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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Nov 19. 2024

공을 따라간다는 것

오늘도 즐거운 테니스 레슨시간이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아니면 라켓 잡는 법을 교정해서 그러가? 손목이 아파오기 시작해서 물리치료까지 받았다.


병원에서 준비운동을 꼭 하라고 해서 이번달에는 신경 써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치료를 받아 한결 부드러워진 손목을 돌리고 뻣뻣한 허리도 돌려본다. 발목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제자리에서 콩콩 뒤면서 라켓으로 포지션 연습도 했다.


레슨 때 하도 소리를 지르셔서 이제는 목이 다 쉬어버린 코치님이 멀리서 쇳소리로 나를 부른다. 드디어 보라색 코트 위에서 침을 꿀꺽 넘기고 레슨 시작!


지난주에 꽃게로 빙의되어 코트 옆으로만 움직였던 나는 오늘 드디어 꽃게에서 탈출을 했다. 드디어 공이 짧게 오면 앞으로도 가고 길게 오면 뒤로 빠지면서 공을 쳤다.


그러니까 나에게 라켓으로 공을 친다는 건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공이 나한테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다. 내가 공을 따라가는 거다.  어떤 사람은 반대일 수도 있다. 왜냐면  사람은 공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다 보니 오히려 타점이 높아질 테니까. 그 사람은 나와는 반대로 공을 기다려야 될 테다.


어쨌든 나는 항상 공이 나한테 올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무서운 것도 아닌데 도대체 난 왜 공을 기다리는가) 공이 결국 두 번 이상 바운스하거나 옆으로 가서 치게 된다.


알지. 다 아는데 안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연습하는 거고, 시뮬레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한 주는 이번 수업 때 꽃게가 되지 않기 위해 앞뒤로 공이 온다고 생각하고 나름 발을 움직여보고 머리로 계속 그려보았다.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이 올 때 느낌이 달라진다.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사이 아닌가요?


확실히 시뮬레이션의 효과인가. 익숙한 공처럼 보이면 당연히 발은 달려가게 되어있고 그럼 네트를 넘기는 횟수도 많아진다. 원래도 이런저런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다음날에 있을 일을 머릿속으로 굴려보는 걸 좋아하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루틴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오늘은 처음으로 코트를 나름 누비며 랠리연습을 했고 칭찬도 받아 아주 기분이 좋다.

땀은 뻘뻘 나고 침까지 흘러나오는 체력소모를 하지만 당분간 몸을 아끼며 테니스 코트에서 열정을 불태워야지.


올 겨울은 뜨겁게 코트에서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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