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야...
이튿날 헨리는 휴스턴에서 토미리를 만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발신지가 타이탄이고, 무슨 소리인지는 아직 모른다는 말 아닌가?”
그동안 ‘이상한 소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타이탄에서 나는 소리라고 하니 의문이 조금은 풀린 셈이었다.
“그럼 소리의 정체는?”
토미리가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네. 그렇지만 박사님 말로는 토성 고리와 연관이 있다고 하셨네.”
“토성고리?”
헨리가 머리를 저었다.
“나도 100퍼센트 확신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타일러 박사님 말씀에 동감하네.”
“제라드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겠지?”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게.”
헨리는 정색하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가이아는 어떻게 되었는가?”
“이번 주중에 위치를 잡고 마지막 신호가 잡힌 지점을 확인했으니까 이제 내려보내야지.”
관제센터를 쳐다보고 있던 헨리가 뒤돌아서면서 말했다.
“탐사는 원래 하려던 대로 하고 소리 원인만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것도 문제지만 문제는 토성 고리지 않은가? 그래서 탐사선을 내려보내서 조금 더 확인해 볼 생각이네.”
토미리는 생각이 굳어진 것 같았다.
그 시각 킷픽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박사님! 물체들이 좌표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토성 고리를 살피고 있던 연구원 제이슨이 브라이언을 찾았다.
브라이언은 허겁지겁 달려와서 망원경을 쳐다보고는 모니터 수치를 확인하였다.
“시작됐군… 타일러 박사님 말이 맞아.”
옆에서 제이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시작된 것입니까?”
“그런 것 같군…….”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타일러 박사는 한숨을 쉬었다.
백악관 NSC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이 내용을 비밀로 하고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한 게 전부였다.
“그럼, 가만히 있는 것입니까?”
NSC에서 헨리와 브라이언 박사가 나섰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물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수치를 높아 갔다.
브라이언 박사와 제이슨은 모니터를 지켜보면서 긴장하였다.
브라이언 박사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박사님! 좌표 수치가 계속 높아집니다. 계속 벗어나고 있습니다.
수화기에서는 대답 대신 아- 하는 낮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백악관에 한 번 더 말씀해 주세요. 위험하다고 말입니다.”
브라이언 박사는 급히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킷픽입니다. 지금 방금 물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빨리 알려야 합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조금 더 지켜봅시다.”
제이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위험합니다.”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 않습니까?”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문제가 터지면 막겠다는 것 아닌가?
“다시 들립니다.”
전파망원경을 살피던 콜이 헤드셋을 바짝 귀에 대며 말했다.
콜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이 콜 옆으로 다가왔다.
“맞습니다. 소리가 분명합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기!”
텔레비전 화면에 속보라고 쓰인 자막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고 도로가 울렁거렸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면서 뛰고 있었다.
화면이 바뀌면서 화산이 분출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작이야…….”
브라이언 박사가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앵커가 급박하게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뉴욕, 시드니, 동경, 서울, 콜롬비아, 이스탄불 등 여러 도시가 위험에 빠져 있었다.
재난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백악관에서는 보좌관 제이콥과 비서실장 테리가 심각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제이콥은 말을 잇지 못했다.
비서실장 테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테리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냥 있는 일 아냐? 믿을 수가 없어 지진이라니?”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갈라지고, 전신주에서는 불꽃이 퍽 퍽 튀었다.
“이러다가 다 망하는 것 아냐?”
그때 전화가 울렸다.
“네, 제이콥입니다.”
“나, 마크 레드필드요.”
전화 한 사람은 연방재난관리청(FEMA) 마크 레드필드였다.
“지금 보고 있습니까?”
“네.”
“상황이 아주 심각해 보이는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직 주 정부에서 아무 연락이 없고, 우선 대통령께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늦기 전에 빨리 연락 주시오.”
전화가 끊어졌다.
대통령실 문을 열자 대통령도 재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아직은 보도하기보다는 연방재난관리청에서 평소에 하던 것처럼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말없이 책상 위에 있는 지구본을 쳐다보았다.
의자를 뒤로 젖힌 대통령의 눈에 천장에 그려진 대통령 문장이 보였다.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아직은 괜찮단 말입니까?”
대통령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면서 말을 못 했다.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