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ka Sep 01. 2023

어린이 수영 강습(한국 vs. 미국)

이렇게 다를 수가

우리 집 어린이는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8회, 미국에서 8회 수영 강습을 받았다. 물에서 노는 건 좋아하지만 튜브나 구명조끼 없이 들어가는 건 무서워해서 물에 풍덩 뛰어들기만 가능해지길 바라며 등록했다. 양쪽 모두 가장 낮은 단계의 수업을 받았는데 본의 아니게 비교체험 극과 극을 찍었다.


한국 수영장 vs. 미국 수영장


간단히 수업 이외의 부분을 비교하자면 한국에서는 6-7세 반 레벨 1, 미국에서는 6-12세 반 레벨 1을 다녔다. 한 클래스 정원은 한국이 여섯 명, 미국이 세 명이었다. 양국의 수영장 깊이는 약 1.1미터로 거의 동일하고, 길이는 한국 수영장이 25미터로 미국보다 두 배 정도 길었다. 수온은 미국이 훨씬 차가워서 아이 입술이 항상 파래져서 나왔다. 수업 시간은 한국과 미국이 각각 50분과 30분이었고, 횟수는 동일하게 8회를 받았다. 비용은 한국 215,000원(지인 할인받음), 미국 176달러(지역주민 할인받음)가 들었다. 한국에선 친구가 등록을 해줘서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모르겠는데 여기는 너무 치열하다. 한 클래스엔 세 명, 같은 레벨에 도합 스무 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8월에 다닌 수영 캠프는 대기자 명단에 올려놨다가 거의 직전에 전화연락을 받고 다녔고, 9월에 다닐 수업도 사이트 열리는 시간에 대기하고 있다가 간신히 한 자리 잡았다. 이건 마치 성수기 캐리비안 베이 빌리지 신청과 비슷하달까.

한국 수영장 vs. 미국 커뮤니티 센터 수영장

한국은 수업 시작 10분 전까지 들여보내면 아이가 간단히 씻고(샤워실에 도우미 상주)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나면 씻고 환복한 뒤 도우미 분들이 머리까지 말려서 내보내줬다. 미국은 집에서 수영복을 입고 가던가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들어가고, 수업이 끝나면 수건 하나 걸치고 바로 집에 가거나 부모가 탈의실에 같이 가서 씻겨서 나와야 했다. 한국은 수영 레인 옆에 카페 겸 부모대기실이 있어 대형 유리창으로 아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내내 볼 수 있었고, 미국은 수영장 한편에 있는 벤치에 앉거나 그냥 서서 기다리든가 주차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한국은 셔틀버스가 있어서 유치원 및 학교에서 아이들을 픽업하고 수업이 끝나면 집까지 데려다주는데 미국은 당연히 셔틀버스는 없다.


한국 수영 수업 vs. 미국 수영 수업


아이가 한국에서 받은 수업은 내가 다녔던 수영 수업(참조 : 수린이가 수영을 해볼라고)과 거의 비슷했다. 허리에 작은 부력판을 달고 물에 들어가서 호흡을 먼저 연습하고, 킥판 잡고 발차기를 연습하며 왔다 갔다 하고, 호흡과 발차기를 같이 연습하고, 팔 돌리기를 조금 배웠다. 각각의 방법을 배울 때 자세를 봐주고 반복을 많이 했고, 레인은 한 수업에 10번 이상 왕복했다. 50분 내내 연습만 하다가 8회 차 중 두세 번은 선생님이 대형 부력판에 아이들을 태워 끌고 다니는 놀이를 잠깐씩 해줬다.


미국에서 첫날 강습을 받으러 갔는데 아무 보조기구 없이 아이들을 물속에 들어오라고 했다. 우리 집 어린이는 깨금발 상태로 물이 코까지 차서 괜찮은가 싶었는데 1초씩 잠수를 해보라고 했다. 세 명의 아이들이 물속에 얼굴을 넣었다 빼는 걸 본 선생님이 레인 중간으로 가더니 아이들에게 헤엄쳐서 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수업 시작한 지 1분 지났을 뿐인데. 수업 진행에 내가 더 당황해서 어어-하고 있는데 우리 집 어린이가 팔다리를 휘저으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어푸어푸하면서 선생님에게 도달했다. 아무 보조도구 없이 이동하다니, 이게 되는 거였어? 다른 두 아이는 얼어서 출발을 못하니 선생님이 와서 두 손을 포개어 앞으로 내밀고 발을 띄워보라고 설명을 해줬다. 어찌어찌 그 아이들도 조금 움직였더니 뒤로 몸을 눕혀 떠보라 하고, 앞으로 떠보라 하고, 발차기를 해보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시켜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5분은 선생님이 던진 링을 찾아오는 게임을 했다. 아이들은 신난 채 잠수해서 링을 찾아오고 선생님은 계속 던졌다. 8회 내내 같은 순서로 수업이 진행됐고 선생님은 아이들이 하는 걸 중간중간 계속 기록했다. 처음엔 아예 못 움직이던 아이들이 나중엔 어설프게나마 헤엄치는 걸 보니 신기하긴 했다.


양국의 레벨테스트


주변 사람들의 경험도 종합해 보면 미국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나 YMCA는 초보들에겐 그냥 생존수영을 가르치는 것 같다. 한국은 처음부터 호흡하는 법, 발차기 각도, 팔 돌리는 방법 등 하나하나 가르치지만 여기는 수영팀에 들어가야 영법을 제대로 배운다. 워낙 호수 같은 데서 수영하는 게 일상인 나라라 그런가 물에 뛰어들고 헤엄칠 수 있으면 되지 수영선수 할 거 아니면 영법이 뭣이 중하냐 이런 분위기 같다. (여기도 시설이나 교수법이 한국과 비슷한 어린이 수영장이 간혹 있긴 하다) 아이가 다닌 커뮤니티 센터는 Youth 단계가 1부터 4까지 있는데  Y1, Y2, Y3가 나란히 수업하는 걸 보면 모두 제각기 허우적거리며 레인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높은 레벨의 아이들이 물에서 움직이는 게 훨씬 자유롭긴 하지만. Y 단계를 다 통과하면 Competetive 단계(1~4)로 가는데 그제야 비로소 자세를 배우고 자유형부터 시작한다.


한국에서 수영을 배우지 않고 미국에서 바로 수영을 배우러 갔더라면 우리 집 어린이가 울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을까? 아이의 성격에 따라 미국의 수업 방식은 처음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 부모의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안 가르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아이들이 일단 헤엄을 치므로 배우고 있는 게 맞긴 하다 :)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에서 임플란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