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그림같이 멋진 사진들이 많이 나와서 좀 정리하다 새벽이 넘어 잠들었던 거 같다. 하지만 미리 폰 알람은 어김없이 6시에 맞춰놨었는데 어김없이 바로 '그 넘의 벌룬' 때문이었다...
새벽 6시, 해는 떴지만 벌룬은 뜨지 않았다
6시 15분...
하지만... 역시나 그날 일출 때 벌룬은 뜨지 않았다. 거의 확률대로 되긴 한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숙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일출 사진들만 줄곧 찍고 왔다. 그래도 어디에서나 일출 사진은 감동이다!
눈을 좀 더 붙이면서 짧게 꿈을 꾸는데 꿈에서 "조식 먹어야지!" 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깼다. (ㄷㄷ 난 어디서 이 소릴 들었을까...?) 1시간 반 정도 더 자고 나니, 조식 시간이었다.
이곳 조식은 메인 음식을 따로 만들어 주는 건 아니지만 터키식으로 깔끔하고 찬들 하나하나가 훌륭하게 나온다. 터키의 반찬; 애피타이저를 그리스어 포함해 'meze(메제)'라고 하는데 그런 터키식 김치 같은 것과 채소들, 향신료들을 다양하게 준비해 준다. 또 숙소 근처가 빵 공장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반죽도 잘 되고 잘 갓 구워진 쫀득쫀득한 빵도 나오며 삶은 달걀도, 시리얼에 우유 그리고 주스 및 차이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준비해 주신다. 이게 숙박비에 포함된다니 참 좋았다. 대충 넘어갈 수도 있는 조식이지만, 이렇게 정성스레 준비해준 음식은 여행자가 다 알고 든든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삶은 달걀만 있어도 하루를 소비할 에너지의 큰 영양 보충이 된다. 난 이런 것들이 다 사장님이 손님들을 생각하는 배려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이곳 괴레메에서 하루 더 있기 당첨이다. 아직 이틀 정도 가용시간이 있고, 이틀 뒤까지 벌룬이 안 떠서 못 타면 페티예나 빙하마을인 파묵칼레로 바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배도 부르고... 오전엔 어디로 갈까? 어제 그린투어로 갔던 곳을 제외하고 올드타운 스타일로 예쁘다는 차우신(cavusin) 마을로, 오픈 톡방에서 알았고 여기서 만난 동생 현수와 다녀오기로 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로 200만 원을 벌어 13일간 여행을 왔다는 대견한 동생이다. 현수와는 지금도 소식을 주고받으며 잘 지낸다.
'누가 결혼하나 보다. 좋겠다!'
그렇게 앞에 길이 나 있는 도로 쪽으로 동생과 걸어가는데, 한 아우디 차량에 탑승한 사람이
"Hey, Where are you going?"
하고 내게 물었다. 나는
"'What's up?"
하고 답변하며, 택시 호객인가 싶어 가서 보아하니 커플같이 보이는 남녀가 타고 있었다. '아, 우리 숙소에 있는 커플!' 생각해보니 내가 인사를 했던 터키 커플이었다. 앙카라에서 여행 왔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테섹큐르 에데림!(터키어: 감사합니다.) We are going to cavusin(차우신)!!"
으로 답변하니, 근처니 흔쾌히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들의 친절함에 고마웠다.
이렇게, 여행지에선 특히 허물없이 누구와도 친구가 되기 쉽다.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안전을 담보한 상태로 친절히 베풀어주는 것도 적절히 받으면 좋다. 또한 그만큼 미소와 친절한 답으로 베풀면 그 여행자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5분 정도 걸려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고, 친절한 터키인 커플은 우릴 도로에 잘(?) 내려주고 갔다. 여긴 걸어서 오기엔 좀 멀기에 돌무쉬라는 현지 마을버스 같은 거로 타고 올 수도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긴 관광객들이 오는 방향이 아닌 반대편이라는 말씀을 사장님께 들었다. 한 마디로, 내가 그들에게 목적지를 잘못 알려줬던 셈이다. 뭐 어떤가? 꼭 정해진 길로 가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과정을 겪으면서 사람과 함께하고, 그 도중에 배경지와 사람을 통해 교류와 배움이 있으면 그걸로 이미 값진 여정이 아닐까?
Çavuşin(차우신) 터키의 카파도키아 (Cappadocia) 지역의 네브세히르 (Nevşehir) 주에 있는 아바노스 (Avanos) 지역에 있는 마을. Göreme 북쪽으로 약 5km 떨어진 Avanos와 Göreme 사이의 도로에 있습니다. [위키백과]
아무렴 어쩌랴. 이렇게 멋진 마을인데!
오른쪽은 아마도 ATV투어를 즐기는 관광객들
이곳은 이들 현지인의 삶의 터전이다
봐도 질리지 않는 배경이지만 이 정도로 보고, 이제 시내로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 벌룬투어 픽업을 위해(탈 수도 있으니 대기 차원에서) 시간 내에 도착해야 했다. 숙소로 경로를 찍어보니 도보로 1시간이나 걸리고 교통편을 찾기도 어려웠다. 우린 서둘러 빨리 걷기 시작했다. "히치하이크라도 할까, 현수야?"
그렇게 우린 히치하이크를 성공!
여행지에선 우린 용감해진다. 친절한 사람을 만났고, 그는 목적지인 시내까지 10분 만에 우릴 태워주었다. 테섹큐르 에데림!!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내 스토리를 보는 그는, 얼마 전 결혼을 한 사진을 올렸었고 나는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이후 우린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미리 찾아두었던 가게로 갔다.
아마도 괴레메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자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곳이었다. 실로 스테이크 맛이 훌륭했고, 다른 음식들도 간과 함께 괜찮았다. 맛있었으니 성공!
후다닥 음식을 먹고 숙소로 가서, 픽업을 받아 시내 중심가 벌룬투어 회사로 달렸다.
노란색은 벌룬 보류, 적색은 안 뜨고, 초록색은 뜬다는 뜻!
뜰 거라는 벌룬은 갑자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선지, 30여 분을 대기하다가 결국엔 뜨지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벌룬 탑승의 기대감에서 실망감으로 바뀌는 순간이구나...' 이 많은 사람이 다 예약자이다. 여행사 직원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사람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대부분 중국인이었는데, 그때 중국인들이 그렇게 터키에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20여 년 전엔 일본 관광객들이, 10여 년 전엔 한국인들이, 그리고 요새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여행지의 유행에 따라 관광객들이 이동하는 트렌드라는... 아무튼, 현수와 함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Pide(피데); 터키식 피자. 이탈리아 요리인 피자가 피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배가 고팠는데 숙소에서 피데를 단체로 시켜 투숙객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이 기다란 것을 잘라서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그 빵 공장에서 또 사 오셨나?' 할 정도로 빵도 고소하고 맛있는데 안에 든 고기와 육즙은 와... 훌륭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터키에서 먹은 피데들 중 우수한 맛이었다. 이게 터키 음식은, 대체로 한국인들의 입맛과도 무난하게 맞는다고 하지만 '잘하는'곳에서 먹어야 한다. 터키 음식들도 조금 먹다 보면 질릴 수 있다. 대체로 느끼하기도 해서 아무래도 콜라, 그리고 라면 국물 같은 게 당길 수 있다. 그러니 라면 수프 등을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조금 쉬다가, 오후엔 숙소에 묵던 한국 누님과 함께 '비공식 사장님 투어'에 따라가기로 했다. 카파도키아 네브세히르에서 가장 높은 곳, 우치사르로!
그런데 일반적으로 가는 곳 말고, 오늘은 다른 쪽으로 안내해주시겠다는 사장님. 조용히 따라나섰더니...
우와!
뒤에 멋진 설산이!!
이 글 뒤에 몇 장의 사진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사장님도 잘 몰랐던 곳이고 새로운 곳에 안내해주고 싶어서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풍경이 멋진 곳이라서 놀라셨단다. 이래서 현지인들의 정보를 들을 필요가 있고, 또 새로운 곳도 가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래로 내리면서 멋진 풍경들에 더 놀라셔도 좋겠다.
배경이 커피값(다소 가격이 높았던 커피값)!
좀 쌀쌀한 날씨였기에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사장님, 다른 한국 누님과 함께 셋이 다녔는데 그 누님분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하러 가는 길에 10일 정도 터키를 여행하신다고 했다. 내가 괴레메에 도착해 그린투어를 시작한 그날부터 동행했던 누님이기에 그 사이에 대화로 또 교류할 수 있었다. 우린 한국인으로서, 각자 살아온, 또 여기까지 온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두 분이 나보단 조금 누님들이셨지만 특히, 진행 중인 내 연애 이야기나 앞으로의 결혼 계획 등에 대한 주제로 대화할 땐 본인 경험들을 나눠주시며 키득키득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언들도 잊지 않으셨다. 머나먼 타지에 와서,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 여행의 큰 묘미인 것!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해서 우린 또 길을 나섰다.
왼쪽에 강이나 바다가 있다면 딱 산토리니인데!! 정말 멋진 풍경
Here is, This is TURKEY. Cappadocia!!!
돌아서 걸어 내려오는 길에 본, 멋들어진 동굴 호텔 인근의 야경.
"이런 멋진 곳이 있었네요?!" 하시면서 사장님도 놀라셨던 장소다. '여행이란, 새로움'인 것.
이후 사장님은 누님과 날 시내로 차로 태워주셨다. 우린 또 오픈 톡방에서 시간이 맞는 한국 사람들과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했었기에. 추천받았던 좋은 식당으로 가서 여행자 둘을 더 만났다.
골고루 시킨 음식. 보통 양 lamb, 소 beef, 닭 chicken에서 선호하는 걸 시키면 된다
그렇게 또 새로운 두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한 명은 직장인, 한 명은 학생이었다. 각자 한국에서 지냈던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를 소개했는데 중요한 건 그때 그 순간에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것. 이렇게 또 인연이 생기고, 온전히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경험의 한쪽에 쌓아간다는 것. 그렇게 인연에 반가워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식사 시간도 훌쩍 지나갔다. 원래 이런 시간은 순삭(순식간에 삭제)인 법이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우린 음식들을 다 먹고, 각자 헤어져 누님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