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이라면 너무 먼 거리 아닙니까? / 백악관. BTS
창문 밖으로 관광객들이 백악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게 보였다.
사람들은 브이자 손가락을 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양팔을 크게 벌리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은, 어린아이를 목말 태워 찍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아이의 아빠인 것 같았다.
정원에는 흰색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바깥을 주시하면서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따뜻한 햇살만큼이나 포근한 얼굴들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평온해 보였다.
제이콥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손에는 방금 앤드류 관장과 통화하면서 적은 메모지가 들려 있었다.
‘타일러 박사… 토성 고리 때문에 문제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확실치 않은 내용이라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었다.
'다음에 더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뭔가 감춰져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의 연구로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것도 관측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왜 모르지? 멍청한 사람들.
만약 타일러 박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청한 게 틀림없다.
앉아서 월급만 축내는 멍청이들, 바보들.
그런데 타일러 박사의 말이 틀리면?
그럼…… 그냥 늙은이지, 은퇴한 늙은이, 기억하기도 싫은 늙은이, 노망 난…….
그러면서도 슬쩍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건 또 뭐야?
정부 재산을, 사용하지 않는 망원경을 몇십 년 동안 허락도 없이 사용하다니?
아무리 보안 구역에 있다고 하지만, 천문대 사람들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동안 뭘 한 거야?
제이콥은 이번 일이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결정을 지어야 하는데.
이 일을 대통령께 보고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였다.
대통령께 보고하고 안 하고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가오는 선거도 생각해야 하고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잘못해서 혼란에 빠진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문제였다.
“똑똑!”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Oval Office)' 문을 열자 대통령이 제이콥을 보고는 반가운 얼굴을 했다.
“들어오세요, 제이콥.”
제이콥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제이콥의 손에 들린 메모지를 쳐다보았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메모지에 써서 가져올 정도로 말입니다.”
대통령은 손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조금 전에 국립전파천문대(NRAO) 앤드류 관장과 통화했습니다.”
“네?”
대통령은 의자를 바로 하면서 흥미로운 듯 제이콥을 쳐다보았다.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토성 고리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토성 고리요? 누가요?”
대통령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었다.
“예, 타일러 무어 박사라고 오래전에 킷픽에서 근무했는데 지금은 은퇴했습니다.”
“토성이라고 하셨죠? 지구와 달 정도라면 모를까 토성이라면 너무 먼 거리 아닙니까? 그게 어떻게 지구에 영향을 끼친단 말입니까?”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이콥은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말하다니?
그런데 대통령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그런데 가끔은 상식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주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 생각이 틀릴 수도 있죠. 지금이 바로 그런 때 같습니다.”
대통령은 의자에서 일어나 제이콥 앞으로 걸어갔다.
“말씀해 보세요 무슨 일인지?”
“타일러 박사가 킷픽천문대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부터 토성을 관측했는데, 믿기시지 않겠지만 토성 고리에 있는 몇몇 물체가 위치를 벗어났고, 그게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 현상이 지진과 화산이란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까?”
“현재까지는 아직…….”
“믿지 않겠죠? 우리도 그렇잖아요?”
“그렇습니다.”
흠-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NSC를 소집해 주세요. 사람들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