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을 오르려고 하면 준비가 달라야 한다.
다른 회사에 부장으로 있는 K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미치겠네.”라는 말부터 먼저 했다.
“왜? 무슨 일인데?”
“선배! 말마요. 사장 조카라는데, 완전 무대뽀라고요, 무대뽀.”
“허허 무대뽀, 오랜만에 듣는다.”
“아! 지금 웃음이 나와요? 남은 미쳐 죽겠는데.”
“죽으면 안 되지,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진정하고 말을 해봐.”
후배는 마케팅학과를 나와서 J기획에서 근무하다 지금 있는 회사로 옮겼다. 어느 날 담당 상무가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사장 집안 식구라고 하면서 누가 와서 상무 자리에 앉더란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 왔다는 상무가 전혀 이 방면에는 아는 게 없다는 것이다. 모르면 물어라도 봐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후배가 올린 자료도 보지도 않고, “그게 되겠어?” “나도 다 안다” 하면서 무대뽀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요, 그냥 밀어붙였다가 본전도 못 뽑고 접고 말았죠. 크게 손해 보고 말입니다.”
후배가 말한 상무라는 사람은 전형적인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스타일이다. 그런 사람은 “내가 이 바닥에서 구른 지가 몇 년짼데”라면서 경력 자랑하고, 자신 만만해하고, 밑에 사람들이 준비한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밑에 부하 직원이 잘 되는 것을 싫어한다. 돼도 자기가 되고 칭찬을 받아도 자기가 받아야 된다. 나는 그런 사람을 너무도 많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