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ka Dec 24. 2023

엄마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어?

크리스마스에 말이야

12월 첫째 주

"엄마! 나 산타할아버지한테 다른 선물 받고 싶어. 다시 편지 쓸래!"

(이미 사놔서 바꾸면 안 돼!) 산타는 11월까지만 소원편지 받는다고 했잖아. 이젠 편지 가지러 안 오실 텐데.

"힝.. 어쩔 수 없지."


12월 둘째 주

"엄마! 엄마는 산타한테 무슨 선물 받았어?"

엄마는 어릴 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

"정말? 왜?"

글쎄.. 엄마는 어릴 때 크리스마스가 있는지도 몰랐던 거 같아. 산타를 믿지 않으니까 당연히 선물도 못 받았겠지?

"그럼 엄마는 이제 산타가 오는 거 믿어?"

그.. 그럼~ 꼬꼬한테 매년 오니까 믿지.

"그럼 엄마는 산타한테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

글쎄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

"엄마 한번 생각해 봐! (1분 뒤) 엄마 생각해 봤어?"

응? 아.. 글쎄...

"내가 생각해 줄까? 엄마는 책을 좋아하니까 책 어때?"

그러네! 책 받으면 좋겠다!


12월 셋째 주

"엄마 크리스마스에 트리 밑에 보면 아마 선물이 있을 거야. 그거 엄마가 열어 봐."

네 선물인데 네가 열어봐야지.

"아니야 그래도 이번엔 엄마가 열어봐. 진짜 좋을 거야. 내가 소원 들어달라고 엄~청 기도 많이 했거든!"


11월에 산타에게 쓴 편지(좌), 12월에 쓴 편지(중), 선물은 두 개


받고 싶은 선물이 바뀌었다고 소원편지를 다시 쓰겠다길래 12월엔 산타 할아버지도 바빠서 소원편지를 안 가져간다고 답했었다. 그런데도 뭔가 적어서 포치에 내놓길래 모른 척하고 있었다. 아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포치에 나가 편지가 사라졌나 확인하는 걸 보고 선물을 다시 준비해야 하나 싶어 밤에 가서 봤더니 예상치 못한 소원이 적혀 있었다. 엄마를 위한 책을 선물해 달라고. 어머 얘 왜 이런다니 왜 감동시킨다니. 편지를 고이 챙겨두었더니 다음날 아침 아이가 뛸 듯이 기뻐하며 산타가 편지를 가져갔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틀 전, 아이가 내게 크리스마스 날 선물을 열어보라고 말했다. 깜짝 선물이 있을 거라고. 산타가 편지를 가져갔으니 소원을 들어줄 건 확실하고, 자기 선물 대신 엄마 선물을 보내줄 것이므로 나보고 선물을 열라고 하는 것이겠지. 아 이 사랑스러운 여섯 살. 아이는 모르는 내 책을 하나 포장해서 트리 밑에 같이 놔두고 깜찍한 산타 옆에 자러 가야겠다.


산타에게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는 엄마에게 자기가 받을 선물을 양보하는 예쁜 마음은 어디서 온 걸까. 그 마음이 나에겐 가장 큰 선물이다. 어릴 때 모두의 산타에게 선물 못 받아도 언젠가는 나만의 산타에게 선물 받는 날이 온다. 남편 미안, 내년엔 내가 양보할게!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 살며 건강 챙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