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차 - 시내 관광(2)
둘째날도, 꼭 해야할 것은 없었다. 어쩌면 바라나시에선, '유유자적하게 곳곳을 둘러보다가 때론 쉬는 게 꼭 해야할 일' 일수도 있었겠다. 지금 사진들만 봐도,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진들을 다양하게 담아온 건, 여행으로 피곤한 상황에서도 나에게 셀프로 칭찬을 백만 점 주고 싶다. 사진을 보며 그 때의 감정들을 어느 정도 오롯이 되살리고, 기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 6:30 숙소에서 내려다본 갠지스강의 일출 풍경
왼쪽이 오리지널 색상. 갠지스강과 어우러진 그들의 삶 구루(Guru; 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 / 서민들 / 동물들이 가깝게 공존하는, 바라나시의 풍경 일행 수용씨와 일정이 달라져서, 그날부턴 혼자 다녔다. 이제 한껏 더 어유롭게 보낼 수가 있었다. 오전에는 그저 멍하니, 가트들을 다니며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보면서 다녔다.
오후에 배가 고파져서 유명하다는 당근케익을 파는 카페로 갔으나 개인적으로 맛은 별로, 쉼의 시간을 보냈다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정말 좋은 것이 아닌가?! 케익 맛에 실망도 잠시, 빠르게 그렇게 생각한 내가 신기하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었다. 유명한 카페였지만 손님이 많진 않아 3시간도 있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난 책도 보다가 이따금 스르르 낮잠도 자곤 했다. 사실 그때 열심히 책과 자료들을 보며 인도에 대한 내용을 읽었던 거 같은데, 솔직히 세세하게 다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갔고 음식 맛이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쉬면서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좋았고, 카페 내부의 예쁜 모습들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벽에 그림 전시, 한 가트쪽에선 사제로 보이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저녁때 돼서 배가 고파져서, 난 1시간을 걸어 라멘 맛집이라는 집을 찾아갔다.
라멘이 맛있어 보이는가? 나는 성공했을까??
다른 더 맛있을 수 있는 메뉴들도 취급하던 일식이 메인인 음식점 아니다. 그때 난 내가 먹어본 라멘 중 최악의 맛을 경험했다. 하지만 여긴 다시 말하지만, 구글맵 평은 괜찮았던 곳이다. 즉 맛집이라고 내게 여기 음식들이 맛있을 수 없고, 맛집이 아닌 곳에서 먹는 음식이 의외로 나에게 큰 만족을 줄 수도 있는 법. 순간 새삼스레 싯다르타, 혹은 간디 같이 그걸 깨달은 내가 잠시나마 대견했던 거 같고 그래도 배고파서 면은 다 먹으려 했다. 다만 국물이, 더 시금치같은 채소와 어우러져 시큼한 맛이 내 입맛에 안 맞았을 뿐. 그래도 요리사에겐 잘 먹었다고 말하고 나왔다. 이 정도면 되었지!
평화로운 대가족으로 보이던 사람들
바라나시 중심가쪽도 더 둘러보다가
철수씨와 미리 연락해두었었던 나는, 밤 11시에야 그의 일정이 끝난다고 해서 초대를 받고 <철수 카페>에 방문했다. 그땐 한창 성수기로 바쁜 시기였는데 늦게라도 시간을 조율해 만나게 된 것이다. 원래 난 한비야 씨 책을 읽어 이 분을 알고 있었고, 바라나시 혹은 인도를 포함해 한국인들에게 유명인사가 된 그였다. 시간도 있어 어떤 분일까 궁금했던 난, 대화를 좀 해보니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처음 보는 내게 성심껏 대해주시고 궁금한 것은 최대한 답변해주려 하셨기 때문이다. 유명해졌다 할 지라도 평판이란 건, 그 이후에 관리하는 게 더 쉽지 않다. 사람들이 다 그가 생각하는 대로 좋게 안 봐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철수형에게 한비야씨를 만나기 전, 이후의 삶에 대해 여쭤봤더니 분명 "삶이 달라졌어요!"라고 했다. 그건 유명세를 타서도 그렇겠지만 그의 꾸준한 노력 때문 아니었을지. 그 떄까지 이 형이 노력한 한국어 및 한국에 대한 공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마음, 또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많아진 그를 보며 시기 등의 근거가 있었을거다. 이런 점들을 그가 잘 대처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에 감당이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늦게라도 그날 그를 만나 대화를 하고 온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며 오랜만에 톡으로 안부를 물으니, 그는 반갑게 바로 보톡을 걸어주며 응답했고 우린 오랜만에 반갑게 통화를 했다. 철수형은 다행히 코로나의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