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

샌프란시스코 지진 발생

by 이대영

“안녕하십니까? CNN 뉴스 릭 애티스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지진과 화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구 밖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나사에서 발사한 우주선 ‘가이아호’ 인데요, 가이아호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토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도니 다코 NASA 우주탐사시스템부 부국장님 나오셨습니다.”

“부국장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부국장님, 먼저 가이아호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 좀 해주시죠.”

카메라가 도니 부국장을 비췄다.

“가이아호는 토성 부근에 설치 중인 ISS 임무를 위해 발사되었습니다. 그동안 화성과 목성을 지나 마침내 토성 궤도에 다다랐는데요, 참으로 긴 시간 동안 우주를 항해했습니다. 그동안 아무 일 없이 잘 견뎌준 대원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네, 그동안 아무 일 없이 잘 견뎌준 대원들께 감사드렸는데요, 대원들 건강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대원들이 장시간 동안 우주 비행을 하면 첫 번째로 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주선 안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화성과 목성에 있는 ISS에 머물며 중력장치로 체력을 회복했습니다. 지구에 있는 집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주인들에게는 집과 같은 곳이죠.”

“네, 다행이군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임무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토성 궤도에 설치중인 ‘새턴라이즈’도 목성에 있는 ‘에로아스’처럼 수년 동안 오래 준비했습니다. 물론 미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같이 노력하고 준비한 결과죠. 많은 과학자가 말입니다. 우주인, 스텝 모두가 땀 흘린 결과입니다.”

릭은 도니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국장님, 이런 이야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항간에는 돈을 들여서 굳이 그렇게 멀리까지 우주선을 보내야 하나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니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아마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있고, 드론 택시로 하늘을 날고, 멀리 여행 갈 때는 비행기를 타고 다니지 않습니까. 손에는 최신 휴대전화를 들고 있고 말입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편하고 쉽게 되었을까요? 노력이 없이 그렇게 되었을까요? 처음 자동차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자동차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이 걷는 것보다 느렸습니다. 기차는 무겁고 골칫덩어리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저는 질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한 것은 동굴 안에 가만히 있어서가 아니라 동굴 밖으로 나와서 창을 들고 사냥하러 다녔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좀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말씀을 들어보면 그 원시인이 이제는 창이 아니라 우주선을 타고 우주 밖으로 나가 있다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우주인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군요… 태양계 밖으로도 나갑니까?”

“탐사선을 태양계 밖으로 보낸 지는 꽤 오래됩니다. NASA에서는 행성 탐사를 위해 많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됩니다. 유인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습니다. 화성에 있는 우주기지도 그렇습니다. 행성에 거주할 수 있는 테라포밍 기술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 발전하고 있고 더 고도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태양계를 벗어나 지구 밖으로 나갈 것으로 분명히 확신합니다.”

“다음은 오늘 내용과는 좀 다른 질문이지만, 우주군(USSF, United States Space Force)에서 한 번씩 로켓을 발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스페이스 X의 대형 우주로켓 ‘팰컨 헤비’가 우주군 위성을 싣고 발사되었습니다. 무게도 무려 만 톤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어떤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도니가 릭을 쳐다보았다.

“이번에 실은 것은 우주군에서 사용할 위성 3기와 ISS에서 사용할 보급품과 장비들입니다. 우주군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경우 대부분은 우주왕복선에 싣기에는 큰 화물들입니다. 우주정거장에 쓰이는 화물이라던지, 덩치가 큰 대형 위성들, 그리고 우주 실험을 위한 장비들입니다. 우주군이라고 하니까 우주에서 미사일을 쏘고 전쟁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우주군의 목적은 우주로부터 오는 위험을 막고, 자유롭게 우주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군사적인 목적이 있겠죠?”

“너무 군사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렇지 않나 해서 잠깐 물어본 말입니다.”

“…….”

그때 카메라 옆에 서 있던 PD가 앞에 있는 프롬프트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프롬프트에는 ‘<속보> 샌프란시스코 지진 발생,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위로 차량통행 전면금지’라는 자막이 떴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지진이 발생해서 피해가 생기고, 골든게이트에는 차량통행금지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전해지는 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국장님, 지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급하게 화면이 바뀌면서 텔레비전은 지진 현장을 보여주었다.

화면에 순간 금문교가 출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계속되었다.

“어!”

다리가 출렁거리자 다리 위에 있던 차들이 아래위로 요동쳤다.

차가 부딪히고, 수십 대의 차들이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차 문을 열고 나와서 다리 쪽으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

텔레비전 중계 헬리콥터는 다리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멀리 시내 빌딩들 사이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로에는 앰뷸런스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달리고 있었다.

꽉 막힌 도로에는 차들이 멈춰서 있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뛰었다.

스튜디오 안은 정적에 싸였다.

인터뷰하던 릭과 도니도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을 쳐다보았다.

PD가 인터뷰가 어렵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두 사람은 옷깃에 붙은 마이크 선을 정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국장님 NASA에서는 방법이…….”

도니 부국장은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저었다.

“릭, 기술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만, 지금 이것은 기술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현상을 우리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릭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화면에는 샌프란시스코 하늘이 뿌연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차량통행이 금지된 금문교 위에는 사고로 멈춰 선 차들만 보일 뿐 조용하였다.

방송국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기자들, 서류를 들고 다른 방으로 급하게 들어가는 사람들, 방송국도 난리였다.

“부국장님, 인터뷰는 다음에 다시…….”

도니는 릭의 배웅을 받으면서 스튜디오를 나섰다.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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