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가까이

12억 8천만 킬로미터

by 이대영

판타시아를 떠난 가이아호는 우주정거장 에로아스에서 머물다가 출발하여 목적지인 토성 가까이에 가 있었다.

휴스턴은 여전히 분주했다.

달라진 것이라면 메기가 머리를 단발 레이어드컷에서 허그컷으로 변화를 준 것 말고는 없었다.

NASA에 입사해서 관제센터로 배치받은 신입들이 백업룸에서 관제센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입들은 언제부터 일하는가?”

토미리가 백업 쪽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아마 다음 주쯤 될 거예요.”

토미리는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는 토성 가까이 가 있는 가이아가 보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지?”

“네, 이제 곧 시작할 거예요.”

“12억 8천만 킬로미터라… 정말 엄청난 거리야.”

“그러게요. 거기까지 누가 보냈는지 알기나 하면 다행이네요.”

“제라드가 간다고 했잖아?”

메기가 눈을 흘겼다.

“곧 교신할 시간이니까 물어볼게요.”

“아냐, 그런 건 묻지 마.” 제라드는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섰다.


텔레비전에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불리는 허리케인 ‘닉마(nickma)’가 플로리다 남서부에 상륙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허리케인은 위력에 따라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나뉘는데, 최고인 5등급은 시속 250킬로미터를 넘었다. 닉마는 5등급을 훨씬 뛰어넘는 시속 320킬로미터 속도로 초대형급으로 불리며 토네이도와 맞먹는 파괴력을 보였다. ABC 기상학자 하프 대니얼은 ‘최악의 태풍’이라고 하였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해일과 강풍과 홍수가 플로리다를 강타했다고 전했고, 플로리다주에서는 250만 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150만 가구에 전력이 끊겼고, 콜리어카운티에서는 오전 5시까지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태풍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강풍에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자동차가 뒤집혀서 길에 나뒹굴었다.

바닷가 연안은 해일이 일어서 물바다가 되었고, 배와 요트들이 뒤집히거나 파손되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하죠?”

메기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찰스에게 물었다.

그러나 평소 같으면 농담을 할 찰스도 텔레비전만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휴- 하는 한숨소리가 들렸다.

관제사들은 관제를 하면서도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찰스가 넋을 잃고 텔레비전을 쳐다보고 있는 메기의 어깨를 쳤다.

모니터에는 가이아와 교신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스위치를 켰다.

“휴스턴이다 가이아.”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위성과 행성에 있는 중간기지국 때문에 교신 속도가 빨라지기는 했지만, 잡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잠시 뒤 굵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이아다 휴스턴.”

“가이아,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뭐, 몇 시간 전에 들었으면서 새삼스럽게.”

메기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제라드는 농담이 여전했다.

“지금 상황을 말해주기 바란다.”

“아, 지금 상황은… 나는 교신 중이고, 에릭은... 누구한테 보이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머리를 감고 있다. 비치는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좁은 우주선인데 숨어있다니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그리고 니콜라이와 삐에르는 지금 화물칸에서 화물을 점검 중이다. 이상.”

“그 외 다른 일은요?”

“다른 일?”

그때 옆에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누가 있어요?”

“니콜라이가 방금 왔는데 음식이 입에 물려서 빨리 지구로 가고 싶다고 한다. 가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다음부터는 주방장도 한 명 태워서 보내 달라고 한다.”

니콜라이 목소리가 들렸다.

“즈드라스 뜨부이쩨.“

“네, 니콜라이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유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니터에 붙여 놓은 가이아 대원들의 사진이 보였다.

니콜라이는 한눈에도 장난기 많은 사람처럼 털북숭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 토미리가 교신에 끼어들었다.

“제라드 나 토미리일세.”                  

“아!, 토미리.”

“고생이 많네.”

“뭘, 고생까지는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렇다면 다행이네. 임무 사령관(Mission Commander)으로서 수고가 많네.”

“용건만 말하게.”

제라드가 토미리의 말을 끊었다.

제라드는 직선적이었다.

한 번은 두 사람이 꿩 사냥을 나가서 사냥하는 방법에 관하여 이야기했는데, 토미리는 사냥개를 풀어서 꿩이 날아오를 때 총을 쏘면 된다고 하였고, 제라드는 그럴 필요가 어디 있느냐 하면서 그냥 공중으로 총을 쏴서 그 소리에 놀라서 꿩이 날아오르면 그때 총을 쏘면 된다고 하면서 다투었다. 결론은 각자 자기 방식으로 사냥을 하기로 했는데, 두 사람 모두 꿩을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같이 사냥을 다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했다.

“제가 보기에는 두 사람 다 똑같아 보여요.”

그러자 두 사람이 메기를 보며 말했다.


“박쥐!”


“제라드! 지구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말게, 곧 조용해질 거야.”

토미리는 제라드가 묻지도 않았는데 지구 일을 이야기했다.

묻지는 않았지만, 지구 걱정을 하고 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건…….”

토미리는 당황했다.

“아니, 내 말은 더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말이네.”

“괜찮네. 그게 어디 자네 책임인가? 그분께서 하셔야 할 일 아닌가.”

“그분…? 아!, 무슨 뜻인지 알겠네.”

메기가 뒤를 돌아보며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면서 교신을 끊으라고 했다.

이 시간에는 우주선에 관해서 물어볼 말이 많기 때문이다.

옆에서는 리차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메기가 끊으라고 하네, 건강관리나 잘하게.”

토미리가 교신을 끝내자 메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무전을 이어받았다.

“다음부터는 두 사람에게 통신요금을 물릴 거예요, 아마 지금 받는 보수로는 어려울 거예요.”

“카드 되는가?”

“제라드!”

메기가 목소리를 높이자 관제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제라드, 점검은 리차드가 맡을 거예요.”

리차드가 교신을 이어받았다.

“대장, 토성 궤도에 진입하기 전에 한 번 더 점검할 겁니다.”

“오케이, 에릭 바꿔주겠네.”

“에릭! 우주선 상태를 확인해 볼게요.”

“라저.”

“토카막(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초전도 자석) 상태는 어때요?”

“고맙게도 잘 견뎌주고 있네, 지구로 다시 돌아갈 동안에 이상은 없을 것 같아.”

“플라스마 발생기는요?”

“자기장 가속 상태도 정상이고, 지금 현재 80~90만으로 유지하고 있어.”

“방사능 수치는요?”

“계측기에 0.1 마이크로시버트로 표시되어 있고, 원자로도 안전해.”

“몇 가지 더 체크할게요, 날개 상태는요?”

“목성을 지날 때 오른쪽 날개에 작은 파편이 튕겼는데 비치와 니콜라이가 MMU(기동용 로켓팩, manned maneuvering unit)를 매고 EVA(선외활동)를 하면서 수리를 했어.”

“상태는요?”

“괜찮아, 약간 스친 것 외에는 다른 이상은 없어.”

“탈출 안전장치(safety hatches)는요?”

“체크.”

“주 엔진 분사구(main engine nozzle)는요?”

“체크.”

“궤도 기동용 엔진(orbital maneuvering)”

“체크.”

“후방 역추진 엔진(reaction control engines)”

“체크.”

“궤도 조정장치(OMS, Orbital Maneuvering System)”

“체크.”

“다른 이상은요?”

“다른 이상은 없네.”

“다행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임무 완수 바랍니다.”

“라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