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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Nov 12. 2024

난 전생에 꽃게였나 봐

새로 산 테니스라켓이 참 마음에 든다. 하얗고 그립감이 좋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해서 산건 아니고 코치님이 들고 있는 게 예쁘길래 따라 샀다. 처음 산 테니스라켓을 들고 신나게 오늘도 테니스장에 들어섰다.


수업 시작 전 보통 몸을 풀고 핸드를 바로 치는데 오늘은 코치님이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나와 리를 하면서 특징을 좀 분석해 보셨다고 했다. 아주 예의 바르게 말씀하시지만 결론인즉슨 나는 공이 오는데 옆으로만 다니고 앞으로는 뛰어들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뭐라고?


분명 코치님이 오해하신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눈을 좀 부릅뜨고 해명을 해보았다.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말이다.  나는 누가 봐도 공만 보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그런 열정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오호라. 그러시군요. 내 에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코로 대답하시는 코치님. 그럼 오늘은 랠리 대신 짧은 공 한번, 긴 공 한 번으로 연습을 해보자고 하셨다.


 네트를 기준으로으로 세로로 고깔 포인트를 두 개를 두었다. 코트 끝 중앙에서 공이 날아오면 네트에서 가까운 고깔까지 한번 뛰어가고 그다음 재빨리 뒷걸음질을 쳐서 뒤에 있는 고깔까지 오는 공을 치는 정말 단순한 연습이었다.


이쯤이야.


뭘 이쯤이긴 이쯤이야. 나 꽃게인가. 왜 계속 옆으로만 움직이는 걸까. 분명 눈으로는 고깔을 보고 공이 날아오는 걸 보며 앞으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옆으로 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머쓱하게 코치님 말씀이 다 맞았다고 시인했지만 도대체 그 이후로도 계속 왜 옆으로만 가는지 알 수가 없다.


하여튼 오늘 연습은 앞뒤로 움직이는 연습만 죽어라 하다 끝났는데 연습 이름은 '앞뒤로 열심히 뛰기'였지만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계속 옆으로만 가다 소리만 꽥꽥 지르는 그런 날이었다.


꽃게인가봉가  


p.s 참! 오늘 수업 끝나고 공 줍기 하면서 라켓으로 공을 쳐서 넘기는데 코치님 등을 정통으로 맞춰버린 건 절대 고의가 아니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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