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시작되다

일본 열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by 이대영

“수색대를 보내기로 했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헨리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수색대라니? 무슨 말인가?”

“다음 로켓 발사 때 ‘파인더(Find)’를 보내기로 했다는 말이네.”

“그건 아직 프로토타입이잖아?”

“그건 맞지만, 이번 실종 사건 때문에 로켓추진연구소에서 제안했다고 하네.”

‘아직 프로토타입인데 우주로 보내다니?’


‘파인더(Find)’는 우주선이 실종될 경우를 대비해서 우주 수색을 위해 개발한 소형 우주 드론을 말하는데, 실종된 곳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드론 로켓을 날려 보내 수색하는 것이다. 이제 막 성능 테스트를 마친 상태였다. 실종된 우주선을 찾더라도 회수 할 수는 없고, 다만 위치만 확인할 뿐이었다. 이제 휴스턴에서는 행성 탐사와 실종된 우주선을 찾는 일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드론을 보내서 우주선을 찾는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잖아?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문제는 우주선이 왜 실종됐는가 하는 것이지?”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네, 유인 우주선을 보낼 수도 없고.”

헨리도 답답한 모양이었다.


파인더를 우주로 보낸다는 말이 전해지자 휴스턴은 물론이고 케네디 우주센터까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예상대로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은 물론이고 다음 출발을 준비 중인 우주인들까지 모두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고, 실제로 우주에 나가있는 우주선과 교신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는 말이 많았다.


헨리와 통화가 끝나자 우주안전국 국장인 대니 클락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내용은 당연히 우주인들의 안전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주안전국은 우주에서 우주 방사능과 수천 개의 위성이 언제 우주선과 부딪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주인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번 일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한번 겪어본 사람은 알지만 얼마나 집요하게 묻던지 ‘우주 CIA’ 라거나 ‘블랙 독(Black dog)’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무슨 말씀입니까?”

“내 말은 혹시 놓친 것이 없나 하는 것입니다.”

“그럴 것 같으면 우주센터나 위성국에 알아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여기서는 관제만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토미리는 감정을 눌렀다.

예상은 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관제센터지만 속수무책이었고,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다. 관제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지만, 스크린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 열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저는 후지산 정상으로부터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날고 있는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산 정상에서는 계속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이틀 전부터 피어오른 연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크게 피어오르고 있는데요, 금방이라도 분화할 것 같은 극도의 긴장 분위기입니다.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야마나시현, 시즈오카현,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주민 85만 명에게 안전한 곳으로 피난하도록 방송하였고, 경계 레벨을 3단계로 높이고 경보를 발령한 상태에 있습니다.

후지산은 지난 2천 년 동안 큰 폭발 17차례를 포함하여 모두 40차례 이상의 폭발이 있었고, 1707년 12월 ‘호헤이 대분화’ 이후로 활동을 멈췄는데요, 최근 후지산 부근 호수 수위가 줄어들고 호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지금까지 후지산 상공에서 NHK 우에노 카즈미였습니다.”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나고 후지산이 분화 조심을 보이자 패닉 상태가 되었다. 규수(九州) 가고시마현(鹿児島県)에 있는 사꾸라지마 화산 역시 흰 연기를 내뿜으면서 당장이라도 화산이 분출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 있는 화산들도 화산 활동을 재개하였다.


먼저 불을 뿜은 것은 이탈리아 지중해에 있는, 1979년 고대도시 폼페이를 집어삼켰던 ‘베수비오 화산’이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던 화산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불덩이가 쏟아 올랐고 흙먼지와 돌덩이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시뻘건 용암 줄기가 산 아래로 흘러내렸고 폼페이가 다시 묻히기 시작하였다. 가까이에 있는 휴양지와 관광지 위로 화산재와 돌덩어리들이 쏟아졌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킬리만자로’도 불덩이를 쏟아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바우르다르붕가 화산’이 폭발하자 아이슬란드 정부는 긴급 재난 경보를 발령하고 항공기 운항 위험 경보를 적색 수준으로 높였다. 한국에서는 ‘백두산’이 흰 연기를 내뿜으면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해 보였다.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 섬에 있는 ‘수프리에르 화산’도 흰 연기를 보이면서 분화가 임박했음을 나타냈다.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관제사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무슨 일이야?”

토미리가 물었다.

“세인트헬렌스 화산에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답니다.”

“세인트? 거기는 시애틀이잖아?”


텔레비전 화면에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세인트헬렌스 화산 위를 헬리콥터가 날고 있었다. 경찰차들이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화산을 쳐다보는 장면이 보였다. 차를 타고 피난 가는 사람들 뒤로 흰 연기를 내뿜는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멀리 보였다.


위성국 사진에는 여기저기서 흰 연기를 내뿜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심상치 않은데 지진에다 화산까지.’

사람들은 모두 불길한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이러다가 지구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것 아냐?”

시간이 지나면서 화산은 활동은 더 해 갔다.


세인트 화산도 마찬가지였다.

산 정상 부근에 있는 웅덩이에 고인 물들이 끓기 시작했고 유황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세인트 화산이 터졌다!”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텔레비전에는 큰 굉음과 함께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이 보였다.

화산은 하늘로 시뻘건 용암을 뿜어 올렸다.

그리고 곧이어서 산 아래로 쇄설류와 수증기, 엄청난 돌덩이들이 빠른 속도로 내려갔고 산 아래에 있는 집들이 불타고 도로가 녹아내렸다. 사람들이 모두 피신한 뒤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소방관들 눈에는 거대한 지옥처럼 보였다.


뉴스는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산과 지진에 대한 소식으로 채워졌다.

앵커는 각 지역에 있는 특파원들을 불러서 화산 활동과 지진에 관해서 물었고, 영상을 통해 보는 화산과 지진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같았다.


일본은 위기감이 더 심했다.

아직 연기만 내뿜고 있는 후지산과 사꾸라지마 화산이지만 언제 폭발할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항간에는 ‘일본 침몰’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로 일본 열도가 침몰하는 것 아니냐는 재수 없는 소리도 하였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람들이 지진과 화산을 피해서 일본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욕하지만, 속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규수에서는 사꾸라지마 화산이 분화될 경우 넓게 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섬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진계와 화산 관측 데이터는 대규모 분화 활동이 임박했음을 나타내었고, 화산이 분출할 경우 분화구에서 10킬로미터까지 화산암이 떨어지고, 화산재와 뜨거운 수증기로 20킬로미터까지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였다.

해안가에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파도가 크게 일렁거렸다.

‘쓰나미?’

아직 쓰나미 발령이 난 것이 아닌데도 연안에 사는 사람들은 바짝 긴장하였다.

일본방송은 사람들이 신사(神社)를 찾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 자위대는 모든 항공기와 함선들을 자국 연안과 비행장에 대기시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일본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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