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가 참 많은 미국 킨더
3월 초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곧 Leprechaun Trap을 만들 예정이니 몇 가지 물품을 기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기부는 하면 되는데, 발음도 어려운 이 레프러콘(레프라콘/레프리칸)은 뭐지? 미국에 몇 년을 살았는데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또 검색해 보았다.
집에 있는 운동화 박스와 휴지심, 종이 접시, 빨대, 색도화지 등을 챙기고, 마트에 가서 성패트릭의 날 스티커를 사서 등굣길에 들려 보냈다. 3월 16일에 학교에서 덫을 만들었고, 다음 날 레프러콘을 못 잡았다면서 집에서 잡겠다고 덫을 들고 왔다. 레프러콘이 근처에 있으면 색이 변한다는 구슬팔찌를 차고 와서 한동안 열심히 찾아다녔다. 온 집안에 반짝이를 흩뿌리며 며칠을 기다렸지만 레프러콘이 나타나지 않아 덫은 며칠 전 조용히 철수시켰다.
레프러콘이 교실을 완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이에게 들었는데, 선생님이 보낸 사진을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 이렇게나 작정하고 어지르시다니요. 선생님 존경합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가는 영상도 있는데 정말 놀라고 신나 하는 표정들이다. 때마다 이벤트가 있고 그때마다 기부하거나 뭘 만들어야 해서 번거롭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기대하고 좋아하니까 그 맛에 하는 거지 싶다. 레프러콘(이라 쓰고 선생님이라 읽음)이 뒤집고 간 교실은 아이들이 모두 치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