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테니스라켓이 참 마음에 든다. 하얗고 그립감이 좋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해서 산건 아니고 코치님이 들고 있는 게 예쁘길래 따라 샀다. 처음 산 테니스라켓을 들고 신나게 오늘도 테니스장에 들어섰다.
수업 시작 전 보통 몸을 풀고 포핸드를 바로 치는데 오늘은 코치님이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나와 랠리를 하면서 특징을 좀 분석해 보셨다고 했다. 아주 예의 바르게 말씀하시지만 결론인즉슨 나는 공이 오는데 옆으로만 다니고 앞으로는 뛰어들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뭐라고?
분명 코치님이 오해하신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눈을 좀 부릅뜨고 해명을 해보았다.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말이다. 나는 누가 봐도 공만 보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그런 열정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오호라. 그러시군요. 내 말에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코로 대답하시는 코치님. 그럼 오늘은 랠리 대신 짧은 공 한번, 긴 공 한 번으로 연습을 해보자고 하셨다.
네트를 기준으로으로 세로로 고깔 포인트를 두 개를 두었다. 코트 끝 중앙에서 공이 날아오면 네트에서 가까운 고깔까지 한번 뛰어가고 그다음 재빨리 뒷걸음질을 쳐서 뒤에 있는 고깔까지 오는 공을 치는 정말 단순한 연습이었다.
이쯤이야.
뭘 이쯤이긴 이쯤이야. 나 꽃게인가. 왜 계속 옆으로만 움직이는 걸까. 분명 눈으로는 고깔을 보고 공이 날아오는 걸 보며 앞으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옆으로 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머쓱하게 코치님 말씀이 다 맞았다고 시인했지만 도대체 그 이후로도 계속 왜 옆으로만 가는지 알 수가 없다.
하여튼 오늘 연습은 앞뒤로 움직이는 연습만 죽어라 하다 끝났는데 연습 이름은 '앞뒤로 열심히 뛰기'였지만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계속 옆으로만 가다 소리만 꽥꽥 지르는 그런 날이었다.
난 꽃게인가봉가
p.s 참! 오늘 수업 끝나고 공 줍기 하면서 라켓으로 공을 쳐서 넘기는데 코치님 등을 정통으로 맞춰버린 건 절대 고의가 아니다.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