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진 때문이 아닐까요?"
우주선 톰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매스컴은 실종 소식을 며칠 동안 계속 보도하였다.
백악관에서는 실종 원인을 물어왔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토미리는 부서 책임자들을 급히 불러 모았다.
“톰이 실종된 이유가 항로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항로를 수정해도 안 되더라는 말이지?”
토미리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마이클이 손을 들었다.
“이건 프로그램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결함 아닐까요?”
찰스가 말했다.
“케네디에 있는 친구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저희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그램 문제가 아니거든요.”
토미리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다.
“미안하지만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시스템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네.”
마이클과 찰스가 서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문제를 찾아야 하네. 이번에는 무인 우주선이지만 유인 우주선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사람들은 그 순간 우주선 아스테르와 가이아를 떠올렸다.
이런 일이 유인 우주선에서 발생한다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 머리를 들고 천장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메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최근에 일어나는 일들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교신 이상도 그렇고, 무인 우주선이 항로를 잃은 것도 그렇고요, 혹시 지진 때문이 아닐까요.”
“지진이 왜?”
토미리는 메기가 갑자기 지진 이야기를 꺼내자 눈이 동그래졌다.
“지진이라니? 지진이 이 일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관계보다도 무슨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죠.”
“좋아! 그런데 추측만 가지고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네,
“…그러면 전파방해 때문은 아닐까요?”
레이먼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관제센터에서 조정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면 그것 말고는 다른 게 없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구체적인 자료가 있는가?”
“네, 휴스턴에서 조종하려고 할 때 톰으로부터 알 수 없는 미세한 전파가 잡혔습니다.”
모두 놀란 눈으로 레이먼드를 쳐다보았다.
“톰이 사라진 게 전파 때문이라는 말인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게 없어서 말입니다.”
레이먼드는 톰이 사라진 이유가 전파방해, ‘재밍(Radar jamming)’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가 고의로 전파를 방해해서 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누가 그렇게 한다는 말인가? 전쟁도 아니고 우주에서 싸울 일도 없지 않은가?”
“네, 그렇기는 하지만 핵 때문에…….”
토미리는 핵이라는 말에 눈이 크게 떠졌다.
미·소(현재 러시아) 냉전 이후 ‘핵무기 감축’ 이 어렵게 진행되어 핵무기 ‘제로’에 거의 다다랐는데, 만약 누군가가 핵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위험한 일이었다. 화상 회의 때 백악관 제이콥 보좌관이 한 말이 생각났다.
“만약에 우주선이나 무인 셔틀이 궤도를 벗어나서 지구에 추락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톰이 우주를 떠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지구 위로 추락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바시미르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플루토늄이 실려 있는데 방사능 낙진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백악관에 있는 제이콥이 거품을 물 게 뻔했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우주인들이 지구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우주 미아로 영영 남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우주정거장과 우주선에서 톰을 찾고 있으니까 기다려봐야지.
찾아야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지 않겠나?”
찰스가 손을 들었다.
“그 전파가 우주선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요? 움직이는 우주선 말입니다.”
찰스는 토미리가 말한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전파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가이아가 도킹을 풀었습니다.”
“도킹을?”
“이유는 알 수 없는데, 지금 빨리 와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가이아가 도킹을 풀다니? 토미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그러지 않는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관제센터에서는 가이아와 교신 중이었다.
“가이아! 현재 상황을 말하라?”
“우주선이 갑자기 회전해서 도킹 헤더가 깨어질 것 같아 도킹을 해제하였다.”
“지금은?”
“자동 조종을 해제하고 수동으로 바꿨는데 지금은 회전이 멈춘 상태다.”
토미리 입에서 휴- 하는 한숨 소리가 나왔다.
토미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라드! 무슨 일인가?”
“글쎄,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네.”
무인 우주선 톰부터 가이아까지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니?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한참 후 에릭은 다시 속도를 조절하면서 조심스럽게 도킹 게이트로 접근해 갔다. 궤도 자동 시스템은 모두 끈 상태였다.
“거리 20.”
“천천히.”
제라드도 긴장하고 있었다.
옆으로 치우쳐있던 ‘A24’ 도킹 포트가 다시 정면에 보였다.
“그대로.”
제라드가 나직이 말했다.
모두 숨을 죽였다.
커다란 도킹 포트가 눈에 들어왔다.
조종간을 잡은 에릭의 손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무언가에 부딪히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터치다운.”
에릭이 조종간을 멈추면서 말했다.
그제야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비치! 도킹 포트 확인 좀 해줘.”
포트가 연결되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언제 다시 우주선이 회전할지 모를 일이었다.
비치가 조심스럽게 해치를 향해 날아갔다.
비치는 해치를 이곳저곳 만지면서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면서 엄지를 추켜 세웠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