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판타시아

"실제상황입니다."

by 이대영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을 우주정거장(ISS) 판타시아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우주인들은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위험한 것이었다.

“점점 심해지고 있어.”

일과 중에는 물론이고 일과 후에도 사람들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해지는 뉴스는 지진과 화산 이야기가 전부였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화산 모습과 용암이 흘러내려 집을 불태우고 도로를 태우는 모습. 그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손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소방대원들. 자동차를 타고 피난 가는 사람들. 현장에서 급박한 상황을 전하는 리포터들의 모습.

우주인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우주인들은 자국과 교신하면서 가족들의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ISS 장기 체류 프로젝트인 ‘익스퍼디션(Expedition)’으로 체류 중인 야마시타 미사토(山下美里)는 깊은 눈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야마시타. 어디라고 했죠?”

“오이타 다케타...”

“거기는?”

“규슈.”

야마시타는 표정이 없었다.

야마시타는 귀환하는 우주선이 있으면 금방이라도 돌아갈 것처럼 보였다.

제라드는 지구 쪽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으로 저 멀리 희미한 점 하나가 보였다.


중앙통제실(CCR)에서는 통제사들이 각 나라 우주센터와 교신 중이었다.

가이아를 타고 왔지만, ISS에 도착하면 모두 ISS의 지시에 따라야만 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우주선에서도 직접 교신할 수 있었다.

휴스턴을 부르는 콜사인을 하자 잠시 후 휴스턴이 연결되었다.

“휴스턴이다, 판타시아 말하라.”

“메기! 나 제라드야.”

“제라드? 어떻게요?”

“아,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상황요? 아, 괜찮아요. 다른 때보다 좀 심하기는 하지만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염려 마세요, 모두 무사해요.”

“다행이네. 그리고 대원들 집에 안부 좀 전해줘, 모두 잘 있다고 말이야.”

“네, 그렇게 할게요.”

목소리는 괜찮다고 하지만, 뉴스 화면을 통해 보는 지구의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휴스턴과 교신한 지 며칠이 지났을까? 갑자기 비상벨이 울렸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글쎄? 무슨 일이지.”

모두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판타시아 내 대원들에게 알립니다. 지금 즉시 각자 맡고 있는 노드(Node)로 이동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지금 즉시 각자 맡고 있는 노드로 이동 바랍니다.”

“‘유니티(Unity) 노드’는 원자력 상태와 전력 상태를 확인 바랍니다. ‘하모니(Harmony) 노드’는 실험 장비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샘플과 시료를 밀봉하고 봉인 바랍니다. ‘트랜클리(Tranquility) 노드’는 산소발생기, 물 순환기, 폐기물 저장 장치, 위생 유지 시스템을 점검 바랍니다. 다른 각 노드도 점검 바랍니다. 각국 우주선에서 조종을 맡은 대원은 우주선으로 가서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주기 바랍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무슨 일이야?”

사람들은 실제 상황이라는 말에 놀라면서 모두 맡은 구역으로 흩어졌다.

ISS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연결된 모든 모듈의 해치를 닫았다.

각자 타고 온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은 ISS에서 대피해야 할 비상 절차 중 하나였다.

ISS에서는 통상적으로 주변 2.5㎞ 권역을 안전권으로 설정해서 우주 쓰레기와 우주 파편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대장! 가이아에 가 있겠습니다.”

에릭이 이마에 손을 붙여 경례하고는 가이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비상이라니?’

제라드는 중앙통제실로 걸음을 옮겼다.

통제실에는 사령관인 개리 파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제라드.”

개리는 제라드를 보자 손을 번쩍 들었다.

“무슨 일이죠?”

“궤도가 바뀌었네.”

“예? 궤도가 바뀌다니요?”

개리는 대답 대신 화면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판타시아 궤도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판타시아는 궤도를 벗어나 있었다.

“왜 그렇죠?”

개리는 고개를 저었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죠?”

“음, 6개월 정도.”

“정말로 제대 말년에 일이 터졌네요?”

“그러게 말이야, 별일 없기를 바랐는데…….”

“어떻게 할 겁니까?”

“먼저 고도조절 엔진을 분사해서 위치를 바로잡을 거네. 문제는 판타시아에 연결되어 있는 우주선들이 안전할까 하는 것인데, 도킹을 풀지 않고도 될까 하는 것이네.”(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유럽, 러시아 우주선들이 모두 다중 도킹 모듈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대로 고도조절을 하면 안 됩니까?”

“우주선을 분리하지 않고 엔진을 분사하면 움직이면서 도킹 모듈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데 천천히 해 볼 생각이네.”

잠시 후 고도조절 엔진이 분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엔진을 분사하기는 했지만, 궤도를 바로 잡기 위해 엔진을 가동하기는 처음이었다.

“천천히.”

조종 레버를 잡은 통제관의 손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위치를 맞추는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아래위로 움직였다.

통제관은 그러면서 각 도킹 모듈에 연결되어 있는 우주선의 상태를 살폈다.

“조금 더.”

개리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엔진 출력이 서서히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station keeping(궤도 유지).”

화면에 정상 궤도에 올려져 있는 판타시아가 보였다.

“됐어, 잘했어.”

개리가 통제관의 어깨를 두드렸다.

개리는 제라드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비상 해제합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자 사람들은 모두 안도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개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무인 우주왕복선 톰이 사라진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엔진을 분사해서 수동으로 궤도를 조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모를 일이었다.

점검 결과 판타시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기계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이상이 없다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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