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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Highly Capable Program

어딘가 좀 특출난 아이를 찾아

by Mika

10월이 되자 학교에서 보내는 뉴스레터에 CogAT(Cognitive Abilities Test) Screening이 다음 달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국 공립학교에는 Gifted class(주마다 이름은 다름)가 운영되는데, 특정 분야에 대해 그 나이 수준보다 높은 이해나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아이들을 뽑아서 수준을 맞춰주는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영재반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은데, 아무튼 이 반에 들어갈 아이들을 뽑는 시험이 진행된다는 소식이었다.


보통은 2학년 때 gifted class에 들어갈 아이들을 뽑는데, 아이가 다니는 학군에서는 킨더 전교생을 대상으로 CogAT Screening을 진행한다. 여기서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학생들은 Full test를 보게 되고 이를 통과한 학생은 PEP(Primary Enrichment Program)에 들어가게 된다. PEP 아이들은 일주일에 30분씩(1-2학년엔 1시간) Reading과 Math를 따로 배우게 된다. 3학년이 되면 SAGE (Special Approach to Gifted Education)와 MERLIN (Mind Education Right Left Integration)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일주일에 하루 정도 해당 수업이 있는 학교로 등교하거나, 경우에 따라 해당 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한다.


아이가 영어를 읽지 못하는데 CogAT을 어떻게 보나 싶어 담임 선생님께 물었더니, 킨더는 선생님이 문제를 두 번씩 읽어주고 풀게 한다고 한다. 테스트조차 원하지 않으면 빠질 수 있다고 하는데 굳이 빠질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가만히 있기로 했다. 11월 첫 주에 스크리닝이 있었고 아이는 글자도 읽고 산수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었다고 한다.


1월 중순에 아이가 2차 시험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며, Full test는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안내 메일을 받았다.

1차 스크리닝 결과 - 턱걸이로 통과
CogAT 2차 테스트에 대한 안내문


메일을 받고 바로 다음 주에 테스트가 진행됐는데, 아이 말을 들으니 반 친구 세 명과 함께 어떤 선생님을 만나 매일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늘 그렇듯 "난 다 아는 문제던데? 그래서 다 맞췄지. 모르는 것만 빼고."를 시전하며 극강의 자존감을 뽐내면서 말이다. MLL 때문에 자주 다른 선생님과 나가서 수업을 해서 그런지 이게 시험이라는 인식 없이 치른 것 같다.


2월에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i-Ready 앱을 통한 math/reading/vocaburary 시험도 진행됐는데, 이 점수가 Full test에 반영됐다. 그리고 3월 첫 주에 최종 결과가 나왔다.

Full test 결과 - 다음 기회에...


미국 교육 시스템을 잘 모르는 우리로서는 아이가 gifted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와닿지 않지만, gifted 아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꽤 많다(게다가 무료)고 한다. 미국 고등학교 교사인 지인의 말에 따르면, 학교 수업의 수준을 못하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조절하도록 되어 있어서 gifted class에 들어가야 적절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뛰어나게 뭔가 다른 건 아니지만 gifted class에 넣고 싶다면 선행을 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봤고 시중에 CogAT 문제집도 이미 많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료로 사교육 받는 것이니 준비해서 도전하는 사람들이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에겐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 알게 되어 테스트 결과가 꽤 의미 있었다.


표지 사진 - Photo by Robert Collin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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