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네 한국을
미국집에서 토요일에 이삿짐을 보내고 여러 일정이 있었다. 아이 친구 엄마가 이사로 부산할 테니 아이들을 데리고 아쿠아리움에 다녀오겠다며 고마운 제안을 해주셨는데 이삿짐이 너무 아침 일찍 다 나가서 나도 같이 다녀왔다. 그 사이 남편이 집을 대강 치우고 오후에 리얼터가 와서 렌트 리스팅을 위해 집 사진을 찍어갔다. 아직 리스팅도 안 했는데 리얼터가 어딘가 소개하여 한 팀이 집을 보고 갔고, 저녁엔 지인 초대를 받아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떠나기 며칠 전에 뒤통수 얼얼한 일이 있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또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치유되기도 한다.
아이와 나는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자고 월요일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 일요일엔 마치지 못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은행 ATM에서 달러를 좀 찾고(한국 달러 통장에 넣었다가 환율 좋을 때 환전하려고), Safeway에 있는 Coinstar 기계에 그동안 모은 미국 동전을 넣고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로 바꿔서 남편의 스타벅스앱에 넣어드렸다. 혼자 계실 때 커피 좀 사 드시라고. 코스트코에 가서 이사를 이유로 회원탈퇴를 한다고 했더니 산뜻하게 연회비 120달러를 환불해 주었다. 연계된 코스트코 신용카드는 전화해서 없애도 되고 가만히 둬도 90일 후 해지된다고 하길래 그냥 뒀다. 티모바일에 가서 esim을 물리심으로 변경하고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려고 했는데 지금 요금제가 할인을 많이 받고 있어서 여러 나라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려면 유지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유심만 교체했다. 미국 전화를 살려둔 덕에 현재까지 세금신고나 미국 쪽 금융업무 처리를 복잡하지 않게 하고 있고 해외여행 가서도 무료 로밍으로 잘 쓰고 있다.
늘 셋이 움직이다가 공항에서 둘과 하나로 헤어지려니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공항에 들어서면서부터 사슴눈을 해가지고 눈물을 글썽이고, 아이는 엄마와의 비행이 마치 모험이라도 떠나는냥 들떠 있고, 나는 어린이와 아무 일 없이 잘 도착하길 바라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셋이 같이 떠났다면 기쁨이 앞섰을까. 그렇게 바라던 순간인데 긴장되고 정신이 없었다.
어쨌든, 드디어, 우리는 시애틀 공항에 한국행 편도 비행기표를 들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