지 모두를 굴복시키고 4시가 넘어서야 사람들을 다시 일어서게 했다. 동네나 좀 돌아보려고 부엌 앞 그늘에서 일어서는데 할머니가 바스락대는 비닐우산을 쥐어줬다. 이렇게나 구름 없이 하늘이 맑지 않냐는 내 표정을 읽은 것일까. 손가락으로 저 멀리를 가리키는데 그제야 잿빛구름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