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중에도 지진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판타시아가 궤도를 벗어나자 NASA뿐만이 아니라 캐나다우주국(CSA), 유럽우주국(ESA), 러시아연방우주국(RSA) 등 모든 우주기관이 비상사태에 돌입하였다.
우주선에서 가끔 일이 생기기는 했지만, 우주정거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관측 위성이 가동되고, 다음 발사를 위해 준비 중이던 로켓이 급하게 발사대에 세워지고 연료가 채워졌다. 다음 출발을 위해 대기 중이던 우주인뿐만 아니라 백업 우주인들까지 모두 발사장을 떠나지 못했다.
관제센터는 판타시아와 계속 교신 중이었다.
“메기! 뭐라고 하는가?”
“아무것도요, 원인을 못 찾고 있데요.”
토미리는 깊은숨을 쉬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판타시아가 궤도를 잃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원인도 모르고?’
“다른 나라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마찬가지예요. 그 사람들도 말은 못 하고 거꾸로 우리한테 묻더라고요.”
다른 나라들도 상황은 휴스턴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백악관은 조용했다.
다른 때 같으면 전화기에서 불이 났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일이 터지자 무인 우주왕복선 톰이 사라진 것이 NASA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일렀다. 문제가 다른 데서 터져버린 것이다.
그것은 지구와 판타시아와의 교신 내용이 외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었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햄(아마추어 무선)을 통해서 ISS와 교신을 할 수 있었다.
햄들은 보통 송신출력 5 와트의 핸디 무전기로 ISS가 지구 근처를 지날 때 교신을 할 수 있는데, 판타시아와 휴스턴의 교신 내용이 지구 가까이에 있는 ISS가 중계 기지 역할을 하면서 교신 내용이 해킹된 것이다.
그때 지구에서는 판타시아 일을 ‘일상적인 궤도 조정’으로 간단하게 발표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이군.”
전화기 너머로 에드워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그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리 보안을 해도 말이야.”
토미리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냐, 그건 아니네. 아직도 비밀이 많다는 생각뿐이네, 너무 마음 상하지 말게.”
햄을 통해서 알려진 내용은 금방 방송사로 전해졌고, SNS와 인터넷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그 덕분에 대변인이 바빠졌다.
“이번 일을 NASA에서는 알고 있었습니까?”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브리핑 내용대로입니다. NASA에서는 문제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판타시아가 궤도를 크게 벗어난 게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까?”
대변인은 말을 못 했다.
“만약 잘못되면 많은 사람이 위험하게 되는데 그건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어떤 준비를 말하는 것이죠?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기자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자세한 것은 지금 다 말할 수 없고 다음에 다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변인은 서둘러 브리핑을 끝내버렸다.
“대변인 하기도 쉽지 않겠어요, 이번 일 같은 게 계속 생기면 말이죠.”
메기가 화면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토미리는 전광판을 쳐다보며 말이 없었다.
“이럴 때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말해야 하지 않아요?”
토미리가 메기를 쳐다보았다.
“감독 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 NASA에서 누군가가 진지하게 말해야 하지 않나 해서 말이에요. 감춘다고 감춰질 것이 아니잖아요?”
토미리는 생각에 잠겼다.
감춘다고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감출 수 있나?
그러고 보면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론’이고, 하나는 ‘돈’이었다.
‘여론’과 ‘돈’ 때문에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있는 그대로 모두 공개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었다.
있는 그대로 모두 공개할 경우 NASA가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모든 일이 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것처럼 보였다.
NASA는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로켓 시험 중에 불이 나기도 하였고, 로켓이 발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하기도 하였고, 우주선이 임무를 마치고 귀환 도중 폭발해서 우주인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우주 프로그램이 휘청거렸다. 어떤 경우에는 프로그램이 폐기되기도 하였고 무한정 연기되기도 하였다. 토미리는 그동안 그것을 모두 목격하였다.
토미리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일이 다시 재현될까 걱정이었다. 많은 우주인이 우주에 나가 있는데, 그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진다면 사기는 바닥에 떨어질 게 뻔했다. 우선은 지금 일들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기! 지금 상태는 어떤지 확인해 줘.”
“판타시아 말씀이죠?”
토미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에는 ISS와 우주선들이 모두 정상으로 나타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지구 곳곳에서는 화산 활동과 지진이 끊이지 않았고, 미국 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뉴스가 속보를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규모 7.5 지진 발생>
이번에는 로스앤젤레스였다. 진앙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154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이었다. 이날은 5백 명 넘게 숨졌던 지진이 일어난 지 정확히 5년째 되는 날이었다.
지진이 일어난 시간은 미국시각 21일 오후 2시.
지진은 규모 7.6 크기로 반경 500킬로미터까지 로스앤젤레스 중서부 전역을 뒤흔들었다.
건물이 무너지고 화재가 잇달았다. 도로가 끊기고 다리가 무너졌다.
한 시간 반 뒤에는 규모 6.3의 지진이 또 일어났고, 3시간 동안 무려 70번의 여진이 계속 이어졌다.
“어떻게…….”
사람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날짜와 시간까지 맞는다는 게 말이 돼? 진도 크기도 그렇고 말이야.”
“우연이야.”
“우연치고는 너무 이상하잖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
사람들은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수학자들은 확률적으로 통계표를 들이대며 말하였고, 학자들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그럴 수 있다고 하였다. 누구 하나 제대로 말을 못 했다. 땅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기에는 모두 역부족이었다.
우주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별반 다른 게 없었다.
다만 우주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빼고는 같았다. 우주선은 누가 끌어줘야만 움직이는 멍텅구리 배처럼 우주 공간에 떠있었다. 이번에 판타시아가 그것을 경험하였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궤도를 벗어나서 떠내려갔던 것이다.
지구는 더 이상 파란색의 아름다운 지구가 아니었다.
인공위성을 통해 본 지구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지구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시뻘건 불기둥이 여기저기 쏟아 오르는 게 보였다. 그것은 태고에 처음 지구가 만들어질 때 모습처럼 보였다.
지구 가까이 있는 ISS에서는 그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영상으로 고스란히 지구에 전해졌다.
사람들은 지구 사진을 보자 모두 경악했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참한 장면이었다.
지구는 검은 연기에 싸여있었다.
뉴스 중에도 지진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이제는 원인을 알려고 하는 노력도 의미가 없었다.
피할 곳도 없고, 피하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네팔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서 등반하던 사람들이 무너져 내린 눈과 얼음에 휩쓸려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났다. 지진은 산사태를 일으켜 마을을 덮쳤고,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엔안보리에서는 세계적인 재난으로 보고 총회를 소집하고 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기상학자, 지구학자, 재난 전문가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였다.
그러나 연일 회의가 열렸지만, 추측과 의견만 분분할 뿐 이렇다 할 내용은 없었다.
도시에서는 범죄와 사건이 계속 늘어났고, 사람들은 공포와 범죄까지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사람들은 활기찬 모습을 점점 잃어갔다.
이제 하루 일과는 재난에 관한 이야기와 뉴스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