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좌표가 바뀌었다 / 사진=킷픽천문대

by 이대영

워싱턴에 있는 NASA 본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하우루스에 녹음된 소리에 관해 설명한다고 하였다.

NASA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토성 탐사선 캔서 하우루스가 발견한 ‘이상한 소리’에 대하여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설명하고 토론을 계획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NASA는 오래전 타이탄에 착륙해서 타이탄을 탐사하던 하우루스에 녹음된 이상한 소리에 대하여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였습니다…….”


뉴스를 보는 타일러 박사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신호음이 들렸다.

그리고 신호음이 끊어지면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 킷픽천문대입니다.”

“브라이언, 나 타일러일세.”

타일러 박사가 전화한 곳은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킷픽천문대였다.

“박사님 잘 계시죠, 건강은요?”

“괜찮네,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타일러 박사는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네.”

“네, 무슨 일입니까.”

“저기, 제우스 있잖아.”

“제우스요?”

“응.”

“그건 오래전에 이미 작동이 멈추지 않았습니까?”

킷픽천문대에는 신형 전파망원경 외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K2’ 구역에 구형의 광학망원경 ‘제우스’가 있었다.

“제우스는 그대로 있습니다. 박사님이 은퇴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것으로 교체된 후로 말입니다.”

타일러 박사가 은퇴한 뒤에 전파망원경이 새로 설치되면서 제우스도 작동이 멈추었다.

“그런데 제우스는 왜요?”

“아, 아냐, 다시 전화하겠네.”

타일러 박사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서재로 옮겼다.

서재에는 온갖 책들과 서류가 가득했다.

타일러 박사는 책꽂이에 꽂힌 서류들을 들추기 시작했다.

서류를 들출 때마다 햇볕에 뽀얀 먼지가 날아다녔다.

서류들은 대부분 타일러 박사가 천문대에서 있을 때 것이었고 표지에는 ‘타일러 무어’라고 적혀 있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내용을 한 장 한 장 들추면서 확인해야만 했다.

그때였다.

“할아버지!”

고개를 돌려보니 손녀 엠마였다.

“할아버지 뭐 하세요?”

“응, 뭐 좀 찾고 있단다.”

타일러 박사는 엠마를 한번 흘깃 보고는 서류로 다시 눈을 돌렸다.

“엠마! <토성 고리에 관한 연구> 좀 찾아줘, 안에 둥근 링 모양의 그림이 있을 거야.”

타일러 박사는 눈을 서류에 둔 채 말했다.

‘토성 고리에 관한 연구? 둥근 링 모양?’

엠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류를 들추자 먼지가 코를 간질거렸고 이내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엠마는 손으로 먼지를 이리저리 저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구석에서 엠마가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 여기 동그란 그림이 있어요.”

엠마는 마치 보물을 찾은 듯이 기쁜 표정으로 노트를 들어 보였다.

눈에 익은 노트였다.

맞다, 오래전 천문대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사용하던 노트였다.

타일러 박사는 엠마가 건네주는 노트를 얼른 받아 들었다.

표지에는 큰 글씨로 <토성 고리에 관한 연구>라고 쓰여 있었고, 아래에는 ‘연구원 타일러 무어’라고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타일러 박사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곳에서 손이 멈췄다.


2***. 03. 12.

A 고리에서 확인되지 않은 반짝이는 다수의 물체 발견.

반짝이는 물체는 모두 3개이며 크기가 모두 다름.

위치 확인하여 토성 좌표를 부여함.

AU71 XXG89 TGY, BH43 UAE11 REX. 0.

AU82 QAG38 ASG, GW55 ERT23 EEX. 0.

AU92 GGY48 GHU, TY37 GBY34 RTY. 0.


2***. 03. 27.

A 고리의 물체들, 설정해 놓은 좌표에 변동이 있음.

원인 불가.

AU71 XXG89 TGY, BH43 UAE11 REX. 0.

AU82 QAG38 ASG, GW55 ERT23 EEX. -1.

AU92 GGY48 GHU, TY37 GBY34 RTY. -1.


2***. 04. 12.

좌표가 회복된 것도 있으며 더 벗어난 것도 있음.

이유는 모름.

AU71 XXG89 TGY, BH43 UAE11 REX. 0.

AU82 QAG38 ASG, GW55 ERT23 EEX. -2.

AU92 GGY48 GHU, TY37 GBY34 RTY. -3.


2***. 04. 28.

좌표 모두 회복.

변동 사항 없음.

회복된 이유 알 수 없음.

AU71 XXG89 TGY, BH43 UAE11 REX. 0.

AU82 QAG38 ASG, GW55 ERT23 EEX. 0.

AU92 GGY48 GHU, TY37 GBY34 RTY. 0.


그리고… 그 후로는 아무 일이 없었다.

‘그럴 리가… 분명히 뭔가 있을 텐데…….’

타일러 박사는 연구 일지를 천천히 넘겼다.

그러나 좌표는 더 이상 변동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었지만 오래전 일이라 생각이 나질 않았다.

“엠마, 내가 불러주는 날짜에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겠니?”

엠마는 타일러 박사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했다.

“뉴스 좀 찾아줘,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뉴스도 말이야, 모두.”

엠마는 서둘러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는 타일러 박사가 알려주는 날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2***년 03월 27일, 재난위기관리청(AFAD) 기사가 보였다.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 강력한 지진과 함께 거대한 쓰나미 발생.

많은 재산 피해와 함께 4,500명의 사망자 발생.

튀르키예 나흐만마랴슈, 규모 7.8과 7.6의 강진으로 수만 명의 사상자 발생.

21세기 들어 역대 5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되며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칠레. 규모 9.6 대지진으로 1,898명 사망, 5,400명의 부상자 발생.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 발생. 약 19,000명의 사망자 발생.


2***. 04월 12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어 지역에 규모 4.8의 지진 발생. 워싱턴, 뉴욕, 보스턴에도 지진 발생.

알래스카에서는 규모 9.5의 지진으로 많은 재산 피해와 함께 쓰나미로 인해 680명의 사망자 발생.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 발생한 지진으로 약 18,000명의 사망자 발생.

소련 캄차카반도 세베로쿠릴스크 지진으로 약 8,500명의 사망자 발생.


2***. 04월 28일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와 규슈 후쿠오카 해역에 발생한 지진으로 48,000명 사망.

인도네시아 테르나테 북동쪽 해역과 암본 남동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8,500명의 사망.

타지키스탄 무르고프 지역에 발생한 지진으로 25,000명 사망.

뉴질랜드 케르메덱 제도 해역에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로 35,200명 사망.

필리핀 레가스피 해역에 지진과 쓰나미로 23,700명 사망.

튀르키예 안타키아와 가지안테프 지역에 지진 발생, 45,000명 사망.


“할아버지!”


엠마가 놀란 표정을 했다.

‘우연이 아니야…….’

타일러 박사는 놀란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고는 번호를 눌렀다.

“브라이언! 부탁 하나만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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