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위성인 타이탄이 보였다.
“엔진 정지.”
제라드가 말하자 에릭이 엔진 스위치를 껐다.
진동이 느껴졌다.
“조명도 꺼주게.”
조명을 끄자 저 멀리 무엇인가 희미한 게 보였다.
“와! 토성이다!”
토성?
... 정말 토성이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지구보다 9.5배나 크고, 표면 온도가 영하 176도인 토성은 적도 둘레에 레코드판 모양의 고리를 두른 채 우주 공간에 조용히 떠 있었다.
‘어떻게…….’
다들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이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말문이 막혔다.
우주에서 보던 지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장! 우리끼리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데요.”
에릭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어.”
상기되기는 제라드도 마찬가지였다.
그 옆으로 멀리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 보였다.
탐사선을 내려보낼 위성이었다.
타이탄은 토성에서 가장 큰 위성으로 ‘콜드 비너스’라고도 불리며 다른 위성들과는 다르게 토성 주위를 15일 22시간마다 한 바퀴씩 거꾸로 돌았다.
제라드는 침을 꿀컥 삼켰다.
‘탐사선을 내릴 곳도 확인해야 하고…….’
제라드는 타이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표면에 메탄 강이 흐르고, 메탄가스로 가득 차 있다는 타이탄은 신비로운 오렌지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는데 저 멀리 우주정거장 ‘새턴라이즈’가 보였다.
“새턴라이즈입니다.”
“에릭, 조심해서 접근하게.”
“니콜라이는 지구에 사진 보내주고 말이야.”
니콜라이가 카메라를 들고는 미소를 지었다.
“지구 사람들 배 아파할 걸요, 부러워할지도 모르죠.”
“그래? 배 아픈 사람들 이름 적어놓도록 하게, 나중에 이리로 보내도록 하지.”
비치가 옆에서 웃었다.
“교신할 때 목소리 들어보면 알 겁니다.”
“오케이.”
제라드가 에릭을 쳐다보았다.
“에릭! 휴스턴 불러주게, 배 아픈 사람들 말이야.”
“옛슬!”
에릭도 신이 난 모양이었다.
스위치를 켜자 삐-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이아다 휴스턴.”
“…….”
반응이 없었다.
“가이아다 휴스턴?”
“…….”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닙니까?”
에릭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제라드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은… 조금 있다가 다시 해 보게.”
우주선은 새턴라이즈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흰색 철제 구조물과 원통형으로 조립된 로드가 보였다.
‘정말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교신 때마다 소식이 안 좋았는데 그것 때문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제라드는 생각을 지우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심호흡을 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였다, 지지직거리며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휴스턴이다. 가이아.”
“휴-.”
에릭이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다.
“가이아다 휴스턴.”
“휴스턴이다, 무슨 일인가?”
“교신이 되지 않는다, 휴스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태양풍 때문에 전파 간섭이 심하다. 교신이 잘되지 않고 있다.”
에릭이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였다.
제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다행이야.”
“토성에 도착했다, 정말 멋지다. 새턴라이즈와 도킹을 위해 곧 랑데부할 예정이다.”
스피커에서 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제사들의 환호가 대단하다.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환호하는 관제사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토성 사진과 영상을 보내겠다.”
에릭이 사진과 영상을 정리해서 ‘SEND’를 터치하자 ‘COMPLETION’이라는 불이 켜졌다.
“곧 연락이 오겠죠?”
에릭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에릭은 지구에 사진을 보내고 랑데부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에릭은 걱정과는 다르게 여유로워 보였다.
제라드가 걱정하는 눈치를 봤는지 에릭이 손가락으로 패널을 가리켰다.
패널에는 ‘SD(자동 조정, self-adjustment)’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유를 부리는 이유가 있었군.’
제라드는 얼굴을 만지자 꺼칠한 수염이 만져졌다.
유리창에 수염 덮인 얼굴이 보였다.
“에릭, 아직 랑데부 시간이 좀 남았지.”
“네, 다녀오세요. 시간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