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

망원경은 일하고 있었던 거야 / 하와이 '제미니천문대'

by 이대영

브라이언 박사는 천문대를 나와서 오른쪽에 나 있는 길로 차를 몰았다.

차는 울퉁불퉁한 사막길을 달렸고 차 뒤쪽으로 먼지바람이 흩날렸다.

그렇게 달린 지 30분이 지나자 이번에는 가파른 산악길이 나타났다.

입구에 <킷픽천문대>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는데, 잔뜩 녹이 슬고 글자가 거의 다 지워져 있었다.

“20킬로 더 가야겠군.”

브라이언 박사는 같이 동승한 연구원 제이슨을 쳐다보았다.

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자 몸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제이슨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었다.

도로 위에는 절벽 위에서 떨어진 낙석들로 가득했다.

반대편 저 멀리 산등성이에 킷픽천문대가 보였다.

“박사님! 저기요.”

제이슨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거대한 돔이 보였다.

차는 굽은 길을 몇 번 돌아서 천문대 앞에 도착하였다.

“다 왔군.”

인적이 없는 천문대는 조용했다.

브라이언 박사는 차에서 내려 돔이 있는 건물로 걸어갔다.

입구에 있는 보안키에 카드를 대자 삑 소리를 내면서 스르르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관측실이라고 쓰인 문이 보였다.

환기가 되지 않는지 곰팡이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 컴퓨터가 켜져 있어요.”

작동을 멈춘 줄 알았던 컴퓨터가 윙- 소리를 내면서 불을 깜빡이며 작동하고 있었다.

“컴퓨터가 작동하고 있을 거야.”라고 말한 타일러 박사 말이 생각났다.

위를 올려다보자 망원경과 열려있는 돔이 보였다.

“박사님! 돔이 열려있어요.”

제이슨이 소리쳤다.

“무슨 일이죠?”

제이슨은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제이슨, 망원경 위치 확인해 주게.”

제이슨은 브라이언 박사의 말에 모니터 앞에 앉아서 망원경의 위치를 확인하였다.

“박사님, 망원경 위치는 토성입니다. 그런데… 토성이 아니라 토성 고리에 맞춰져 있습니다.”

“F 고리 아닌가?”

“예?”

제이슨은 놀란 눈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관측 위치를 확인하였다.

“예 맞습니다. F 고리입니다.”

제이슨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망원경이 관측하고 있는 위치는 타일러 박사가 말해준 바로 그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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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71 XXG89 TGY, BH43 UAE11 REX.

FU82 QAG38 ASG, GW55 ERT23 EEX.

FU92 GGY48 GHU, TY37 GBY34 RTY.


그때였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 박사님.”

“브라이언, 지금 좌표를 확인해 주게, 어떻게 됐는지 말이야.”

“네…….”

브라이언 박사는 좌표를 확인하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박사님! 좌표 값이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수치가 높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위험해,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제이슨, 여기 자료를 모두 담아주게 연구실로 가져가게.”

그 순간 망원경이 움직였다.

‘다시 관측을 시작했어, 사람들은 잊었지만, 망원경은 일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박사님 말씀대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재난이 F 고리에 있는 물체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까?”

브라이언 박사는 자료를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책상 위에는 관측된 내용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모두 F 고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료 옆에는 날짜에 맞춰서 재난과 관련된 뉴스 기사가 놓여 있었다.

자료와 뉴스 내용은 정확히 일치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며칠 뒤에 큰 재난이 있을 거야. 예상대로라면 말이야.”

전화기로 들리는 타일러 박사의 목소리는 떨렸다.

“박사님,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빨리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며칠 뒤에 큰 재난이 있다고 하는데 이 일이 알려진다면 큰 혼란에 빠질 게 분명해 보였다.

그것보다는 이 일을 누가 믿어줄지 걱정이었다.

“백악관에 알려야 할까요?”

“…….”

타일러 박사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알린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않은가? 문제는 데이터를 봐서 알겠지만, 점점 더 그 수치가 높아진다는 거야. 점점 더 위험해진다는 것이지. 나도 그런 수치는 처음 봐서 말이야.”

“어느 정도입니까?”

“계속 이대로 간다면 최악이 될 수도 있지.”

옆에서 전화 내용을 듣던 제이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브라이언 박사가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다.

“박사님!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은 백악관에 빨리 알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브라이언 박사는 전화를 끊었다.

“백악관에 전화하실 겁니까?”

제이슨이 물었다.

“빨리 연락해야지.”


지구와 토성.

토성에서 일어난 일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 백악관 사람들이 믿어줄까?

시계 큰 바늘이 12시에 닿으면 작은 바늘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처럼, 토성 고리가 움직여서 지구에 재난이 일어난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중세에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종교재판에서 화형을 당한 브루노(Giordano Bruno)가 생각났다.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들.

사람들은 아는 것만 받아들였는데 그것은 지식의 한계였다. 그것이 과학이었다.

지금 일도 타일러 박사가 연구원 때 발견한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하지 않는가.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혼란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브라이언 박사는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알릴 것은 알려야지.’

백악관에 알리기 위해서는 국립광학천문대(NOAO)와 국립전파천문대(NRAO)를 거쳐야만 했다.

“안드레 아이셀라입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국립전파천문대(NRAO) 앤드류 아이셀라 관장이었다.

“킷픽천문대 브라이언입니다.”

“아! 브라이언, 무슨 일입니까?”

브라이언 박사는 타일러 박사가 말한 토성 고리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화기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아이셀라 박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지구 활동이야 몇십 년 만에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 날짜에 어쩌다가 지구에 지진이 일어났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에 더 큰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만약에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예상대로 안드레 박사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관측결과에 대해서는 동의하십니까?”

“나도 천체과학자로서 타일러 박사의 연구 내용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

“관측 자료가 두 번밖에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것도 처음은 연구원 때고 해서 말입니다.”

“그럼 시간을 더 두고 보자는 말씀입니까?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그렇고 전 세계에 주의보를 발령한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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