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의 일을 믿으라니? /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일요일 저녁 늦은 시간.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가 웨스트 윙 지하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 열렸다.
“제이콥, 무슨 일입니까?”
부통령 존 위키가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방으로 들어섰다.
제이콥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말해봐요, 무슨 일입니까?”
존은 제이콥의 표정을 살폈다.
그때 파스텔톤의 연두색 정장을 한 국무부장관 애슐리 화이트가 방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갑자기?”
그녀에게서 은은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향수 냄새가 풍겼다.
“아닙니다. 회의 때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이콥은 여전히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모였다.
국방부장관 베티 테일러, 정보국장(CIA) 버키 게일, 국토안보부장관 릭 사이먼, NASA에서 헨리 에드워즈, 킷픽천문대에서 브라이언 테리 박사.
방은 약간 어두웠고, 긴 테이블 좌우로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고 벽에는 대형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대통령이 비서실장 테리 모르트즈와 함께 방으로 들어섰다.
“미안합니다, 모두 쉬는 날인데.”
대통령은 자리에 앉으면서 좌우를 둘러보았다.
“오늘 갑자기 이렇게 모인 것은 우리 문제 때문이 아니라, 지구 문제 때문에 모였습니다.”
사람들은 ‘지구’라는 말에 놀라는 눈치였다.
“제이콥, 설명해 주게.”
“예, 사실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먼저 경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이콥은 준비한 서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우주로부터 웅- 하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소리였는데, 지구에서도, 우주에서도 작업하던 사람들 모두가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이상한 소리의 발신지가 토성 위성인 타이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래전에 토성 탐사를 위해서 보냈던 탐사선 캔서 하우루스가 그 소리를 녹음했던 것이죠.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정거장 설치를 위해 지금 토성에 가 있는 ‘가이아’호 대원들에게 그 임무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찾았습니까?”
국토안보부장관 릭이 물었다.
“아직 탐사선을 내려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상한 소리라고 말한 것은 무엇입니까?
국방부장관 베티가 물었다.
“며칠 전 그 이상한 소리가 이것 때문이라고 말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을 했다.
“타일러 무어 박사입니다. 지금은 은퇴해서 휴스턴에서 살고 있습니다.”
화면에 타일러 박사의 사진이 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화면을 쳐다보았다.
부통령 존 위키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럼, 소리의 정체가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불명확한 것을 가지고 NSC를 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대통령은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제이콥은 브라이언 박사에게 눈짓했다.
“킷픽천문대를 맡고 있는 브라이언 테리입니다.”
사람들은 브라이언 박사를 주목했다.
“타일러 박사는 오래전에 킷픽에 연구원으로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토성 고리에서 빛이 나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지금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그게 몇 년 만입니까?”
합참의장인 오스틴 하프가 물었다.
“60년 만입니다.”
“예?”
모두 놀란 표정을 했다.
“그럼 그때 발견하고 이번이 두 번째 맞습니까?”
버키 게일이 물었다.
“네, 맞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두 번째라고 했는데, 당연히 근거가 있겠죠?”
국가우주위원회 다니엘 루카스가 물었다.
“예, 두 번 모두 그 시간에 지구에 재난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제이콥이 대답했다.
“두 번 가지고 그렇게 단정할 수가 있습니까? 확률적으로 너무 빈약하지 않습니까?”
브라이언 박사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했다.
“타일러 박사의 말에 의하면 며칠 뒤에 큰 지진과 화산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모두 놀란 표정을 했다.
“예언입니까?”
오스틴이 물었다.
“브라이언 박사는 예언가가 아니라, 과학자고 천문학자입니다.”
대통령이 물었다.
“여러분, 만약 브라이언 박사가 말한 그날에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믿기 어렵습니다. 60년 전의 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국무부장관 애슐리가 고개를 저었다.
모두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가만히 보고 있자는 것입니까?”
대통령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고 확실치 않은 일을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만약 그랬다가 극심하게 혼란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합니까?”
“곧 있을 선거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아주 중요한 때입니다.”
사람들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한편으로는 일이 일어나야만 믿을 것 같았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나 시간에 맞춰서 말이다.
제이콥이 가만히 앉아 있는 헨리를 보며 말했다.
“나사에서는 타이탄에 탐사선을 언제 내려보냅니까?”
“곧 내려보낼 겁니다.”
“대원들은 내용을 압니까?”
“아직 모릅니다.”
“그럼 알려줘야 하지 않습니까? 곧 알게 될 테니 말입니다.”
시계가 천천히 자정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